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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원장, 형사처벌 면했어도 행정처분은 못 피한다"

박양명
발행날짜: 2014-12-31 05:56:51

행정법원 "사무장이 의사 명의 빌려 병원 개설 확인, 환수 마땅"

불법 사무장병원에 몸담았던 의사 양 모 씨. 형사처벌은 피했지만 정부의 요양급여비 환수 행정처분은 피할 수 없었다.

형사처벌을 안 받았어도 사무장병원에 고용됐었다는 사실만 확인되면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이승한)는 최근 사무장 정 모 씨에게 고용돼 서울 강동구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했던 의사 양 모 씨가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 환수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비의료인인 사무장 정 씨는 100병상 이상 운영이 가능한 건물이나 부지를 물색해 투자자금을 조성한 후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6개의 요양병원을 차례로 개설했다.

정 씨는 병원장을 공모해 진료를 보도록 했지만, 경찰에게 덜미가 잡혔다. 정 씨와 6개 요양병원 원장들은 징역, 벌금 등의 형사처벌을 받았다. 여기서 6개 요양병원 중 한 곳의 바지 원장이었던 양 씨만 형사처벌을 면했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의 레이더망은 피해갈 수 없었다.

건보공단은 양 씨가 있었던 병원이 의료법 개설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2007년 4월부터 12월까지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16억여원에 대해 환수처분을 내렸다.

양 씨는 "정 씨에게 투자를 받았을 뿐 고용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양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 씨는 병원 신축, 인테리어 공사, 의료기기 구매 등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부담했고 양 씨는 정 씨에게 매월 약 12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요양급여비가 들어오는 양 씨 명의의 통장은 정 씨가 관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병원은 정 씨가 의사인 양 씨의 명의를 차용해 개설한 병원"이며 규정짓고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한 의료기관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런 요양기관은 요양급여비용을 받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건보공단 측 변호를 맡은 김준래 변호사는 "양 씨는 검찰 기록을 보지 못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다른 증빙자료에서 사무장에게 고용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행정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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