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하면 우리는 큰 우여곡절 없이 이례적으로 급성장을 한 회사로 많이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스타벅스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특히 2000년대 후반 들어 스타벅스의 성장세가 크게 줄어들었고, 수익성 또한 크게 악화되었기 때문이다.스타벅스는 영국에서 2000대 후반 들어 코스타(Costa)에 밀렸고, 캐나다에서는 시장점유율 60%로 압도적 강자인 팀호튼(Tim Hortons)에게 크게 밀렸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맹점 수로 보면 엔젤리너스, 카페베네, 탐앤탐스에 밀려 4위에 랭크되어 있다.
미국에서 스타벅스의 위기는 2007년에 감지되었다. 그 때까지 사람들의 우려를 살 정도로매장 수를 폭발적으로 늘렸던 스타벅스의 고객 수 성장세가 스타벅스 역사상 최악 수준까지 내려갔다. 우선 한 상권 안에 스타벅스 매장이 너무 많아 각 점포는 서로 고객을 빼앗아 갈 정도였다. 또 미국에 불어 닥친 서브프라임 부동산 위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점차 줄어들어 스타벅스를 찾는 고객이 줄어들고 있었다. 더욱 더 충격적인 사실은 2007년에 컨슈머 리포트의 시음 테스트에서 스타벅스 커피가 맥도날드 커피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2007년 스타벅스 기업 주가는 42%나 떨어졌다.
그래서 2000년부터 그 때까지 스타벅스 이사회 회장직만 맡고 있던 하워드 슐츠는 CEO로복귀하여 회사를 본격 개혁하겠다는 결심을 굳힌다. 그 때 마침 델 컴퓨터의 창립자 마이클 델으로부터 조언을 듣다가 혁신 어젠다(Transformation Agenda)라는 개념을 접하게 된다. 그는 2008년 1월 CEO로 복귀하면서 스타벅스 개혁을 위한 세 가지 전략을 발표한다. 첫째는 미국 내 스타벅스 사업 운영 상태 개선, 둘째는 고객과의 정서적 유대감 강화, 셋째는 경영의 기초의 장기적 변화였다. 이 큰 전략은 200명으로 구성된 최고위 회의를 통해 동년 3월에 혁신 어젠다로 구체화된다.
세계에서 가장 인정받고 존경 받는 브랜드의 하나로서 고객의 영혼을 고취하고 이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영속적이고 위대한 기업이 되겠다는 스타벅스의 비전을 이루기 위한 세부목표로 7대 혁신 운동을 전개한다.
첫째, 논의의 여지가 없는 커피 권위자 되기, 둘째, 파트너들(스타벅스 직원들)을 고무시키고 참여시키기, 셋째, 고객과 정서적 교감에 불을 지피기, 넷째, 글로벌 기업으로서 각 매장을 해당 지역의 중심으로 만들기, 다섯째, 윤리적 방식의 원두 구매를 지속하는 환경친화적 리더 되기, 여섯째, 혁신적인 성장 기반 구축하기, 일곱째,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 제시하기가 바로 그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자.
첫째는 커피 권위자 되기다. 2008년 2월 26일, 하워드 슐츠는 7천 1백 개에 달하는 미국 매장의 문을 모두 닫는다. 13만 5천 명의 바리스타에게 에스프레소 엑셀런스 트레이닝을 시키기 위해서다. 스타벅스의 본질은 커피 맛이라고 생각한 하워드 슐츠가 그 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바리스타 교육을 일제히 하여 커피 맛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영상물을 통하여 바리스타들에게 에스프레소를 완벽하게 뽑는 법과 우유를 올바르게 데우는 법 등을 교육시켰는데, 이 트레이닝 이후 스타벅스 커피 맛에 대한 고객 평가는 수직 상승하게된다.
둘째는 파트너를 고무시키고 참여시키기다. 스타벅스는 파트너들을 격려하기 위해 리더십 컨퍼런스를 개최했었는데 몇 년간 모임을 갖지 못했다. 하워드 슐츠는 CEO로 돌아온 후 리더십 컨퍼런스를 부활시키기로 결정한다. 그는 당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홍수 피해를 겪고 있던 뉴올리언스를 행사 개최지로 선택했다. 스타벅스 파트너들은 뉴올리언스 복구 자원봉사를 함께 하고, 슐츠를 비롯한 여러 리더들의 연설을 들으면서 스타벅스의 가치와 실질적 정보를 공유한다. 이를 통해 영혼을 잃어가며 하향세를 타던 스타벅스에 다시 활력이 생긴다.
셋째는 고객과의 정서적 교감에 불을 지피기다. 그 때까지 충성 고객들을 위한 고객 보상 프로그램이 없었는데 2008년부터 리워드 카드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이 프로그램은 2009년말부터 '마이스타벅스리워드' 프로그램으로 발전한다. 마이스타벅스리워드에 가입한 고객들은 스타벅스 이용 횟수에 따라 3가지 레벨의 혜택을 받도록 했다. 가입 즉시 웰컴 레벨이 되며 웰컴 카드를 5회 이상 사용하면 그린 레벨로 되면서 커피 리필, 시럽, 톨 사이즈 커피 1잔을 무료로 제공받는다. 또 1년에 30회 이상 방문하면 골드 레벨로 되면서 음료 15잔당 1잔씩 무료로 제공받는다.
넷째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각 매장을 해당 지역의 중심으로 만들기다. 스타벅스는 2009년부터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 스타벅스는 중국을 미국에 이어 제2의 주력 시장으로 정하고, 매장을 450개에서 1000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2010년에는 중국 정부와 대학과 협력하여 윈난성에 커피 농장을 설립한다. 슐츠 회장은 2011년에 한국에 와서 당시 340개 매장에서 향후 5년간 2배인 700개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섯째는 윤리적 방식으로 원두 구매를 하는 환경친화적 리더 되기다. 스타벅스는 2008년 사회공헌 활동을 위한 스타벅스 셰어드 플래닛(Starbucks Shared Planet)을 발표한다. 윤리구매, 환경보호, 지역사회 참여의 3대 핵심 분야를 기반으로 2015년까지 달성해야 할 실행 목표도 제시한다. 구체적인 실행 목표로는 커피 원두를 100% 친환경 기법으로 재배하고 윤리적 거래를 하는 것, 커피농가 지원금을 연간 2천 만 달러 증액, 음료 컵을 100% 재사용 및 재활용, 물 절약 및 재생 가능 에너지원 사용, 친환경 매장 인증인 LEED 획득, 지역사회 봉사 연간 100만 시간 달성이 있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2009년에 1만 8144톤에 달하는 공정무역 커피를 구매함으로써 세계 최대 공정무역 커피 구매자가 되었다. 또한 르완다에 농부 지원센터를 지어 동아프리카 지역 커피 농가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세계 스타벅스 직원들은 18만 6천 시간 지역사회 봉사 활동을 했다.
여섯째는 혁신적 성장 기반 구축하기다. 하워드 슐츠는 성장을 위하여 기존의 히트상품이던 프라푸치노같은 혁신적 신제품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매장 밖에서도 커피를 판매하고 싶던 하워드 슐츠 회장은 비아(VIA)라는 브랜드로 프리미엄 인스턴트 커피를 전격 출시하고 큰 성공을 거둔다.
일곱째는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을 제시하기다. 슐츠는 경기가 좋아진 후에도 수익을 제대로 낼 수 없을 것 같은 600개 매장을 과감하게 폐점한다. 스타벅스는 1만 2천 명 파트너를 해고해야 했지만, 비용을 5억 8천만 달러 줄일 수 있었다. 또 스타벅스는 구매 물류 개혁을 통해 비용을 4억 달러 경감시키고, 판매관리 시스템도 개선시켜 고객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이처럼 혁신 어젠다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실행한 결과, 스타벅스는 2010년에 창업 40년 만에 최고의 재무 실적을 달성하게 된다. 하워드 슐츠의 정확한 문제 인식과 명확한 실행 목표 제시, 그리고 강력한 리더십이 위기에 빠진 스타벅스를 혁신시키고 재도약으로 이끌었다. 그 중 가장 핵심 역할을 한 것은 혁신 어젠다라는 구체적인 실행 목표였다.
글: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이사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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