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영리했더라면, 의학에 대해서 좀 더 불신했더라면 (아버지의 수술을)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버지를 수술대에 올린 것에 대해 평생 죄의식을 갖고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카바수술을 받고 일주일 만에 사망한 고 길정진 씨의 딸 길윤희, 길윤진 씨는 아버지를 건국대병원에서 심장수술을 받게 한 것을 뼈 저리게 후회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카바수술은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가 개발한 '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성형술(CARVAR)'이다.
아버지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는 길윤희(제일 왼쪽) 씨와 길윤진 씨.
이들 자매는 6일 서울 정동 산다미아노에서 열린 '제3회 환자 샤우팅 카페'에 참석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셋째 딸인 길윤희 씨에 따르면 길정진 씨는 2007년 부정맥 진단을 받고 와파린을 복용해왔다.
하지만 그는 와파린을 먹으면서 피부가 약해져 쉽게 멍들고, 상처가 생기는 것을 불만스러워 했다.
2010년 여름, 팔에 와파린 부작용으로 생긴 상처를 본 송명근 교수는 길 씨에게 약을 끊을 수 있다며 수술을 하자고 권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길 씨는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도 숨이 가쁘거나 불편한 증세가 없었고,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거절했다.
올해 8월 더이상 와파린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송 교수의 권유에 길 씨는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윤희 씨는 "앞선 4월 (아버지는)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무릎 아래가 많이 찢어져 40바늘 이상 꿰메고 오랜 시간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와파린 부작용으로 피부가 약해지는 부담이 심했다"고 밝혔다.
길 씨 남매는 송 교수에게 "70세를 넘긴 사람이 가슴을 여는 큰 수술을 해도 되냐"고 물었고, 대답을 듣고 카바수술이 진짜 간단한 수술이라고 생각했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길윤희 씨.
송 교수는 당시 "지금 평균수명이 93~94세다. 70세면 20년을 더 살 수 있다. 지금 연세는 청년이다"고 답했다고 윤희 씨는 말했다.
그렇게 카바수술을 받게 된 길 씨는 수술 일주일 만에 심장기능이 떨어지고 창자와 등을 연결하는 막의 혈관이 막혀 숨졌다.
"아버지는 수술 필요 없는 경증환자"
문제는 길 씨가 카바수술을 받을 만큼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증환자였다는 점이다.
윤희 씨는 "장례를 치르는 도중까지도 아버지가 수술 때문에 일어난 합병증에 초동 대처를 안해서 돌아가셨다고 생각했다. 송 교수도 수술이 잘됐다는 말만 반복하며 수술 후 대처를 잘 못했다고만 했다. 수술 자체가 논란이 많은 것인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례식 도중 전문가 자문을 받으러 다니면서 아버지가 수술을 안해도 되는 경증환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윤진 씨 남매는 그제서야 자료를 찾아보고 카바수술이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논란이 많은 수술법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둘째딸인 윤진 씨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합의를 생각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경증환자였다. 불효자라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아버지의 죽음을 알리겠다고 장례를 11일이나 미뤘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용익 의원
그는 또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숨길 것도 없다. 앞으로 아버지 같은 분들이 생겨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논란 있고 피해자가 나오는데 통제 못하는 정부 잘못"
길 씨의 사연을 들은 서울의대 권용진 교수는 "신의료기술이라는 것은 특성상 어떤 절차를 거쳐서 하는 게 맞는데 논란에 휩싸였을 때 정부 대처법이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카바수술은 환자가 사망하고 있는 상태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지적이 계속 있다. 시술을 계속 하게 하면서 정책을 조율하고 있는 것은 이해가 안가기도 하고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논란이 있는 것은 일단은 중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샤우팅 카페에 참석한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도 길씨 자매의 사연에 공감하며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했다.
김 의원은 "카바 수술은 전문가 사이에서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엄정한 의학적 평가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되지만 여러가지 처리가 원활하게 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의원은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도 문제에 공감하며 "의학적 논쟁, 논란이 많은 것이 현장에서 시행되고 있고,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걸 통제하지 못하는 국회와 정부가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환자단체 차원에서 '카바수술 주의보를 발령합니다'라는 알림을 낼 예정이다. 한시적 비급여는 끝났다, 피해자가 있다는 정도는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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