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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감염내과 전문의도 부족한데 에볼라 파견이라니 "

이창진
발행날짜: 2014-10-21 05:58:46

각 병원당 전문의 1~2명 불과…"자원해도 병원서 노하면 답 없어"

에볼라 바이러스 발생국에 파견할 의료진 공개모집 방침에 의료계 여론이 심상치 않다.

정부는 20일 서울청사에서 보건복지부와 외교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이번주 중 에볼라 피해지역에 파견할 의료진 공개모집에 나선다는 협의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요지는 11월 복지부 등 3개 부처 관계자 6~7명으로 구성된 선발대를 먼저 파견해 현지상황을 점검한 후 공개모집 신청 의료인을 대상으로 사전교육 및 훈련, 귀국 후 안전대책 등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일 에볼라 위기대응 보건인력 파견 협의 내용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국방부 박철균 국제정책차장(준장), 외교부 오영주 개발협력국장, 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
군 인력(군의관과 간호장교)을 포함해 자발성과 전문성에 입각해 자원자를 선발하고, 파견인력의 안전대책에 만전을 기한다는 원칙도 피력했다.

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은 이미 감염 관련 학회와 3차례 협의를 거쳤고, 의사협회 모 의사와 유선으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오영주 개발협력국장은 UN에서 숙련된 보건의료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으며, 한국 정부는 보건인력 파견이 국격에 맞다고 판단해 대통령이 지난 16일 아셈 전체회의에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파견 의료진 공개모집 방침에 의료계는 혼란스런 분위기다.

의사협회는 대통령 발언을 의식해 공식적 입장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자발성과 전문성을 원칙으로 파견한다고 하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진 안전"이라면서 "WHO와 미국 CDC 등도 현지 의료진 감염을 우려하고 있어 협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복지부 국장이 협회 누구와 통화했는지 모르나 아직까지 집행부와 협의한 사실도, 전달된 내용도 없다"고 전하고 "21일 조찬회의에서 의견을 모은 후 수요일(22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이 포진된 병원들도 공개모집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한 보직교수는 "부산 ITU 전권회의에 따른 격리병상을 운영 중인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대병원 등은 국내 감염 발생에 대비한 준비태세에 돌입한 상태로 현재로선 의료진 파견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에볼라 감염 위험성이 소강상태이고, 의료진 중 지원자가 있으면 추후 상황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각 병원 감염내과 의사가 1~2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자원한다 해도 병원에서 '노'하면 무산될 수밖에 없다"면서 "자원한 의료진의 교육기간과 파견 후 에볼라 잠복기에 따른 20일 격리기간을 감안할 때 공백이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감염학회에서는 신종플루와 사스 발생시 신종 감염병 대비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며 "이번이 첫 국가파견이나, 앞으로 국력이 높아질수록 의료진 파견은 늘어날 수 있다"며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처를 꼬집었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제고하기 위한 대통령 발언으로 정부가 의사들의 입만 쳐다보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복지부에 따르면 10월 17일 현재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 이후 총 9191명이 감염됐으며 이중 454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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