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유례없는 약가인하에 심란한 제약계...대상·시기는 미지수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정부가 제네릭 의약품 가격을 대폭 낮추는 방향의 약가제도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국내 제약산업과 건강보험 재정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고된다.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절반을 넘는 수준에서 형성돼 온 제네릭 약가를 주요국 수준인 40%대로 낮추겠다는 구상은,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산업 구조 전환을 겨냥한 정책으로 평가된다.문제는 속도와 준비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제네릭 약가 인하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실제 집행을 맡아야 할 관계 기관들은 아직 구체적인 실무 단계에 들어서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이 같은 상황에서 제네릭 약가 인하가 예정된 일정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떤 혼선과 부담이 발생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네릭 약가 53.55%→40%대 인하…2026년 조정 착수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약가제도 개편안의 중심에는 '제네릭 약가 인하'가 있다.정부는 현재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 수준에서 형성돼 있는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단계적으로 40%대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이는 단순한 숫자 조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제네릭 중심으로 굳어진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겠다는 신호에 가깝다.복지부는 현행 약가 체계가 '높은 제네릭 가격'이라는 왜곡된 신호를 시장에 보내 왔다고 진단하고 있다.제네릭이 오리지널의 절반을 훌쩍 넘는 가격으로 유지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과 비용 부담이 큰 신약 개발보다, 비교적 손쉬운 복제약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돼 왔다는 설명이다.보건복지부는 최근 제네릭 약가 인하 등이 담긴 약가제도 개편을 발표했다.실제로 국내 제약산업은 다품목·소량 생산 구조가 고착돼 있고, 완제의약품 기준으로 소형 제약사의 비중은 높은 반면 신약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품목 수는 늘었지만, 혁신 성과는 정체돼 있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정부는 약가 구조 자체를 '혁신 유도형'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하반기부터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일본·프랑스 등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40%대 수준으로 조정한다.이번 제네릭 약가 조정의 직접 대상은 지난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이후 한 차례도 조정되지 않은 약제 3000여 개다. 당시에는 약 6000개 품목이 인하 대상이었으나, 이 중 절반가량이 현재까지도 사실상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현재는 기준 요건을 충족할 경우 일률적으로 53.55%가 적용되지만, 개편 이후에는 이 기준점 자체가 내려가면서 제네릭 가격의 출발선이 낮아진다.다만 정부는 시장 충격을 고려해 단번에 가격을 깎는 방식은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성분별·등재 시점별·약가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약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한다는 계획이다.구체적으로, 현재 오리지널 대비 약가가 53.55%에서 50% 사이에 형성된 제네릭은 2026년부터 조정에 착수해 2028년까지 40%대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이 목표다.반면 이미 상대적으로 낮은 50~45% 구간의 약제는 한 템포 늦춰 2027년에 조정에 들어가 2029년까지 40%대에 도달하도록 설계됐다.정부는 오는 2026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제네릭 약가 인하에 돌입한다.정부 구상대로라면 제네릭 약가 인하는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늦어도 2029년이면 대부분의 기존 등재 제네릭이 40%대 가격대로 재편된다.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는 "제네릭 약가 인하는 2026년 7월부터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되며, 시행규칙 개정이 빠르게 이뤄질 경우 이르면 2026년 2월부터도 시행할 수 있다"며 "이와 별도로 전체 제네릭 약제 약 2만7000개에 대해서는 예측 가능한 주기적 약가 평가·조정 체계를 새로 구축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산업계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규로 들어오는 약제 및 10년 이상 과도하게 이익을 본 약제에 우선 적용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6월 시행 목표?…제네릭 약가 인하 실무는 아직 출발선하지만 정작 이를 실무적으로 집행해야 할 관계 기관들은 아직 준비 단계에 들어서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복지부가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의 큰 틀과 일정표를 제시했지만, 어떤 약제를 대상으로 언제부터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무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맡게 될 전망이다.제도 구조상 심평원은 약가 인하 대상이 되는 제네릭 품목을 분류하고, 각 품목의 약가 수준을 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건보공단은 이렇게 조정된 약가를 실제 급여 체계에 반영하고, 제약사와의 계약 및 재정 관리를 맡는 방식이다. 제네릭 약가 인하는 두 기관의 실무 작업이 동시에 맞물려야 시행이 가능한 구조다.그러나 아직까지 이들 기관 차원에서 약가제도 개편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준비 작업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정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제네릭 약가 인하와 관련해 기관 차원에서 진행 중인 내용은 없다"며 "세부 사안에 대해 아직 구체적 내용을 전달받지 못 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이어 "복지부와 앞으로 협의해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며 "현재는 큰 방향만 알고 있을 뿐, 일정이나 방식과 관련된 내부 계획이나 준비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복지부가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의 큰 틀을 제시했지만, 어떤 약제를 대상으로 언제부터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실무 로드맵은 아직 관계기관에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특히 기존 등재 제네릭 수천 개 품목을 대상으로 약가를 재산정해야 하는 작업의 특성상, 약가 산정 기준 정비, 전산 시스템 반영, 제약사 통보 및 이의신청 처리까지 전 과정이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는 점에서 준비 기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또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는 내년 6월부터 약가 인하가 가능하겠냐는 질문에는 "현장에서는 물리적 준비 시간이 충분한지에 대한 판단조차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며 "구체적인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부터 작업에 착수해 언제까지 마무리할 수 있을지 말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