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의 단골 메뉴인 대형병원의 본인부담금 과다징수 문제가 재연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올해 상반기 분당서울대병원을 비롯한 31개 상급종합병원(건국대병원, 고대안산병원, 화순전남대병원 등 3곳 하반기 실시)을 대상으로 본인부담금 과다징수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이는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된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대 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서울성모병원, 전북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한양대병원 등의 본인부담금 부당징수에 따른 후속조치이다.
이들 10곳 병원은 환자 10만 명에게 31억원의 본인부담금을 부당 징수했다는 명목으로 과징금을 추징당했다.
겉으로 보면, 소위 잘나간다는 병원들이 환자들에게 범법 행위를 한 셈이다.
하지만, 과다징수 사례를 보면 의문이 제기된다.
수술 등에 사용하는 치료재료 비용이 41.4%로 가장 많고, 검사료(23.6%), 선택진료비(11.3%), 진찰료(4.1%), 기타(7.6%) 순이다.
유형별로는 급여기준을 초과한 임의 비급여 사례가 64.7%이며, 별도 산정이 불가한 비급여 징수가 15.1%를 차지했다.
대형병원에서 급여기준도 없는 치료재료와 의약품 등을 사용한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해 서울대병원 등 10곳 상급종합병원이 치료재료 등 본인부담금 과다징수로 31억원의 과징금을 추징당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여기에는 생명에 대한 환자들의 열망과 의사들의 소신진료 의지가 담겨있다는 시각이다.
급여기준을 벗어난 치료재료와 의약품을 사용하더라도 환자 생명을 위한 의학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올해 현지조사를 받은 33곳 상급종합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심평원은 최근 6개월 진료분을 대상으로 본인부담금 과다징수 사유와 유형, 임의비급여 처리, 전액 본인부담 항목의 초과징수 여부, 심사조정 대상항목의 비급여 처리, 재료대 분할사용 및 실거랙 위반여부 등을 중점 조사했다.
이미 병원계 내부에서는 해당병원 모두가 과징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8월 여의도성모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청구한 과다본인부담금 확인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임의비급여를 부당청구로 볼 수 없지만 병원이 이를 입증할 책임이 있다며 고등법원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하지만 환자 케이스별 임의비급여 사용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병원들의 부담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복지부는 허가사항을 초과한 치료재료와 약제 사용의 예외절차를 마련했다고 하나, 진료현실이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의사를 범법자로 만드는 임의비급여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대법원이 판결한 여의도성모병원 임의비급여 판결 요지.
서울대병원 모 교수는 "임의비급여를 인정하고 제도화하지 않는다면 환자와 의사의 신뢰구축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전하고 "의료현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언제까지 환자와 의사를 이간질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일부 의원실은 본인부담금 등 임의비급여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 의원실 관계자는 "본인부담금 과다징수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무조건 병원들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제도의 문제인지, 병원의 문제인지 명확히 짚고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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