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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팔리는 국산 약보다 의료기기 가능성 더 높다"

정희석
발행날짜: 2012-12-04 06:23:03

최영득 임상시험센터장 "제품 개발 초기부터 의사 참여하는 게 중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는 제약보다 의료기기가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

연세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장 최영득 비뇨기과 교수는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의료기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약을 만들어서 성공한 사례는 없다. 국내 제약사가 항암제 신약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면서 "국내에서 신약을 만들어봤자 대학병원 의사는 물론 외국에서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물론 좋은 약도 만들어야겠지만 병원에서 의사들의 의료행위 중 약과 관련된 부분은 항생제ㆍ항암제 처방 등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의료기기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며 의료기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의 과정을 볼 때 침대는 물론 휠체어, 카트, 수술방 조명등, 내시경, 각종 진단검사장비 등 모든 의료행위가 의료기기와 연관돼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

여기에 한국이 IT 강국이자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점도 의료기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국산 의료기기가 아직까지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많은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이 기존 제품보다 한층 기능을 업그레이드해 새롭게 개발했다고 가져오는 제품 대부분을 정작 대학병원 의사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이는 업체가 개발한 제품들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의사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최 교수는 "한국이 중동지역에 디지털병원을 건설해 수출하고 있지만 정작 병원에 들어가는 고가의 소프트웨어ㆍ하드웨어 의료기기 대부분은 외국 제품이기 때문에 별로 남는 게 없다"며 "이들 병원들을 통해 오랜 기간 한국의 수익창출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산 의료기기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최 교수는 대학병원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산 의료기기가 활성화되려면 정부가 일부 한정된 업체에 몰아주기 식의 R&D 투자 지원이 아닌 작지만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가진 영세한 업체들의 제품 임상시험을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고, 이 역할을 바로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가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가 단순히 의료기기 임상시험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영세한 업체들의 제품 개발 초기단계에서부터 의료현장에서의 의료기기 사용자인 의사들을 연결시켜주는 가교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 교수는 "국산 의료기기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결국 의료기기 임상시험이 활성화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가 임상시험 전부터 업체들의 제품을 의사들이 써보고 아이디어를 내면 다시 이를 제품에 반영해 최종적으로 임상시험까지 갈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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