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간 기능 악화에도 아랑곳 않고 한약을 처방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한의사에게 약 2억6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한의사는 법원 판결이 억울하다며 대법원 문까지 두드렸지만 통하지 않았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김창석)는 최근 1년여간 한약을 먹다가 간 기능 저하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충청북도 청주의 H한의원 김 모 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평소 C대학병원에서 접촉성 피부염 치료를 받던 박 모 씨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진료예약을 한 후 2009년 1월 9일 H한의원을 찾았다.
김 원장은 박 씨의 상태를 '소화기 장애로 인한 면역체계 이상'이라고 진단 내리고 "양방 치료 및 양약 복용을 중단하고 1년간 한약을 먹으면 체질이 개선되면서 완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김 원장의 말만 믿고 한약만 먹으면서 침과 뜸치료를 병행했다.
그런데 약 2개월 후 박 씨는 고열과 두통을 호소했고 눈동자와 소변에 황달 증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김 원장은 변비로 인한 독성이라며 성분이 크게 다르지 않은 한약을 계속 복용케하고 온열치료까지 했다.
결국 박 씨는 2009년 3월 9일 C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이 때 간효소 수치는 3172/885에 간 기능이 80~90% 손상된 상황이었다. 병원 측은 급성 전격성 간염 의증으로 진단하고 다음날 환자를 서울의 S대학병원으로 전원했다.
S대학병원은 응급 간이식 수술을 했지만 박 씨는 수술 부작용으로 전격 간 기능 상실, 폐혈증으로 사망했다.
박 씨의 간 수치는 H한의원을 방문하기 전에는 41/68, 19/12로 정상범주에서 살짝 벗어나거나 정상 수준이었다.
박 씨 측 유족은 설명의무위반, 전원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김 모 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청주중앙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한약 복용 때문에 환자 간기능이 손상될 수 있는지 여부는 여러 이해집단 사이에서 첨예하게 이해가 대립하고 있는 민감한 부분이다. 양방을 기반으로 한 현대의학 관점에서 한방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지만 많지는 않더라도 한약을 복용한 후에 간기능의 손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분명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한약을 복용하면 체질 개선으로 접촉성 피부염이 환치될 것이라는 설명만 했을 뿐 장기간의 한약 복용에 의한 간기능 손상의 가능성 및 그로 인한 위험성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또 "김 원장이 박 씨의 황달 증세 등을 인식한 이상 박 씨의 간기능 손상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이 때 가장 먼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의심 되는 원인인 한약의 복용을 중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 상고 했지만 법원의 판결을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김 원장이 설명의무와 전원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며 "김 원장의 전원의무 위반의 과실과 박 씨 사망의 결과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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