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이 1년을 넘으면서 연구 활동부터 의료이용 행태, 의료인력, 업무 강도까지 다방면에 걸쳐 악영향을 받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대한의학회지에 투고된 논문 수는 전년 대비 26% 감소, 국제학술지의 경우 국내 연구진의 투고 비중이 줄어드는 등 직격탄을 맞았고, 연구의 토대가 되는 종합병원급 이상의 임상 진료 실적도 하락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
10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프레스센터에서 '의정 갈등 1년, 의료의 현주소와 미래를 위한 교훈'을 주제로 내걸고 임상, 연구, 의료인력 등 다양한 각도에서 갈등이 남긴 영향 및 해결 방안에 대해 모색했다.
먼저 '의정 사태와 의학교육 그리고 의학연구'를 발표한 의학한림원 한희철 부원장은 연구 동력의 상실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조속한 정책 결정을 촉구했다.
한 부원장은 "의정 사태와 전공의 사직으로 인해 대학병원의 진료 차질과 의학교육의 멈춤, 연구의 위축이 발생했다"며 "이에 대한 대처로 2차 병원 활성화와 대체인력 투입을 내세웠지만 의학교육 대상의 부재는 해결하지 못했고 의학연구 문제는 교수 개인이 부담해야 할 문제로 치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슷하게 에티오피아는 앞서 2003년 의사 인력 부족을 해결하고자 의대 증원을 시작했고 낙수 효과를 기대했다"며 "2003년부터 2009년 사이 5개 의과대학을 23개로 확대하고 기존 5개 의과대학의 정원의 300~400%로 증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결과 교육의 질이 하락했고 정부는 2011년 교육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서 4개의 주요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지 못하게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해외 유출은 가시화됐다"고 지적했다.
에티오피아의 인력 증원과 영향을 분석한 2008년 논문에선 의료진의 해외 유출로 인한 의료 공백이 발생, 9천명의 의사를 추가로 모집해야 한다는 결과로 이어진다. 2025년 2월 나온 연구 역시 에티오피아 의사들이 해외 이탈 현상을 막기 위한 즉각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의사 인력의 증원만으로는 어떤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
한 부원장은 "이는 의사를 많이 뽑았지만 임금 수준 제고 등의 의사들을 잡아둘 수 있는 대책은 세우지 못한 결과"라며 "결국 에티오피아 의대 증원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단순한 증원이 아닌 임금 수준, 업무 강도 등 다양한 요소를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정 사태 1년을 넘기면서 의학 연구가 위축되고 있다는 보고들이 나오고 있다"며 "논문을 쓰거나 고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져 국내 의학 학술지의 투고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대한의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대한의학회지(JKMS)에 지난해 투고된 논문은 약 900편으로 전년 동기 1220편에 비해서 26%가 줄었다"며 "게재된 논문도 408편에서 305편으로 25% 줄었다"고 우려했다.
1/4의 연구가 축소됐지만 해가 갈수록 계속 연구 감소 현상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판단. 의학 연구는 그 속성상 진료 차질처럼 바로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누적 효과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부원장은 "대한소아청소년 학회지의 경우 오히려 논문 수는 조금 증가했지만 국내 저자들의 논문은 감소했다"며 "국내 저자가 투고한 논문이 2023년 73건에서 24년 47건으로 35.6% 감소했고, 국내 저자 논문이 차지하는 비율도 역시 28.9%에서 16.2%로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Pubmed에 투고된 한국 주요 임상 논문을 분석한 연구도 최근 공개됐는데 이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논문 수를 비교한 결과 전체적인 연구 출판의 감소가 확인됐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한국의 의학 발전에 대한 기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의학한림원 박은철 부원장은 '의정 사태와 의료이용의 변화' 발표를 통해 의료기관별 인력 수급 및 의료이용 행태의 변화를 우려했다.
의과대학 정원은 2004년부터 2024년까지 40개 의대에서 3058명이 배출됐지만 2025년에는 이에 1509명이 추가돼 49.3%가 늘었지만 의사국가시험 합격자는 2024년 3081명 대비 2025년 269명으로 8.7%, 전문의자격시험 합격자는 2727명 대비 509명으로 18.7%에 그쳤다.
박 부원장은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이후 복귀 현황을 보면 인턴은 3068명 중 99명(3.2%), 레지던트는 1만 463명 중 1075명(10.3%)으로 집계됐다"며 "이같은 변화는 의료기관별 인력 수급에도 변화를 초래, 2023년 대비 2024년 상급종합병원 의료진은 34.8%, 종합병원은 11.7% 감소했고, 병원은 6.8%, 의원은 9.4%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 중 54.9%(7150명)는 휴직, 군입대, 해외진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2024년 전문의 채용은 예년에 비해 상급종합병원에서 45.1%, 종합병원에서 88.2%, 병원에서 12.8% 감소했고, 의원급은 10.2% 증가했다"고 말했다.
의료인력의 진료비의 변화도 관찰됐는데 특히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병원일수록 진료비 하락폭 증가가 두드러졌다.
2024년 상급종합병원의 인력은 1만 5232명으로, 전년 대비 34.8% 감소했고, 전공의 사직이 본격화된 2월 이후, 3~10월 월 진료비는 전년 대비 1조 4571억원으로 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종합병원, 병원, 의원급의 월 진료비가 각각 4.7%, 11.5%, 7%가 늘었다는 점에서 상급종합병원에 타격이 집중된 것.
주요 의료 행태에서 있어서도 변화가 나타났지만 이 역시 상급종합병원에서의 변화 폭이 컸다.
박 부원장은 "상급종합병원급에서 전년도 대비 3~10월까지의 중환자실 환자수는 18%, 응급실 환자수는 44.8%, 6대암 수술건수 20.3%, 심장질환 수술 건수 14.4%, 뇌질환 수술 건수 24.8%, 장기이식건수 31.8%가 모두 감소했다"며 "병상 수도 2023년 4분기 대비 2024년 4분기 총 병상 수는 4만 7913개에서 4만 6384개로, 일반 병상 수는 4만 873개에서 3만 8916개, 일반 비상급 병상 수는 3만 8097개에서 3만 5957개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2025년 의사 배출은 269명으로 전년도 대비 91.3%가 줄었고, 전문의 배출은 509명으로 81.3% 줄었다"며 "연세의대 교수평의회 의정사태 관련 설문 결과, 전문의의 업무 강도 증가에 대해선 94.3%가, 이직 고려에 대해선 44.6%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조속한 정부의 해결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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