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PSA 국가검진 도입은 의지 문제…예산 연간 100억 불과"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를 둘러싼 학술적, 사회적 맥락이 급변하고 있다.과거 PSA 검사의 비용 효과성에 의문 부호가 따랐지만 유럽의 장기 대규모 연구에서의 사망률 감소 결과 및 이에 기반한 다양한 권고 지침이 나오면서 PSA 긍정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국내 전립선암 환자가 급증하며 남성암 순위에서 1위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 역시 이전과는 다른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진다.최근 국내 연구에서도 PSA 국가암검진 포함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이대비뇨기병원 고영휘 교수(비뇨의학과)를 만나 PSA 국내 연구 결과와 의의, PSA 국가검진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국내 전립선암 경고등…과거 연구에 발목 묶여전립선암이 빠르게 늘며 비상등이 켜졌다. 전립선암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남성암 중 10위권 밖에 머물렀으나, 최근 10년 새 발생률이 3배 가까이 급증, 올해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에서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며, 고령화가 가속되는 한국에서 조기 진단의 공백은 곧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계가 국가건강검진에 PSA 검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문제는 국내 전립선암 비용 효과성 논의가 과거 자료와 해외 진료지침 영향에 크게 좌우돼 왔다는 점이다.이대비뇨기병원 고영휘 교수(비뇨의학과)고영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PSA 검사의 비용 효과를 연구한 논문은 2014년에 발표된 단 한 편뿐"이라며 "당시 연구는 보건사회연구원이 의뢰해 2010년까지의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됐는데, 2010년은 전립선암 발생률과 유병률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던 시기"라고 지적했다.당시 남성암 순위에서 전립선암은 5위에 불과했으며, 이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게다가 2010년 시점에는 지금처럼 빅데이터가 없어서, 여러 산발적 자료를 모아 분석해 실제 상황을 충분히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고 교수는 "연구 방법과 자료의 한계로 인해 결론을 과도하게 일반화한 측면이 있다"며 "이후 2014년 이후 해외 문헌에서는 미국 중심으로 PSA 검사를 시행하면 저위험군까지 과잉 진단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랐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과도하게 해석해 2012년 이후 진료 지침이 PSA 비시행 쪽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그는 "미국에서는 50대 이상 남성의 PSA 검사율이 약 40%였고, 일본은 30% 정도였던 반면, 우리나라는 2016년 기준으로 50대 이상 남성의 PSA 검사율이 10% 수준에 불과했다"며 "검사 자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과잉 진단의 문제가 아니라, 고위험 전립선암조차 지방에서는 제때 발견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미국 진료 지침을 기준으로 한 국내 지침이 현실과 맞지 않았다는 것. 최근 연구와 정책도 이같은 상황을 바꾸고 있다. 2022~2023년 유럽 진료 지침은 PSA 검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업데이트됐고, 2023년 미국 AUA 가이드라인도 PSA 검사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교수는 "과거의 부정적인 진료 지침이나 과잉진료 논란은 2010년 이전 자료에 근거한 것이고, 국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국내 데이터에서도 비용 효과성 확인"이 같은 주장은 고 교수가 수행한 두 편의 연구로도 뒷받침된다. 첫 번째 연구는 PSA 검사의 비용·편익을 체계적으로 평가한 분석이다.2010~2020년 새로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남성 16만 6,848명의 전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정기적으로 PSA 검사를 받은 환자는 진단 시점이 더 빠르고, 수술과 방사선치료 같은 국소 치료를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에서는 PSA 정기검사군(진단 전 2년 이상, 3회 이상 검사 시행)이 수술 45.6%, 방사선치료 17.0%로, 비정기검사군(진단 직전 3개월 이내 첫 PSA 검사)의 수술 33.8%, 방사선치료 14.9%보다 국소 치료 비율이 높았다.반대로 비정기검사군에서는 호르몬 치료 59.7% 등 전신 치료 비율이 높았다. 비용 분석에서도 국소 치료 비용은 두 그룹 간 큰 차이가 없었으나, 전신 치료 비용은 비정기검사군에서 훨씬 높아 PSA 정기검사가 비용효과적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두 번째 연구는 지역별 전립선암 치료 격차를 확인했다. 전국 51개 대형병원의 2010~2020년 전립선암 환자 2만 7,075건을 분석한 결과, 국소 전립선암 환자(전이 없는 고위험군) 도시 환자의 64.3%가 수술(단독 또는 호르몬치료 병행)을 받았지만, 지방 환자는 48.6%에 그쳤다.중간위험군은 도시 66.8%, 지방 51.2%였고, 저위험군은 도시 49.6%, 지방 32.5%로 수술 비율이 낮았다. 대신 지방에서는 적극적 감시(추적관찰)가 더 자주 시행됐으며(37.8% vs. 26.8%), 호르몬 단독치료(ADT) 사용 비율도 지방에서 높았다.전이가 있는 경우(M1)에도 도시 환자는 복합 전신치료를 받는 비율이 15.8%였지만, 지방은 8.7%에 그쳤다. 연구팀은 "도시 환자는 적극적인 수술 및 복합 치료를, 지방 환자는 약물 단독치료를 더 많이 받는 등 치료 접근에서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이번 연구들은 PSA 정기 검사가 전립선암 조기 진단과 국소 치료 확대, 전신치료 부담 감소로 이어지며, 동시에 지역 간 치료 격차 해소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정책적 시사점이 크다는 게 고 교수의 판단.■"국가검진 체계 구축, 10년간 1200억원이면 가능"전립선암 국가검진에서 PSA 검사를 시행할 경우, 시작 연령과 종료 연령, 검사 주기 설정이 비용 효과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고 교수는 "해외 여러 진료 지침에서도 PSA 검사는 55세부터 시작할 것을 권고하는데, 이는 ERSPC라는 대규모 근거 연구 결과에 기초한 것"이라며 "전립선암 치료는 10년 이상의 생존율이 보장될 때 정당화되므로, 검진 종료 연령은 각 나라의 남성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을 고려해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우리나라 남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2024년 기준 80.6세이며, 건강수명은 약 89세로 추정된다. 고 교수는 "이 자료를 감안하면 PSA 검사는 55세부터 75세 정도까지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검사의 주기는 해외 문헌에서 2~4년 사이로 권고되고 있으며, 비용과 효율성을 고려할 경우 2년마다 시행하는 것이 가장 교과서적인 접근이라는 설명이다.다만 비용 부담을 고려하면 최소화할 수도 있다. 고 교수는 "안전망 구축 측면에서 가장 비용 효과적인 방안은 생애 동안 PSA 검사를 세 번만 시행하는 것"이라며 "55세, 65세, 75세에 맞춰 시행하면 전 국민 남성을 대상으로 한 전립선암 안전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실제 비용 분석 결과, 2023년 인구 기준으로 10년 동안 드는 총 비용은 약 1200억 원, 연간 비용은 약 100억 원으로 추산됐다. 대학병원 3차 기관 기준 검사 비용은 약 1만 5000원, 1·2차 의료기관은 약 1만 원 수준이며, 중간값인 1만 2500원을 적용해 계산한 수치다.PSA 검사는 기본적인 혈액 검사로 가능하다.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기존 검진 인프라에서 바로 시행할 수 있어 국가 차원에서 시행한다고 해도 행정적 부담이 크지 않아 이는 보건 당국의 의지 문제에 달려있다는 것.고 교수는 "PSA 검사는 피검사만으로 가능해 내시경, CT, MRI 등 고급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며 "보편적인 검진으로 최소한의 안전망을 확보하면서, 노인 인구 증가로 향후 전립선암 부담이 커질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합리적인 투자"라고 강조했다.정책적 방향성에 대해 고 교수는 "전립선암은 이제 단일 질환이 아니라 고령화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국가가 PSA 검사를 공식 검진 항목으로 인정하는 순간, 그 결정이 향후 10년의 의료비 절감과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전립선암 조기진단 체계는 남성 건강관리의 출발점이자, 고령화 시대 보건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시금석"이라며 "정부가 과거의 근거에 머물지 않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