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졌다하면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난다.
제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정의 칼날이 무뎠던 '
의료기기 리베이트 '를 두고 하는 말이다.
대구ㆍ청주에 이어 강원도에서도 의사에게 수억원대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료기기업체가 경찰에 적발됐다.
26일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강원 영동지역 종합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A씨를 포함한 의사 7명과 의료기기판매업체 대표 L씨 등 총 8명을 배임수증재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또 리베이트 수수금액이 많은 A씨 등 2명은 구속했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업체 대표 L씨는 지난 2010년 2월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A씨 연구실에서 고관절 수술에 사용하는 의료기기 납품 청탁과 함께 현금 47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건넸다.
L씨가 2010년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3년 4개월간 영동지역 정형외과 전문의 7명에게 전달한 리베이트는 총 4억 7980만원.
수술 1건당 적게는 10만원부터 많게는 70만원까지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지방경찰청은 이번 사건 외에 다른 의료기기 납품업체에서도 유사한 방법으로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며 불법 영업행위를 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해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대구지방검찰청도 척추수술 의료기기업체로부터 6억원 상당의 리베이트와 약 6000만원 상당의 BMW 수입차를 받은 대구지역 2차 병원 정형외과 B씨를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구속한 바 있다.
또 지난 7일에는 청주 C병원이 의료기기업체로부터 수억원대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의료기기업계는 연이어 터진 사건들에 대해 그동안 만연해있던 의료기기 리베이트 관행이 단지 수면 위에 떠올랐을 뿐이라는 분위기.
한 마디로 "올 것이 왔다"는 말이다.
의료기기업체 한 관계자는 대구와 청주 모두 동일 의료기기업체가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가 적발된 사례라고 운을 뗐다.
그는 "해당 업체의 경우 전국에 산재해있는 100여개 병원에 제품을 납품해 온 것으로 알려져 향후 더 많은 지역병원들에 대한 추가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억원대에 달하는 리베이트 규모에서 알 수 있듯이 척추병원 및 정형외과에 납품되는 치료재료에 적지 않은 가격거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연이어 터진 의료기기 리베이트 사건이 건강보험 재정절감 차원에서 치료재료 보험수가 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정부의 명분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저수가로 인해 제품 공급이 줄고 마진율이 떨어져 먹고 살기 힘들다고 주장해온 업계가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몰리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이다.
베일에 가려져있던 의료기기 리베이트 관행이 어디까지 그 실체를 드러낼지 경찰과 검찰 조사에 의료기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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