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를 세우고 분주히 움직여야 할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병·의원 주자창에서 보내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 의사와의 접촉이 쉽지 않은데다 곧 있을 약가인하로 영업비가 대폭 삭감돼 활동 반경이 줄었기 때문이다.
국내 K제약사 영업사원은 9일 "새해를 맞았지만 일할 의욕이 없다. 판촉비가 대폭 삭감되다보니 예전처럼 병·의원 방문을 자주 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제약계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리고 그는 제약계에만 유독 사회적 통념이 허용되지 않는 점이 이런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영업사원은 "친구 집 갈때도 빈손으로 가지 않는 게 예의다. 하물며 이곳은 사회다. 고객(의사)을 찾아가는데 빈손으로 가면 좋아할 사람 몇 없다. 그들도 업무 중에 시간을 내주는 것이다. 정부가 한 번에 규제 정책을 펴다보니 산업이 마비된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J제약사 영업사원도 "신제품이나 임상 데이터가 수시로 나오는 다국적사와는 달리 국내사는 의사를 만날 명분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나마 그들보다 자주 찾아가 눈도장을 찍고 기회가 되면 제품 디테일을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영업비가 크게 깎이니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사정은 다국적제약사 영업환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D사에 다니는 영업부 직원은 대놓고 "하루의 절반 이상은 주차장에 있다"고 푸념했다.
그는 "쌍벌제 이후 의사 접촉이 쉽지 않다. 일과 중에는 거의 못만난다. 현장에 매일 나오지만 거의 차 안에 머문다. 의사와 점심, 저녁 식사도 회사에서 횟수를 정하니 일할 의욕이 안난다"고 답했다.
끝으로 그는 "다른 산업에는 사회적 통념에 해당되는 일들이 왜 제약계에서는 리베이트로 판단되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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