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20일 브리핑은 기자들이 단체 최면에 걸리는 일대의 사건이었다. 의협은 22일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올특위)' 회의를 통해 27일 무기한 휴진을 결정한 후 이를 시도의사회·대의원회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브리핑 직후 의협은 단체 문자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정정 요청을 했다. 22일 올특위 회의에서 무기한 휴진을 결정한다는 기사들이 쏟아진 이후였다.
이 같은 요청을 받고 기자들은 서로 브리핑 내용을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닌지 교차검증하고, 몇몇은 의협 브리핑 영상을 돌려보기도 했다.
대한민국 최고 의사단체인 의협이 가지고 있는 공신력을 생각하면, 기자가 브리핑 내용을 잘못 이해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의협 브리핑 영상을 다시 돌려본 결과, 무기한 휴진 발표와 관련된 정확한 워딩은 이랬다.
"세브란스 등 여러 대학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과 함께 저희가 무기한 휴직도 추진할 수 있다는 의지를 18일에 말씀드린 것입니다. 시도회장님과 대의원들께는 올특위에서 결정되면 다시 의논할 것입니다."
"22일 회의에서 다른 대학의 휴진 상황도 더 취합해 올특위에서 결정하실 것이고, 실제 휴진이 전체적으로 결정되면 회원들이 현장에서 환자들한테 안내도 하고, 예약된 것을 조절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때 다시 대의원회와 시도회장님들한테 의논을 드리고 진행할 것입니다."
맥락적으로도 실제 발언으로도 22일 올특위 회의에서 무기한 휴진 여부를 결정해 시도의사회장·대의원회와 논의한다는 내용으로 봄이 타당했다.
하지만 의협은 "27일 무기한 휴진 여부를 22일 올특위 회의에서 결정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만 했다. "정부의 답변이 없을 경우 올특위는 22일 예정된 첫 회의부터 전국 병의원 휴진현황 및 계획을 취합해, 전국 의사 휴진 계획 등 왜곡된 정책을 바로잡을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가 정확한 워딩이라는 것.
의문은 커졌다. 그렇다면 브리핑 당시 발언은 무엇인지, 무기한 휴진을 올특위에서 결정한다는 것이 사실이 아닌지, 아니면 올특위에서 결정은 하되 그 날짜가 22일이 아닌 것 인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은 대단한 힘을 가지지만, 동시에 이를 쉽게 잃는다. 같은 말이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무게가 다르다. 그리고 이 힘을 부여하는 것이 신뢰성이다.
지난 6개월간 "의대 증원으론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협에 성토엔 대중이 귀 기울이지 않다가, 같은 내용을 담은 이국종 대전국군병원장의 발언에 여론이 술렁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신뢰를 쌓기 위해선 대단히 긴 시간이 필요하고, 동시에 말 한마디에 쉽게 무너진다.
이제 기자들은 의협이 실제로 한 말에도 그 진위를 파고들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언제든 말이 바뀔 수 있는 브리핑이 어떤 공신력을 가지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그 메시지는 과연 사실일까?
인터뷰에서 현 상황을 두고 한탄하던 한 시도의사회장의 말처럼 메신저 때문에 메시지가 묻혀버리는 상황이 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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