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 손의식 편집팀장| 대한의사협회 제39대 회장으로 추무진 후보가 당선됐다. 축하에 앞서 묻고 싶다. 왜 대한의사협회장이 되려고 했는지.
깊은 속내를 일일이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일단 공약만 놓고 보자면 크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올바른 의료제도의 확립, 의사들의 권익보호 등을 내세우고 있다. 무엇하나 버릴 것 없어 보이는 소중한 공약들이다.
재선의 기쁨에 벅찬 마음이겠지만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의 공약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선거란 유권자와의 대화다. 후보는 공약으로 말을 건네고 유권자는 기표로 답한다. 그래서 각 표에는 수천 수만의 고통과 좌절, 기대와 희망이 깃들어있다. 그리고 당선자는 공약을 이행함으로써 다시 이들에게 답변해야 한다.
그런데 의사협회장 선거 때마다 '낮은 투표율'이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이번 제39대 의사협회 회장 선거 역시 마찬가지였다. 4만 4414명의 유권자 중 투표에 참여한 이는 1만 3608명. 이중 추무진 후보는 불과 3285표만으로 의협회장에 당선됐다. 다른 후보들과도 큰 차이가 없었다.
진부하게 11만 의사의 대표성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왜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대감이 낮기 때문이다. 의사협회에 대한 기대, 의사협회장에 대한 기대가 낮다보니 자연 투표에 대한 관심도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공약 남발'이 낮은 기대감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다. 매 선거 때마다 각 후보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비슷한 공약과 무리한 공약을 쏟아낸다. 물론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규제적 의료제도와 무한경쟁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의료 생태계의 개선이 없는 한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공약이라는 점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공약은 문제점을 열거하는 것이 아니다. 실행을 전제로 하는 공적인 약속이다. 지금까지 의사협회장 선거를 살펴보면 '공약(公約)'을 위한 공약도 있었지만 말 그대로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空約)'도 적지 않았다. 회원들의 관심과 기대가 낮을 수 밖에 없다.
추 당선자의 재선은 지난 보궐선거에서의 공약 이행과 안정적 회무에 대해 유권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다른 후보들과의 표차가 크게 나지 않았다는 것은 제38대 의협회장에 대한 불신과 불만도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추무진 당선자는 자신의 공약이 진심이 담긴 '공약(公約)'인지, 아니면 표를 공략하기 위한 '공약(空約)'은 추호도 없었는지 깊이 되짚어봐야 한다. 그리고 왜 의사협회장이 되려고 했는지, 의사와 의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걱정하는 자신의 진정성에 터럭 하나 없는지도 말이다.
그 진정성이 순수하다면 회원들은 의협에 대한 관심과 기대로 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추무진 당선자의 재선 성공에 늦은 축하를 보내며 어려운 레이스를 함께 펼친 나머지 후보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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