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이 국가필수예방접종(NIP, National Immunization Program)에 포함된 이후 서울은 접종량에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지방의 접종량은 증가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4월 1일 보건복지부가 '정기예방접종이 필요한 감염병 지정 등' 및 '예방접종의 실시기준 및 방법' 고시 일부개정안을 시행함에 따라 지난 5월부터 2개월~59개월 이하 영·유아와 만성질환 및 면역저하 상태의 어린이의 경우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됐다.
NIP 도입 전 소아폐렴구균 예방백신이 접종 1회 당 13만~15만원 가량하는 고가 백신이라는 이유로 5월 무료접종을 앞두고 4월 접종량이 크게 감소하기도 했으나 본격 무료접종이 시작된 5월부터 신규 접종자와 4월 미접종자가 몰리면서 접종량이 일시적 급증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의 국가필수예방접종 도입에 대한 가시적 효과와 접종률 증가 판단은 5월~6월 이후 상반기가 지나야 가능할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전망이었다.
메디칼타임즈가 지난 21일 서울과 지방의 소아청소년과 개원가를 중심으로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량을 알아본 결과, 서울의 경우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지 않았으나 지방은 NIP 도입 전에 비해 접종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구로구의 A소아청소년과의원 K원장은 "서울의 경우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되기 전에도 대부분 접종을 하는 추세였다"며 "무료접종 이전과 비교했을 때 뚜렷한 증가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또 다른 B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도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이 무료가 되기 전에 비해 접종자가 소폭 증가하긴 했다"며 "그렇다고 해서 전에 비해 확 늘어난 느낌은 아니다. 비율로 따지면 10% 이내 정도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아폐렴구균 NIP 이후 지방 접종률 증가…서울은 변동폭 낮아
반면 지방의 경우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이 많게는 20% 이상 증가한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C소아청소년과의원 L원장은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이 무료접종이 되기 전에는 비용적인 부담이 있어서 돌이 지나 두 번, 또는 두돌이 지나서야 한번 접종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생후 2개월부터 접종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충남의 D소아청소년과의원 M원장은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무료접종 이후 접종자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것 같다"며 "전에는 보호자들이 맞추고 싶어도 못 맞추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은 부담이 줄어 보호자들이 상당히 기뻐한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도 소아폐렴구균 무료접종 이후 접종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김미영 사무관은 "접종에 대한 자료들은 잠정통계를 내서 분기별로 외부에 발표하고 있는데 곧 발표를 앞두고 있다"며 "현재 잠정통계에 따르면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이 무료로 시행된 이후 접종률이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관은 "지난해 12월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이 국가필수예방접종이 포함된다는 안내가 나간 이후 접종률이 굉장히 떨어진 적이 있었다가 다시 증가했다"며 "이후 4월에 5월부터 무료라고 발표하면서 4월 접종량은 급감하고 대신 5월 접종량이 두배 가량 증가했었다. 이후 소폭 줄기는 했으나 5월 접종자들의 2차 접종스케쥴이 맞물리면서 다시 접종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접종비 상환 지연·성실납부대상' 우려 여전
그러나 개원가는 증가하는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량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눈치다.
상당수 지자체가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에 소요되는 별도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접종 상환비용 미지급 사태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매칭펀드로 실시되는 국가필수예방접종의 특성상 각 지자체와 자치구들도 소아폐렴구균 무료접종과 관련된 예산을 편성해야만 한다.
그러나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갑자기 포함이 돼 지방의 상당수 지자체 및 자치구는 올해 사업예산 배정이 지난해 완료된 상태에서 추가로 사업예산을 편성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소아과학회 서울지회 양정안 공보이사(양정안연합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는 "아직 미지급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지급이 지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 관악구의 경우 지난 4월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예방접종 비용상환이 다소 지연될 수 있음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관내 의료기관에 하달한 바 있다.
당시 관악구보건소 지역보건과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 사업 예산과 관련된 문제는 전국이 똑같은 실정"이라며 "국가필수예방접종은 정부와 지자체 및 자치구의 매칭사업이라 구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구비 분담금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을 많이 하는 의료기관일수록 세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개원가의 불만 중 하나이다.
양정안 공보이사는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량이 많은 의료기관일수록 토탈 매출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성실세무조사 대상이 될 확률이 높아지는데 이 경우 기장료도 오르고 세율도 높아진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불만이 남아있는 상태이다. 심지어 백신비는 실금액에서 따로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충남 D소아청소년과의원 M원장도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이 국가필수예방접종에 도입된 이후 비급여로 받는 항목하고 체계가 달라졌다"며 "세금 부분의 외형이 커지다보니 원장들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특히 성실신고제와 연관해 기존의 매출이 높던 의료기관들은 부담이 많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 "국비 우선 집행 결정…접종비 미지급 사태 없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접종비용 미지급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과 관리자는 "전체적으로 볼 때는 예산이 부족하지 않은데 일부 지자체는 행정적인 이유 등으로 국비를 먼저 집행하자는 곳도 있었다"며 "원칙대로라면 국비를 먼저 집행하면 안 되고 지방비 확보가 우선이라 일부 시군구와의 마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소아폐렴구균 예방접종이 지자체 추경 편성시 반영이 안 될 가능성 거의 없기 때문에 국비 먼저 집행할 수 있도록 조율했다. 지금은 크게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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