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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법에 관한 긴급제언

김재연
발행날짜: 2011-09-14 06:27:54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국회에 발의된 지 23년 만에 의료분쟁조정법이 제정됐다. 이어 복지부는 2012년 4월부터 시행될 의료분쟁조정제도 시행령을 마련 중이다.

복지부는 지난 1일 의협과 최종 회의를 요청했고,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을 위한 자문단 회의가 8일 1차 회의를 거쳐 정부안 입법예고를 9월 말까지 마무리 하겠다고 한다.

의료분쟁조정법의 시행령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큰 전환점을 가져오는 만큼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을 보다 공개적으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령이 통과한 지 반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여론수렴조차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 7월 22일 '의료분쟁 조정법의 실효적 운영을 위한 과제와 대책' 토론회(전현희 위원 실 주최)가 단 한 차례 열렸을 뿐이다.

게다가 보건복지부가 초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하지만 원칙적으로 비공개로 하고 있다.

하위법령에 따라 시행될 때의 효과와 부작용을 보다 공론화된 장에서 문제점을 분석하여 안정적인 의료분쟁의 해결의 장이 되도록 마련되어졌으면 한다.

의료분쟁의 당사자들인 의료인들 입장에서는 하위 법령의 입법예고 이후에는 사후약방문 격이 되는 의견조회에 의견을 내어도 반영 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하위 법령의 초안과 방향이 보다 공개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의료분쟁조정원의 설립에 대해서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된 설립준비위는 조정중재원 설립과 관련된 정관 및 조직, 인사, 회계, 보수 등 내부규정 제정안 및 인력 채용 등 운영방안 등을 심의·의결한다.

준비위원은 의사협회, 병원협회, 한의사협회(이상 각 1인)와 비영리 민간단체(3인)가 추천한 인사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법무부, 복지부의 국장급 공무원 등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월 1회 개최되는 준비위는 조정중재원의 설립등기가 이뤄지고 조정중재원장에게 사무가 인계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에 의해서 만들어질 의료분쟁 조정원이 새로운 국가기관화 되고 조직이 방만하여 소중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조직이 되지 않도록 설립 초기에는 의료 분쟁 조정 신청건수와 해결 정도에 따라 조직의 지부 등의 설립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소수 정예의 조직으로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경우인 북독일의 경우는 참고 할 만하다. 중재원 근무 인원은 행정직 16명, 변호사 5명, 의사 50명이며 운영 예산은 의사 협회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의사협회에서 지불한다. 의사 50명은 자원 봉사로 보수는 없다.

이러한 소수의 인원과 조직으로도 2008년 제소 건은 4840건인데 이중 2610건(54%)은 중재원에서 나머지는 법원에서 처리하였다고 한다.

2007년 중재원에서 800건을 중재하였고 이 중 73건(9%)이 만족하지 못하고 법원에 다시 제소하였으나 법원에 제소된 73건 중 10%만이 다른 결정이 나와 중재원의 중재 결과에 쌍방 거의 모두가 만족한다는 결론이다. 보험금 지급 수준에 대한 만족도 또한 86%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의료분쟁조정법의 안정적 제도 정착을 위해 지금까지 이와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를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의료분쟁조정법 상의 감정단이 의료소송을 제기하고자 하는 환자 측에게 사전 증거수집기관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감정단의 과실 및 인과관계 유무 판단에서 의료사고임이 명시되면 중과실의 경우에는 환자가 조정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즉, 의료사고로 판단되면 환자는 조정을 받기보다는 증거자료만 확보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와 같이 조정신청을 소송의 전단계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신속·간편하고·저렴한 분쟁해결제도 마련하려는 본래의 취지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본래의 감정서에 의료사고를 명시하지 않는 방법, 소송에서 감정서를 원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법 등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환자 측에서 감정단의 기능을 증거수집 절차로 악용된다면 조정의 본래 의미가 크게 퇴색될 수 있다. 감정절차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및 운영이 필요하다.

감정단이 의료사고의 과실유무와 인과관계 유무까지 판단하게 되면 의료소송의 근거가 될 수 있어 자칫 사고평가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감정단의 역할을 사실조사에만 국한하고 감정결과도 공개하지 않도록 하든지 조정불복 후 법원에 제출되어 인용되는 문제에 대하여 심각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조정신청이 법원에 소송을 구하기전의 요식행위로 이용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된다면 의료 분쟁 조정은 유명무실하게 된다.

둘째,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성공여부는 공정성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의료계와 시민단체, 정부기관이 참여 하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는 없다. 그러나 조정위원은 사실을 조사하는 의사와 법률가로 구성되어야 하며, 감정단에는 전문적인 손해사정인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현재 논의 중에 손해 사정인을 감정 단에 포함시키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

필자의 경우 의료 분쟁의 보상과 관련하여 대한 산부인과의사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의사 배상 책임보험의 10년간의 간사로 운영해 본 결과 실제적인 의료사고의 조사와 감정에 있어서 보상액의 산정에서 손해의 정도를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손해 사정인의 참여 없이는 현실적으로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사고의 피해자는 누구의 잘못인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의 정도와 보상의 정도를 객관적 기준으로 판단해주고 그에 대한 보상금액을 합리적으로 결정해줘야 조정이 가능해진다.

보상금액에서 의료인의 과실 책임의 비율만큼을 지급하여 온 결과 무리없이 조정 되어 왔다고 할 수 있었다. 감정단에 의사와 손해 사정인의 비중이 법률 자문가나 행정가보다는 그 업무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셋째,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재원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무과실 보상의 의사 일부 부담은 부적절하다. 과실 책임 원칙에 의하여 과실 부분에 대하여 배상하는 것은 지금까지 해오던 바이나 무과실에 대하여 부담을 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

현재 미국 일본 영국에서 하고 있는 바와 같이 과실 무과실을 따지지 않고, 사고시 일정금액을 받고 더 이상의 이의제기가 없으면 의사가 일부 부담하는 것이 적절하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미 과실과 무과실보상을 법에서 구분해 놓고 있음으로 의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

무과실 보상에 따르는 대상자 선정과 그 비용 및 보상액 또한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 마련이 어려운 것 또한 공론화하여야 할 것이다.

의사 무과실로 판정된 경우까지 재원을 분만을 담당하는 의사가 부담하는 것은 세계에 유례가 없고, 상식에 반하는 일이며 과실 책임 원칙의 예외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

환자 측에 대한 보건의료기관개설자의 손해배상금 납부(의무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요양급여비를 조정중재원에 원천 지급하게한 것은 환자 측의 채권확보입장만 대변한 형평성을 잃은 과잉입법이다.

분만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에 부담시키려는 어떠한 입법에도 동의할 수 없으며 이를 강제화한다면 무과실 국가보상제도는 대다수 산부인과 분만병원에서 조정신청을 거부하여 불가항력적인 산과 분만사고의 보상제도가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법 46조에서는 배상의 범위와 관련하여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관련 의료사고' 라고 하고 있는 바, 이를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경우로 한정하여 규정할 필요가 있다.

분만과 관련된 사망사고로서 산모의 사망, 태아의 사망, 신생아의 사망이 포함되어야 하며 신생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합병증 중에서 뇌성마비 포함해야 한다.

기타 의료사고보상심의위원회에서 인정하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대표적 인 예로는 사망 이외의 산모의 합병증으로 식물인간이 되는 경우를 들 수 있음)가 포함되어야 한다.

보상금의 지급기준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사회보장법이나 다른 국가적 이익 및 공익적 이익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당한 개인(군인 혹은 공무원)적 불행에 대해 국가의 보상을 규정하는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보상금 지급 기준이 준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산모의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3000만원, 태아의 사망에 대해서는 500만원, 신생아의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1000만원, 신생아의 뇌성마비에 대해서는 3000만원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기타 의료사고보상심의위원회에서 인정하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앞의 네 가지 경우를 감안하여 사안에 따라 의료사고보상심의위원회에서 3000만원 이내에서 결정하며 의학계 전문위원인 산부인과전문의가 적어도 복수로 참여해 의학적 판단의 객관성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

즉, 산부인과 전문의 4인, 조정위원 중 2인, 감정위원 중 2인,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 제2조에 따른 비영리민간단체에서 추천한 위원 1인으로 함이 적절하다고 본다.

재원은 일본의 경우처럼 정부 예산으로 임산부 지원금 바우처에서 10만원을 분만하는 병원에 무과실 보상배상 보험에 가입해 납부하면 이를 병원에서 의료사고배상공제조합에 무과실 보험금으로 납부하여 기금을 마련하면 42만영 (2010년 출산 신생아수)으로 420억원과 정부 예산(420억원)으로 충당하는 안이 바람직하다.

일본의 무과실보상제도에서도 일본은 전액 국가에서 재원을 부담하고 있다. 무과실 보상 재원은 마땅히 국가에서 마련해야 하고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는 부담하는 법위는 과실 책임에 국한해서 그 재원의 일부를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은 의사 배상 보험으로 그 비용에 대한 재원 마련하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무과실 국가보상은 반드시 별도의 국가가 재원을 마련하여야 한다.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에 필요한 비용 부담을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전가할 경우 병·의원 개설자는 대불제도 비용과 대불금 상환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이중부담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 경우 의료사고 보상사업 재원을 정부출연금·건강보험재정·의료급여기금·약화사고피해구제기금·과징금 등으로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에 필요한 비용 부담을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전가할 경우 병·의원 개설자는 대불제도 비용과 대불 금 상환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이중부담 문제가 발생한다.

넷째, 통과된 법은 의료분쟁조정법이 아니라 의료분쟁 환자피해구제법이며 특별수사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의료기관 난동시 과태료 등을 명시하여 난동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분쟁조정법에 전혀 없고, 언제든지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소를 막는 기능조차 없다.

의료기관 난동 시 조정 신청이 중단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의료기관이 조정 조사시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3000만원을 부과는 것과는 비교되어 형평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정부는 시행령 시행 규칙의 섣부른 제정보다는 동 법안의 문제점과 시행규칙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어야 하고 이후에 보완점을 반영된 시행령 시행 규칙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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