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7월 의료보험 통합과 동시 의료보험연합회에서 수행하던 진료비 심사업무를 심사의 공정성,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해 별도법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설립하였다.
병원에서 청구한 진료비에 대한 심사와 진료가 적정하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평가는 국민으로부터 받은 건강보험료를 낭비 없이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당연히 치러야 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업무는 심평원이 생기기 전에 없었던 것이 아니라 똑같은 업무를 현재 건강보험공단의 전신인 의료보험연합회의 담당 부서에서 수행하였다.
건강보험료를 거두고 관리하는 기관(현재의 건강보험공단)에서 심사업무까지 하게 되면 아무래도 건강보험재정절감에만 주력하게 되어 인위적인 의료 수가억제로 이어진다. 이는 의료의 질 하락을 초래하고 국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로 진료비 심사업무를 건강보험공단에서 따로 독립시켜 합리적인 심사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이 생겼다.
국민의 입장에서 건강보험료 절감이 좋아 보이지만, 이는 허구이다. 실제로 보험혜택을 못 받는 약품이 늘어나고 의료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서비스산업인 3차 산업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많은 생산요소가 들어가는 의료업에 재화를 투자하지 않고 그 서비스의 질이 향상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언젠가 의료비가 증가할수록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심평원 교수의 발표를 본 적이 있다. 그러면, 의료비가 낮을수록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게 가능하다면, 임금이 낮을수록 삶의 질이 향상된다는 뜻과 같다. 1차 산업인 유전의 석유도 무한정 공급되지 않는데 3차 산업인 의료 서비스 산업에 아무런 투자도 없이 빼먹기만 하면서 의료수준이 유지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의료비가 증가할수록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고 하면, 최근의 의료산업 선진화 대책과 관련하여 외국환자 유치로 많은 의료비를 받고 질 낮은 의료를 제공 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높은 의료수준이 유지되려면 우리 국민은 의료비가 낮아야 되는 인체구조이고 외국인은 의료비가 높아야만 하는 인체구조인가?
숫자와 통계로 의료의 질을 평가하고 기준을 정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 세계 모든 경제학자들이 토로하는 어려움이다. 환자마다 또 같은 환자라도 질병의 시기에 따라 다른 치료를 해야 하고 의사 개인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정확하게 수치화 한다면 바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것이다.
요즘 들어 심평원이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많이 하고 있다. 심평원의 입맛에 맞는 진료를 하는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환자진료 시 의료의 질과 직결되는 정상적인 수가를 적정하게 책정할 생각은 않고 편법의 인센티브로 심평원의 정책에 억지로 호응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 정도가 너무 심각해서 마치 수족관 돌고래가 재주를 부릴 때마다 생선 한 마리 주듯이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만 주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된다는 식이다.
이제는 14년 전 심사평가원 설립 목적인 진료비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제고로 국민건강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심사평가원 설립 후 더 심화된 초 저 수가를 황당한 수치와 통계로 적정하다고 우기기 보다는 합리적인 적정수가로 국민건강을 위한 최선의 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실제 환자를 보고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의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를 귀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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