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임현택 회장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회원들의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대한 염원을 담아 당선된 임현택 회장의 임기 시작은 비대위 체제에서 집행부 체제로 변환되는 전환점이었다.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된 만큼 전에 볼 수 없었던 회무를 보여주겠다고 한 것에 회원들은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지난 2개월간 집행부의 투쟁을 이끄는 리더쉽은 이런 기대를 져버렸다.
5월 30일 2025년 의과대학 정원이 확정발표 되기 전까지, 대한의사협회는 전공의와 학생, 그리고 교수들이 제기한 소송에 탄원서라는 피동적인 역할을 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마저도 항고심에 들어가면서 재판부가 보건복지부에 증원 관련 증거를 제출하라는 명령을 하여, 어떤 기대감이 생기면서 시행한 것이었다.
쉽게 말에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들었을 뿐, 직접 차린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5월 30일 증원이 확정되어 발표된 이후 여론이 좋지 않자 갑작스런 지역별 촛불집회를 열고 집단 휴진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집행부 임원인 부회장은 감옥은 자신이 가겠다며, 회원들의 적극적 동참을 독려하였고 곧이어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개최하여 전 회원 투표를 진행하였다.
투표 결과를 토대로 6월 18일 집단 휴진과 평일 오후 집회를 하였다.
감옥에 먼저가겠다는 회장과 부회장의 발언과는 무색하게 회원들의 참여 독려는 '자율적'이라는 수사로 그 수위가 조절되었고 그 결과 휴진 참여율은 14.9%로 나타났다.
6월 18일 집회의 종료 폐회사에서 임현택 회장은 또 6월 27일 무기한 휴진이라는 발표를 했다.
시도의사회장단을 비롯한 산하단체, 그리고 대의원들까지 아무도 모르는 발표였고, 심지어 집행부 내 임원들도 처음 듣는 발표였다.
당연히 회원들의 동요가 시작되었고, 급히 다음날 연석회의를 개최하였다.
연석회의에서는 올특위를 발족시키기로 하고, 임현택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워딩으로 회원들을 다독거렸다.
그러나 올특위 발족 관련 브리핑 당일 대전협과 의대협, 즉 전공의와 학생들에게 통보하는 등, 투쟁을 가장 전면에서 이끌고 가고 있는 그들과는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교수, 시도의사회, 집행부만이 참여한 특위를 구성하였고, 만장일치제라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할 기구를 만든 것이다.
지난 2월과 3월 회장선거 후보시절 미생모를 통해 발표한 공약들과 투쟁성, 그리고 당선자 신분으로 활동하며 비대위와의 마찰 등을 고려할 때 5월 1일 집행부의 출범은 전공의와 학생 중심의 투쟁이 전체 회원으로 확상되며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전체 회원의 규합과 투쟁의 열기를 높이기 위해서 2025년도 의과대학 정원이 확정되기 전에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무언가를 했어야 했다.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집행부 출범과 함께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임현택 회장이 그동안 제시해왔던 숨겨놓은 복안들을 로드맵으로 발표했어야 했다.
당선 직후 투쟁방향을 묻는 기자들에게 준비된 복안이 있다며 그간의 투쟁과 다른 새롭고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답변했던 방안들은 보이지 않았다.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바라는 대한의사협회는 '어른'이다.
2025년 의과대학 정원은 발표되었고, 의료개혁특위는 가동되어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이 하나하나 결정되며 진행되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과 학생들의 투쟁은 지속되고 있고, 그들은 단일대오를 유지한 채 장기전으로 가는 듯 하다.
임현택 회장은 2월부터 전공의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발언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지난 2개월간 취임 이후 보여준 행보는 그들을 보호하거나 전체 회원들을 단일대오로 뭉치게 하기보다는 따로 가는 모양새를 보였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과의 불협화음은 그렇다 하더라도, SNS에서 공개된 그의 발언들은 2020년 당시의 문제점을 그대로 다시 상기하게 만들었다.
2020년 당시의 아픔은 현재의 전공의들에게는 큰 상처였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난 2월 사직서를 내고, 휴학계를 내면서 제시했던 그 요구안들은 지난 3개월간 단 한 번도 변경된 적이 없다.대한의사협회는 그들의 요구안을 그대로 승계하면서 더 큰 테두리로 묶어 정부에 대한민국 의료를 위한 제안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제안들에 대한 세부적인 방안과 그 근거를 대한의사협회라는 의사들의 대표 단체에 걸맞게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공의와 학생들이 대한의사협회를 신뢰하고 함께 발맞추어 투쟁에 임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대전협은 산하단체라는 기조로 전공의를 대하고, 올특위 발족 브리핑 4분 전에 학생들에게 참여 공문을 발송하는 행태로는 신뢰를 할 수가 없다.
그들이 돌아올 수 있는 길…대한의사협회는 그 길을 닦아주어야 한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이 투쟁은 장기전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과 학생들은 '변화'가 가시적으로 그리고 확정적으로 보이지 않으면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돌아오라고 하는 것은 그들의 현재에 대한 '학대'이며, 미래에 대한 '죄악'이다.
그들은 시간을 희생하였다. 전문의 취득을 위한 수련에 걸리는 시간과 의사면허 취득을 위한 학업에 정진해야 할 시간을 내어놓았다. 그들보다 먼저 의업에 뛰어든 선배 의사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들의 방향성이, 그들의 목소리가, 그들의 요구가 잘못되었는가? 그렇지 않다. 투쟁에 나선 전공의와 학생들을 끌고 돌아가게 만드는 역할을 할 필요도, 그리고 그래서도 안된다.
그들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쳐 나왔다. 그렇다면 스스로 해결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것이 '어른'인 대한의사협회가 할 일이다.
중2병 걸린 아이처럼 경거망동과 나르시즘은 이제 그만 두자.
그들이 우리가 될 수 있는 그런 결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우리는 손을 뗄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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