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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 아닌 협상 선택한 의협 "투입 재정 2조까지 늘려야"

발행날짜: 2023-05-22 05:30:00

진료비 증가율, 법과 제도 반영해도 22% "녹록지 않다" 전망
"공급자-가입자, 동등한 위치에서 이해하고 조율하는 자리 필요"

지난해 초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일일 확진자 수가 60만명까지 치솟자 정부는 방역체계 대전환을 시도했다. 동네의원도 코로나19 검사와 진단, 치료를 할 수 있게 했다. 환자가 폭증하자 일선 동네의원도 코로나19 대응에 적극 나서게 됐다.

이에 따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등 급여 진료과 중심으로 급여 진료비 매출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유난히 혹독한 시간을 보냈던 터라 매출 증가는 특히 더 도드라졌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진료비 통계지표를 보면 지난해 1분기 소청과와 이비인후과 급여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243.9%, 163.1%씩 폭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올해 '독'이 되어 돌아오는 모습이다. 의료기관 한 해 살림살이를 결정짓는 수가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18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의원 수가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수가협상권을 반납하면서 올해 수가협상에는 의협이 직접 참여한다. 수가협상단은 김봉천 기획부회장을 단장으로 조정호 보험이사, 강창원 대한내과의사회 보험부회장, 백재욱 의협 보험자문위원이 참여한다.

올해로 네 번째 수가협상에 참여하는 조정호 의협 보험이사는 지난 18일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건보공단과 1차 협상에서 다른 단체와는 달리 한 시간 이상 대화를 했다"라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은 그만큼 갭이 크다는 것이다. 현실이 녹록치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봉천 수가협상단장(기획부회장)도 "건강보험 진료만으로도 경영이 가능해야만 안정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라며 "부수적 수입이 없는 의원은 급여진료비가 주된 수입원으로 적정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진료 왜곡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총진료비 증가율은 전년 대비 9.5% 수준이다. 의협에 따르면 지난해 의원급 진료비 증가율은 행위료 기준 23.5%. 여기서 법과 제도를 제외한 순진료비 증가율은 22.6%다. 법과 제도를 적용해도 진료비 증가율에 큰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

조 이사는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까지만 해도 진료비 증가율은 해마다 10~11%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증가율은 9%대다. 코로나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노인 인구가 증가했음에도 이전과는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라며 "굉장한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비급여였던 진료비가 통계에 잡히면서 급증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는데 오히려 수가 인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로나 대응으로 발생한 진료비, 비급여의 급여화 영향까지 반영하면 실제로 의원급에서 진료비가 증가한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가협상에서 중요하게 반영하는 진료비 증가율이 다른 유형 보다 높아 협상 길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달 열린 정기대의원총회에서 5% 이상은 인상해야 한다는 미션까지 내렸다.

김 단장은 "대의원회는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상적인 의료가 제공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제시한 것이라고 본다"라며 "작년과 올해 물가인상률이 5% 수준이고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10.7%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최소 물가인상률 수준의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개원의는 수가 인상이 수입과 직결되는 부분이고 수가 인상의 복리 효과가 미치는 영향도 크다"라며 "수가협상에 임하는 건보공단의 태도와 재정위의 재정 투입 규모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협상 중단까지도 염두에 두고 협상에 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18일 건보공단과 1차 수가협상을 진행했다.

"건강보험 재정 흑자, 당해 연도 지출이 원칙"

의협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재정운영위원회(이하 재정위) 운영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다. 공급자 단체도 재정위에 참여해 수가 인상의 정당성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건보공단도 이에 공감, 재정위 산하 소위원회가 수가인상에 투입할 재정 규모를 설정하기 전에 가입자와 공급자가 만나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조 이사는 "매년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투입 재정 설정 규모를 사전에 알 수 없고 어떤 식으로 설정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깜깜이 협상"이라며 "공급자가 가입자에 일방적으로 읍소하는 식의 자리보다는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재정위는 밴드를 어떻게 설정하는지, 공급자 단체는 왜 수가를 인상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서로에게 설명하고 이해하는 조율의 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정위는 건강보험 재정과 상관없이 보험료 인상의 부담감을 이유로 2% 내외의 심리적 상한선에서 결정돼왔다"라며 "올해는 적어도 재정 규모를 1조5000억원부터 시작해 2조원까지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공급자 단체는 일관되게 흑자 상태인 건강보험 재정을 과감하게 투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건보 재정은 2년 연속 흑자를 기록 누적 적립금은 23조8701억원이다.

김봉천 단장은 "코로나 때문에 어느 기업체나 공공기관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유독 건보재정만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수가 인상에는 유독 인색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보재정은 적립하는 게 원칙은 아니다. 당해 연도에 쓰는 게 원칙이고 그 원칙을 지켜야 한다"라며 "지난해 수가협상할 때 보험료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수입이 늘었다. 그 수입을 적극 활용하고 가입자들의 걱정인 보험료 인상도 최소한으로 하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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