우리나라 중소병원이 붕괴 위기에 직면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 정책제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의료자원 이용의 왜곡과 대안' 토론회에서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의사들은 '3분 진료', '비급여' 등으로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경영 상의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 처벌이 강화되면서 의사들의 직무와 관련된 경제적, 법적, 심리적 부담도 크게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우 소장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의료 '저수가·저급여·저보혐료' 등 '3저 기조를' 꼽았다. 원가 이하의 수가를 메꾸기 위해 더 많은 진료를 해야만 해 의사들의 극한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8월 시행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대형병원 위주로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환자가 특정 병원으로만 쏠리는 것도 문제 삼았다.
우 소장은 "대형병원 환자쏠림으로 상급종합병원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2015년 9조1596억 원에서 2020년 15조2140억 원으로 66.1% 증가했고 종합병원도 같은 기간 8조8644억 원에서 14조9134억 원으로 68.2% 급증했다"며 "반면 병원은 같은 기간 5조5264억 원에서 7조7535억 원으로 40.3%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병원급 폐업률은 지난 5년 간 평균 6~7%를 보여왔는데 특히 올해 상반기에 들어선 9.1%로 증가했다"며 "이는 일반 법인사업자 폐업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의료기관이 이 같은 경영 상태를 보여주는 것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우봉식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대학병원인 분원을 신설하는 것의 후폭풍을 우려했다.
그는 "최근 경기도 시흥에 800병상 규모의 서울대병원 분원이 신설되는 것을 비롯해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이 앞다퉈 추진되고 있다"며 "이처럼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신설은 의료전달체계를 왜곡하고 보건의료경제학적 관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진단했다.
우 소장이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2010년 대비 2020년 의료기관 종별 기관 당 요양급여비용은 상급종합병원은 125%, 종합병원은 97% 증가했다. 반면, 병원은 68%, 요양병원은 61%, 의원은 48%만 증가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종별 허가 병상 당 연간 요양급여비용도 병상 당 상급종합병원 3억3390만 원, 종합병원 1억3640만 원, 병원 4680만 원로 나타나 상급종합병원이 병원보다 약 7배 높았다.
대학병원 분원의 무분별한 증설은 향후 지역의료체계의 붕괴와 더불어 의료비 폭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봉식 소장은 병원급 의료기관이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들어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보건의료분야 일자리 창출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19년 기준 보건복지서비스 분야의 매출 10억 원 당 종사자 수는 13.50명"이라며 "이를 의료기관 종별로 살펴보면 병원급 15.14명, 의원급 12.10명, 상급종합병원 7.77명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이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 분원의 증설은 향후 보건의료 분야의 일자리 창출에는 기여하지 못한 채 진료비 증가의 주된 요인이 될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 소장은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충분한 보상체계 마련을 통한 1차 의료기관, 지역 중소병원의 건강관리 역할 강화 ▲지역별·기능별 병상 자원 수급의 기준 마련으로 의료기관 간 과열 경쟁 방지 ▲의료법 개정을 통한 중앙정부 개설 인허가권으로 대학병원 분원 문제 해결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료이용체계의 문제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지 수가나 규제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의료이용체계를 확립하고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각도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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