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정책적 판단과 인간적인 면면은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각 후보들의 대한 세밀한 검증은 아쉬웠다.
지난 14일 <메디칼타임즈>는 서울대 암연구소에서 제37대 의협회장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간선제 방식의 이번 선거의 마지막 토론회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각 후보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타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의협회장의 적임자가 본인임을 강조했다.
나현 후보
먼저 나현 후보는 메시아론을 들고 나오면서 노환규 후보와 각을 세웠다. 그는 "의협회장 선거때마다 의료계를 구원할 메시아가 등장했다"면서 "하지만 메시아를 자처하며 당선된 회장들의 과거를 보면 결과는 참담했다"고 주장했다.
최덕종 후보는 "(내부분열된 의료계에) 누군가가 나서서 접점을 찾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내가 그 가교 역할을 하겠다"면서 "젊은 의사를 보호하고 전공의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강조했다.
전기엽 후보는 "의사들이 사회에서 질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고 존경받을 수 있도록 거듭나게 하겠다"면서 "의협이 국민과 함께 발전하는 의사단체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주수호 후보는 "소통과 화합의 길잡이가 되고 의협의 위상을 바로잡고 앞길을 밝히겠다"면서 "충분한 경험과 인맥을 쌓았으며 얼치기가 아니다. 대책없는 투쟁은 좌절감만 줄 것이다"고 강조했다.
최덕종 후보
노환규 후보는 사망진단까지 받은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한 경험담, 전의총의 등장을 첫 번째, 두 번째 기적이라고 소개하고 세 번째 기적을 만들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윤창겸 후보는 "이번 선거는 앞으로 의료계가 어떻게 변할까에 대한 방향타를 정하는 전환점"이라면서 "의사 프로페셔널리즘, 의료윤리를 빼고 모두 바꾸겠다. 저를 선택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선택의원제 찬성하냐" "간호법 개정 추진한 이유 무엇이냐"
이날 토론회가 주목받은 것은 후보자간 상호토론이었다. 이를 통해 각 후보들이 현안과 쟁점을 가지고 맹렬히 격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후보가 몸을 사리면서(?) 본격적인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나현 후보는 상호질문을 모두 포기했다.
전기엽 후보
먼저 노환규 후보는 주수호 후보에게 영화 '식코'와 '하얀정글'을 실제로 본 적이 있는지 여부와 정당별 무상의료 정책의 비교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주 후보는 "보지 못했고, 세밀한 비교에 대한 지식은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분명한 것은 재원 조달에 문제 있다는 노환규 후보의 논리로는 설득하지 못한다"고 역공을 폈다.
윤창겸 후보는 나현 후보에게 선택의원제 찬성 여부를 물었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이 문제도 결국 소통의 문제"라면서 선택의원제가 선택과 등록이 없는 만성질환관리제로 전락했다"고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주수호 후보
주수호 후보도 나현 후보에게 질문공세를 펼쳤다. 나 후보가 정책을 실천하는 사람이지만 정책은 잘 모른다는 발언을 지적하며 의료정책에 대한 철학의 빈곤을 지적했다.
나 후보는 "의료정책에 대한 철학과 기본적인 상식이 있다"면서 "오히려 집해부가 바뀔 때마다 상을 엎고 가는 것이 더 문제다"고 강조했다.
전기엽 후보는 과거 간호법 개정 추진 전력에 대한 입장을 질문했다.
노 후보는 "오해가 많다.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면서 "간호사와 조무사가 교육과정은 다르지만 동일한 업무범위로 의료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원칙적 얘기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 후보는 최덕종 후보에게 의협회장으로서의 자질을 갖췄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최 후보는 "의쟁투 당시 권한대행을 원만히 수행했으며, 울산시의사회장을 통해 3년간 수련했다"고 강조했다 .
나현 "회원 다 죽어가는데 실리가 먼저" 5명 후보는 "명분'
노환규 후보
이날 토론회에서 나현 후보는 선택의원제를 비롯해 일부 현안에 대해서 타 후보와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실리'와 '명분'을 선택하는 질문에 나현 후보만 유일하게 '실리'를 먼저 선택했다
나 후보는 "단기적으로 실리다. 회원들이 다 죽어가고 있다"면서 "일단 살려놓고 명분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덕종 후보는 "대만의사들이 단기적 실리에 넘어가 총액예산제를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고, 전기엽 후보는 "밥을 먹어야만 사는 것이 아니다"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주수호 후보는 "실리라는게 어차피 0.1~0.2% 얻어내는데 불과하다. 이 때문에 가야할 길을 못 가선 안된다"고 말했고 노환규 후보도 "2000년 의쟁투에서 이미 경험했다. 장기적 실리에 주목해야 하고 그것이 명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창겸 후보는 "저수가 제도가 처음 시작된 것도 세금을 줄이려 낮게 신고하디보니 시작된 것"이라면서 "명분이 우선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각 후보에 스스로 단점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윤창겸 후보
윤창겸 후보는 "정이 많아서 면전에서 싫은 소리를 못한다"고 말했고 노환규 후보는 "얼굴 인식기능이 떨어지는게 치명적이다. 다만 아내는 한번 보면 안다"고 말했다.
주수호 후보는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 겸손치 못해 보인다는 점을 단점으로 설명했고, 전기엽 후보는 키가 작고 얼굴이 넓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덕종 후보는 "남자가 할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집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못한다"면서 애처가임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나현 후보는 "안과 전공으로서 의료정책에 해박하지 못하다. 눈이 마음의 창이기 때문에 솔직한 게 흠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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