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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특별등급 소견서, 개원가 블루오션 기대는 금물"

손의식
발행날짜: 2014-05-13 12:05:21

의원 3만명 대비 경증치매 5만명…"법적분쟁 가능성도"

지난달 개최된 대한노인의학회 춘계학술대회 모습. 치매특별등급 신설에 대비한 교육에 1500여명이 몰리면서 의사소견서 발급에 대한 개원가의 관심을 반증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치매특별등급 신설에 따른 의사소견서 발급에 개원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5만여명에 불과한 경증치매환자 수와 치매판정 오류와 관련 법정분쟁 등을 감안할 때 의사소견서가 개원가 경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높다.

복지부는 치매특별등급 의사소견서 발급비용을 4만 7500원으로 확정했다.

또한 신경과학회와 신경정신의학회, 신경외과학회를 비롯해 노인의학회, 노인병학회, 임상노인의학회, 노인재활의학회, 치매학회, 노인정신의학회, 개원의협의회 등 10곳에 의사소견서 교육 자격을 부여한 상태이다.

개원가는 치매특별등급 의사소견서가 저수가에 따른 열악한 경영을 일부 해소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치매특별등급과 관련된 교육을 중심으로 진행된 제20회 대한노인의학회 춘계학술대회에는 무려 1500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치매특별등급 의사소견서 발급에 대한 개원가의 관심을 입증했다.

당시 노인의학회 이욱용 회장은 "대성황을 이룬 것은 사실 그만큼 의료계가 어렵다는 반증"이라면서 "개원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개원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을 찾아 학회로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A 내과의원 L 원장도 통화에서 "저수가 상황에서 비급여 진료가 거의 없는 개원가는 경영의 탈출구를 모색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치매특별등급 의사소견서는 6시간만 교육 받으면 위내시경 수가보다 높은 비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경영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의사소견서 관심 증폭은 불안심리 때문, 블루오션 아냐"

그러나 치매특별등급 의사소견서가 개원가 경영의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치매특별등급 의사소견서 발급 대상자가 5만여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개원내과의사회 이명희 회장은 "중요한 것은 발급 비용이 아니라 치매특별등급 의사소견서 대상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라며 "신경과나 정신과도 발급한다. 얼마나 많은 개원가가 참여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개원가의 관심은 경영에 대한 불안심리를 입증하는 것일뿐 경영에 도움이 되는 '블루오션'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치매특별등급 의사소견서가 개원가의 블루오션은 아니다"며 "관심이 높은 이유는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뭐라도 따놔야 한다는 불안한 의사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섣부른 치매판정으로 법적분쟁 휘말릴 가능성도"

의원협회도 치매특별등급 의사소견서 발급이 개원가의 경영에는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윤용선 회장은 "치매등별등급 의사소견서 발급 대상자인 경증치매환자의 경우 5만여명에 불과하다"며 "전체 개원가가 3만곳 정도고 의사는 3만 5000명임을 감안할 때 산술적으로 개원의 1인당 한 두건의 발급에 그칠 것이다. 개원가에 별로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섣부른 치매판정으로 인해 법적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회장은 "치매판정은 전문적인 식견은 물론 환자의 주변 상황 등 여러가지 고려해야 한다"며 "단순히 상태만 보고 잘못된 판단을 하면 환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몇 시간 교육으로 판정하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보호자는 유산상속 등의 목적으로 환자의 치매판정을 유도할 수도 있다"며 "자칫 치매판정 결과로 인해 소견서를 발급한 의사가 법적인 다툼이나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신과 전문의들 역시 치매특별등급 의사소견서 발급이 개원가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노만희 회장은 "치매특별등급 의사소견서 전체 발급비용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개원가 경영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치매환자만 전문으로 보지 않으면 환자 수가 많지도 않을 것이고 주기적인 발급도 아닌만큼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 회장은 이어 "경험이 많지 않은 의사가 치매를 진단할 경우 판정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예를 들어 치매처럼 보이지만 실은 노인성우울증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에게 치매치료만 해서는 아무런 효과 없다"며 "치매환자를 많이 접해보지 않은 의사가 그런 부분까지 철저히 확인한 후 진단과 판정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질병을 블루오션으로 생각하는 건 부절적, 큰 틀에서 접근해야"

치매특별등급 의사소견서 발급은 증가하는 치매환자 대비라는 큰 틀에서 접근하되 질병과 관련된 블루오션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노인의학회 이재호 정책부회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치매 환자 수는 53만명이며 오는 2050년에는 5명 중 1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라며 "치매와 관련된 의료비와 기회비용 증가는 물론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고통도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치매특별등급 의사소견서는 의사들로 하여금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양교육을 갖추게 하고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특정 질병을 블루오션 등으로 생각하는 것은 의사로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급여 진료나 미용․성형 등은 블루오션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치매환자가 블루오션이 되면 국가적 재앙"며 "다만 치매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속 노력하는 의사들은 볼 수 있는 환자의 폭이 늘어나 경영에 일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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