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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 성악을 불러요"

손의식
발행날짜: 2014-06-27 06:06:10

김민주 닥터김의원 원장

진료를 마치고 가운을 벗은 의사는 어떤 얼굴일까. 또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의사들은 골프나 여행, 등산 등 획일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여기 자신의 취미를 바탕으로 팔색조의 매력을 뽐내는 여의사가 있다.

경기도 구리 수택동에 위치한 '닥터김의원' 김민주 원장이 주인공이다. 그녀는 자신의 의원에서 환자들에게 직접 성악을 불러주고 화려한 라틴댄스까지 선보인다.

취미를 넘어 이미 성악과 댄스에서 전문가적 수준에 도달한 그녀.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순수예술과 공연예술 사이에서의 깊은 슬럼프도 있었다.

그런 그녀를 일으켜 세워준 힘은 다음 아닌 예술이 가진 순수성과 환자에 대한 사랑이었다.

김 원장을 직접 만나 그녀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지, 의사로서 취미활동이 진료와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등에 대해 들어봤다.

김민주 원장(닥터김의원).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접하게 된 계기는.

참고로 의원 진료대기실에 피아노가 한 대 있다. 그 피아노는 30년도 더 된 피아노이다. 지금까지 어떤 우여곡절이 있어도 이 피아노를 끌고 다녔다. 음악에 대한 애정이 깊은데 그걸 놓지 못해서이다.

음악을 이야기 하자면 어릴 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학원이나 레슨 등을 통해 체계적인 음악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니다.
어머니에게 가정교육을 통해 배웠다. 어머니와 나는 살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음악으로 힐링을 해왔다.

음악에 대한 성취감도 대단할 것 같다.

음악은 어머니에게 순수 그 자체다. 어머니는 순수예술로써 음악의 가치를 추구하는 분이다. 음악을 남 앞에서 뽐내는 걸 싫어하시는 분이시다. 특히 성공의 척도로 클래식이나 와인을 즐기는 걸 좋아하지 않으신다. 그런 어머니에게 음악을 배우다보니 엄격하게 배울 수 밖에 없었다.

남들은 조금만 배워도 뽐낼 자리가 있고 칭찬도 받는데 나는 실력이 느는 것에 따른 성취감은 느낄 수 없었다.

음악을 생업으로 삼으려는 생각은 없었나.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을 생업으로 삼을까라는 생각보다는 어떤 학문이 가장 가치있는 학문인지 고민했다.

인간이 중심이되 모든 과학을 아우르는 학문은 의학 하나이며 그 의학이 최고의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의사 자체보다는 의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의대 진학을 꿈꾸게 됐다.

음악을 생업으로 삼지 않은 이유는 개인적인 사정도 있다. 어렸을 때 초고도비만에다 시력이 나빠 두꺼운 안경을 쓰다보니 음악이라는 무대예술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콤플렉스도 한 몫했다.

음악적으로 어떤 활동을 주로 하는가.

일단 의사로서 진료 외에 환자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부분이 음악이기 때문에 의원 내에서 닥터김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실 의원 대기실이 넓은 것도 음악회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40~50석은 충분히 나온다.

이밖에 대외적으로는 서울국제음악제에 2013년과 올해 출연했고 한국가곡사랑연구회, 서울우리예술가곡연주회, 대한민국성악동호인협회, 초일류 프로와 아마추어가 같은 무대에 서는 모임인 오페라사랑회, 법조계분들이 많이 참여하는 푸르메, 이안삼작곡가 제자모임, 서울시의사협회 모임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닥터김의원 진료대기실.
환자들을 위해 의원 내에서 직접 공연을 연다니 놀랍다. 매년 개최하고 있나.

지금까지 5회 개최했는데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인 '울지마 톤즈'를 보고 중간에 2~3년간 개최하지 못했다. 그 영화를 보면서 내가 하는 것이 남에게 자랑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지 않은 재주를 가지고 오만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의미를 찾을 때까지 2~3년간 열지 못했다.

사실 음악이나 의학이나 인간이 행복하기 위해 추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에서 거기서 즐거움이나 쾌락을 얻는다고 나쁠 것은 없다. 다만 고 이태석 신부가 보여준 것처럼 의사로서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음악을 봉사에 활용하는 것과 스스로를 비교하니 음악을 즐거움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듣고보니 음악적으로 슬럼프도 있었을 듯 싶다.

사실 굉장한 슬럼프가 있었다. 슬럼프의 이유는 음악을 하는 동기부여가 없고 목적이 확실치 않았기 때문이다. 음악을 하는 것이 상류층 문화를 영위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아닌가라는 내적 갈등도 컸다.

음악으로 봉사를 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들이 하는 것을 서포트하지 않고 직접 무대에 서는 나의 실체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내 노래에 감동을 받을 것인가, 감동을 줄 만큼의 실력과 인격이 나에게 있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어머니는 항상 내가 무대를 만들고 직접 서는 것에 항상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조건을 붙였다. 좋은 소리는 음악을 모르는 이가 들어도 알아들을 것이기 때문에 일단 실력이 최고여야 한다는 것이 어머니의 지론이셨다.

최고의 실력을 바탕으로 감동을 줄 수 있으면 해도 좋다는 말씀에 내가 과연 그런 정도에 이르렀나, 더 공부해야 한다는 엄격함 때문에 무대에 서는 게 늦어졌고 슬럼프가 길었다.

슬럼프를 탈출하게 된 계기는.

그런 슬럼프를 겪다 느낀 것 중 하나가 음악을, 성악을 듣고 싶어도 직접 못 듣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무대에 서고 싶은 에너지가 있는 사람과 듣고 싶은 사람을 이어주는 것도 봉사라고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성악을 하는 것도 봉사이고 듣는 것도 봉사인 셈이다. 거기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무 의미없이 단순히 자랑하고 싶어서 퍼포먼스로서의 음악을 했다면 이렇게 좋았을까 싶다. 관객이 공감하고 행복해할 때의 쾌감은 혼자 즐거움을 찾는 것보다 훨씬 깊다.

성악 공연 중인 김민주 원장.
환자들에게 성악을 직접 불러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사로서 내 인생에서 나를 위로하고 내가 위로를 주는, 봉사와 행복을 나눠야할 대상은 당연히 환자다. 왜 의사들은 진료만 끝나면 환자를 모른 척하고 교감없이 관계를 닫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음악과 성악은 나에게 본업을 이어가면서 에너지를 잃기 않기 위해 본연의 삶을 최대화 시킴으로써 환자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위로를 주기위한 도구적 역할도 하고 있다.

그 정도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성악을 통해 남에게 감동을 줄 정도의 경지에 오르려면 많은 고생이 필요하다.
단적으로 히말라야 등반과 비교하고 싶다. 히말라야를 등반할 것이라는 목표를 세우면 그때부터 기초체력, 장비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성악이 꼭 그렇다. 성악은 음악이론, 발성, 외국어, 문학, 연기, 무용, 무대매너, 팀워크 등 많은 준비와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히말라야 등반을 준비하는 노력에 비해 절대 부족하지 않다.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음악적 영감을 주는 스승이 있지 않나.

내게 음악적 영감을 주시고 음악을 완성시켜주는 분들이 계신다. 우리나라 희극오페라의 대가이신 바리톤 박상욱 선생님께 사사받고 있다. 그런데 비싼 레슨을 통해 특별히 사사받는 것이 아니라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사사받고 있다고 하면 모두들 믿지 않는다. 이분께 받은 음악적 영향은 순수한 음악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클래팝의 창시자이자 최고의 작곡가이신 이안삼 선생님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한국가곡은 중년층 이상 노인들이 예전에 인텔리였던 옛날을 회상하면서 한두곡 부르는 정도의 존재감 밖에 없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이안삼 선생님께서는 젊은 사람들이 팝송 좋아하듯이 가곡도 사랑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 걸 못해주는 게 아쉽다는 생각으로 우리나라의 화성으로 클래팝이라는 장르를 만드셨다. 두분다 대단하신 분들이고 마음 속 깊이 존경하고 있다.

룸바 공연 중인 김민주 원장.
성악 외에 댄스스포츠도 상당한 경지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성악과 댄스스포츠를 비교한다면.

성악이 환자와 타인에 대한 봉사라면 댄스는 사생활의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의미가 크다. 또 성악이 정신적이고 학구적인 경향이 크다면 댄스는 사회성과 신체단력이라는 의미도 있다.

각각의 취미에서 채우지 못한 부족한 부분을 다른 취미에서 메꾸고 있다.

의사로서 댄스스포츠나 성악 등의 취미가 환자나 진료에 미치는 영향은.

댄스스포츠를 할 때 비장한 마음으로 땀을 흘린다. 의사는 평생 환자를 봐야하고 캐리어가 쌓일수록 환자에게 많은 도움을 줄수 있어 평생 가지고 갈 직업이다.

의업이라는 긴 여정에서 지치지 않기 위해 취미를 통해 이중삼중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의사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다시 진료실로 들어왔을 때 더욱 의사다워지기 위해서이다.

무대에서 무대의상 입고 춤을 추거나 성악을 하면 의사로서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다. 진료실에 갖혀 있다는 생각도 안 든다. 나는 무대에서 하녀도 됐다가 공주도 됐다가 창녀도 된다. 댄스에서도 로맨틱한 대상이 되기도 하고 두려운 대상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프랑스 여자가 됐다가 다른 무대에서는 이탈리아 여자가 된다.

그런 자유로움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진료실에서 답답하지 않다. 의사로서 더 건강하게 더 잘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자신의 의원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연주 중인 김민주 원장(왼쪽)과 어머니 김혜경 씨.
최근 앞두고 있는 공연이 있나.

다음달 8일 서울우리가곡연주회의 '사랑, 세상을 말하다' 공연을 앞두고 있다.
용산 아트홀 가람홀에서 오후 6시 30분에 열린다. 존경하는 이안삼 선생님께서 곡을 쓰신 클래팝인 '금빛날개'를 연주할 계획이다.

탱고를 추고 싶게 만드는 최고의 멋진 곡이다. 처음 도전하는 작품이라 불안감도 있지만 명곡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음악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가.

개인적으로 궁극적인 꿈이 하나있다. 건강관리를 잘 해서 여러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표현력을 키워서 오페라에서 주연을 꼭 해보고 싶다. 지금은 '피가로의 결혼'에서의 '수잔나' 역할을 공부하고 있다.

사실 오페라가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막장 드라마보다 훨씬 재미있고 드라마틱하다.외국어로 돼 있고 클래식이라는 이유로 거리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성악에 관심있고 도전하려는 의사들에게 조언한다면.

전문적으로 할 것이 아닌 이상 분명히 관객이 있어야 한다. 의사댄스동호회 DDC(Doctors' Dancing Club)처럼 성악도 동호회나 연주단체에 속해서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보다 단체에 속해서 봉사와 행복을 나누는 것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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