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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과실 입증책임, 판사 따라 제각각

박양명
발행날짜: 2011-07-13 12:25:10

의료문제 변호사모임, 작년 판례 분석 결과 발표

A씨는 계단을 오르던 중 과거 물리치료를 받았던 적이 있던 허리와 다리 통증이 심해져 B병원 정형외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 오른쪽 하지의 방사통과 감각변화, 회음부와 항문주변 감각이 떨어졌고 배뇨기능은 정상이었다.

A씨는 요추 수핵탈출증이라며 수술을 권하는 의사의 말에 따랐다.

그런데 수술 후 다리감각이 이상했고 배뇨감각이 없었다. 재검사 결과 회음부와 항문주변 감각 이상과 마미증후군이 감지됐다.

의료진은 응급재수술을 권했지만 A씨는 수술을 받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결국 A씨는 C병원으로 옮겨 마미증후군 및 제4, 5번 요추간판 재탈출증 진단을 받고 재수술을 받았다. A씨는 B병원 의사를 상대로 의료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의사가 A씨에게 마미증후군 발생 가능성뿐만 아니라 응급수술의 필요성을 충분한 설명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2000만원 지급 판결을 내리고, 설명의무 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원고의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만약 의사가 지도설명의무를 다했다면 A씨가 응급재수술 권유를 거부하고 계속 전원을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게 주요하게 작용했다.

작년 한해 동안 있었던 의료 관련 법원 판결에 따르면 의사의 설명의무를 지도설명의무와 조언설명의무로 구별하고, 이 의무의 입증책임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 이정선, 서영현, 유현정 변호사 팀은 2010년 선고된 손해배상(의)라는 사건명을 가진 의료소송 관련 판결 중 대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선고된 210여개의 판결을 분석했다.

이 중 학술적, 실무적으로 의미 있다고 판단되는 판결 10여개를 최종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대한의료법학회지 제12권 1호에 실렸다.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에는 조언설명의무와 지도설명의무가 있다.

조언설명의무는 침습적 의료행위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해 시술의 필요성과 위험성을 설명,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지도설명의무는 의사가 진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환자가 수술 후유증 등에 대비하도록 상세하게 설명해야 할 의무이다.

작년 한해 설명의무와 관련된 법원 판결에 따르면 이 두가지의 의무가 구분되고 있으며 지도설명의무는 그 자체가 진료행위의 일부라고 규정됐다.

설명의무위반 입증 책임, 환자? 의사?

그러나 과실 입증 책임이 환자에게 있는지, 의료진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판결에 따라 엇갈렸다.

위 사례는 의료진이 A씨에게 이러한 설명을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정신적 손해 배상책임을 인정한 점 등으로 봤을 때 의사에 입증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취한 것.

반면 또다른 판례에서는 입증책임이 환자에 있었다.

D씨는 기계판막을 사용한 승모판막 치환술을 받았다.

그런데 기계판막에 혈전이 생겨 판막 기능이 갑자기 떨어졌고, 호흡곤란, 쇼크 증상이 나타나 결국 사망했다.

유족은 의사들이 수술 후 항응고제 관리를 소홀이 해 혈전 형성을 유발시켰고, 심장수술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지도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피고의 과실과 지도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대법원 또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지도설명의무는 목적 및 내용상 진료행위의 본질적 구성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위반하면 생명, 신체상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도설명의무를 진료행위의 본질적 구성부분으로 보고 있고, 위반시 재산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입증책임이 환자 측에 있다는 견해를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일련의 관련 사건 분석을 통해 "대법원 판결에서는 설명의무가 다양한 방향으로 이론적 발전이 이뤄지고 있고, 서울고법 판결에서는 지도설명의무를 이론적으로 더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모습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에는 설명의무를 위반하면 위자료 수준이 1000만~2000만원 수준이었는데 배상액의 한계를 넘는 판결이 나왔다"며 "기존 입장에 안주하지 않고 개별 사건의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해 판단하려는 노력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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