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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예약금 걸고, 현금 내면 삼십 깎아 드려요~"

박양명
발행날짜: 2013-01-16 06:51:22

비급여 진료과 불법 환자유인 만연…"수술받을 마음이 사라진다"

"현금으로 하시면 30(만원) 더 빼드릴 수 있어요. 이 정도면 이벤트 가격이예요. 고객님~"

서울 강남 A성형외과 상담실장은 상담표에 적힌 300이라는 숫자를 지우개로 쓱쓱 지우더니 270이라는 새로운 숫자를 써냈다.

"카드로 하시면 330이고, 현금으로 했을 때 300입니다. 30까지 더 빼드릴게요."

비급여 진료를 주로 하는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몰려있는 서울 강남과 압구정 일대를 직접 다녀본 결과 현금할인은 당연한 듯이 이뤄지고 있었다.

현금할인은 현금 수입금액, 즉 매출금액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세금 탈루가 가능하다. 그래서 국세청과 금융감독원도 신고센터를 마련하고 사례 접수를 받아 대처하고 있다.

겨울방학 등으로 성수기 시즌을 맞아 성형외과에는 상담을 기다리는 환자들로 가득했다.

압구정에 위치한 B성형외과는 예약된 시간에 도착해도 약 2시간을 기다려야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본격적인 가격 이야기는 의사와 성형 부위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 후 상담실장과의 대화에서 나온다.

총 금액은 800만원인데 현금할인을 하고 당일예약도 함께 하면 500만원까지 낮춰줄 수 있다는 제안이 왔다. 귀가 솔깃해질 정도의 파격적인 할인이었다.

하지만 또다른 황당한 조건이 붙었다. 당일예약과 함께 예약금을 미리 안걸면 원래금액을 그대로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 환자는 "의사 선생님은 믿음직스럽고 정말 좋았다. 하지만 가격 상담을 하면서 수술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병원에 대한 신뢰자체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대기실에서 상담을 기다리는 모습.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C피부과에서도 현금으로 하면 할인이 되냐는 질문에 "가격 조절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화로 가격을 문의한 D안과는 "현금으로 결제하면 원래 금액에서 주중할인, 현금할인까지 22만원 할인이 된다. 하지만 현금영수증은 줄 수 없고 연말정산용 서류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가격흥정을 경험했다는 또다른 환자는 "아무래도 가격이 더 내려가면 좋지만 병원과 환자의 특수한 관계에서 흥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표준가격제, 현금영수증 무조건 발급 등 자구책 마련하기도

하지만 현금할인 관행에 대한 자구책 마련에 노력하는 의원도 분명 있었다.

E성형외과 원장은 "현금할인은 성형외과, 피부과뿐만 아니라 비급여 진료수입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안과, 치과, 심지어 척추수술을 하는 병원에서도 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할인이라는 게 고객입장에서는 당장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모르는 고객은 더 비싼 돈을 내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병원은 아예 현금할인을 없애고 현금이나 카드나 동일한 가격을 받는 등 표준가격제를 운영하고 있다. 현금영수증도 무조건 발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할인이 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F성형외과 원장은 "비용을 깎아주면서 환자를 유인하는 병원이나 싼 곳 찾아가는 환자 모두 마인드가 잘못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그가 던진 마지막 한마디.

"(비용을) 깎을 생각이라면 사람 많고 싼 병원으로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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