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당시 민주당 김성순 의원이 '한의약육성등에관한법률'안을 대표발의한 후 수정을 거쳐 2003년 7월 한의학의 현대화․세계화․보편화로 한의약 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육성 발전시켜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고부가가치 보건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취지로 '한의약 육성법'을 만들었다.
이 법에 따라 제1차 한의약 육성발전 계획(06~10년 5년간)에 4천억을 쏟아부었으며, 2011~2015년 동안 2차 한의약 육성발전 계획기간에는 무려 1조원이 넘는 혈세를 투자하고 있다. 무려 4천억 원이나 들인 1차 계획에 대한 평가는 한의학연구원이 30여명을 대상으로 '잘됐다', '보통이다', '잘못됐다'를 선택하는 형식의 설문조사가 전부이다.
2011년 복지부가 1차 계획의 성과로 동의보감편찬 400주년 기념 사업단을 만들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한 것을 한의약 세계화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한방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만드는 일과는 동떨어진 내용이다. 이를 위해 동의보감 기념 사업단까지 만들고 등재를 위한 작업에 혈세는 얼마나 썼는지 자못 궁금하다.
2011년부터 1조원이상 투입되는 계획에도 한약진흥재단 설치, 한방진흥센터 건립과 한방엑스포, 한방지역축제 같은 홍보성 행사가 돋보인다. 제2차 종합계획의 목표도 한의약 과학화․산업화․세계화를 통해 국민의 건강향상과 한약안전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하였지만 계획연도가 끝나가는 올해까지도 특별한 성과라고 알려진 것이 없어 그 실태를 파악해 보았다.
2013년 12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한방산업 육성을 위한 실태조사 연구'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한방과학화와 산업화의 척도가 되는 의약품용 한약재(규격품) 품목수가 2007년 510개에서 2012년에는 488개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 수치 조차도 가공 포장된 의약품용 인삼이 포함된 것이다.
국내 한약제제 총 생산액은 2005년에서 2009년까지 연평균성장률이 –3.5%로 감소하였다. 특히 한방 병의원 처방용 단미엑스제(한방 의료보험급여 처방 조제용 개별 한약재 추출 과립)생산액은 2006년 이후 10억원 미만으로 영세한 수준이며,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한방의료기기 시장규모(생산액 기준)는 2012년 약 579억원이며 생산액 기준 1위가 침(133억원, 22.9%), 2위는 저주파자극기(110억원, 19%)이다. 한방의료기기 수출액은 2012년 1,012만 달러로 전년대비 25% 감소하였으며 가장 많이 수출된 품목은 '침'으로 546만 달러가 수출되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한의학 육성발전을 위해 대략 1조원 정도 투자한 성적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10년전 목표로 내세웠던 내용이 5년전 다시 비슷한 내용으로 반복되고 내년부터 시작될 제3차 한의약 육성발전 계획에는 또 얼마나 더 쏟아 부을지 걱정이 먼저 앞선다. 5년해도 안되고 10년간 1조 4천억을 쏟아부어도 안되는 일이 민간 기업체에서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면 그 해답이 나온다.
오래전 필자는 국내 최대 한약재 시장인 경동시장에서 한여름 장마철에도 대형 투명비닐에 넣어 길가에 내놓고 파는 한약재 유통 모습을 보고 높은 습도에 공기도 안 통하니 곰팡이는 생기지 않을지 궁금했고 길가의 온갖 먼지와 매연으로 문제가 많겠다고 생각했다. 현재도 경동시장은 수십년 전 모습 그대로이고 복지부가 밝힌 국민들이 느끼는 한방치료 불만족 요인 역시 이러한 부분이 포함된 과학화, 표준화 미흡, 한약 복용불편 등이다.
현대의학의 모든 치료약도 자연에서 추출되고 합성된 것이지 우주에서 떨어진 것은 없다. 환자 치료에 쓰이는 약 한 알도 길게는 십년이상 연구를 거쳐 만들어도 즉시 사용할 수 없고 다시 수년이 걸리는 임상실험을 통과해야 비로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약초를 분석하고 필요한 성분만 추출해서 동물실험 후 환자에게 임상실험하는 일은 관련 전문가인 과학자와 의사가 할 일이고 지금도 신약개발을 위해 전 세계 제약사들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를 환자가 꼭 알아야할 내용만 간단하게 정리한 것이 깨알 같은 글자로 빼곡하게 쓴 약 설명서이다.
수많은 동식물과 광물까지 섞어 만든 한약을 비방이라고 그 성분은 물론 재료조차 공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한방과학화가 가능한가? 무슨 진흥재단 설립이나 홍보성 이벤트로 과학화가 이루어질 수 없듯이 한방의 과학화 현대화는 과학자와 현대의학 전문가가 하는 것이지 한방전문가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방자체가 비과학적이므로 과학화를 한다면서 그 일을 과학적이지 못한 한방에다 맡겼으니 10년간 1조 4천억을 쏟아 붓고도 한방의료기기 생산1위가 침으로 연간 133억 원이라는 결과가 결코 이상하지 않다.
현대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마저 대부분 10년 이상 철저히 과학적으로 교육받은 의사들에 의해 끊임없이 발전해서 우리나라 의료수준이 이미 세계적수준이다. 비과학적인 한방이 문제인데, 근본적인 문제 해결없이 철저히 음양오행설에 기반한 교육을 받은 한방에서 과학적인 현대의료기기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초음파를 사용하는 어부나 군인을 비유하는데 현대생활의 모든 부분에 과학기술이 응용되지 않은 곳이 없다. 첨단 IT기술이 들어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이들을 모두 과학자라고 하지는 않는다. 한방의 원리인 음양오행술은 과학이 아니며 의학은 과학이다. 억지로 우긴다거나 판례나 법 규정으로 과학을 결정하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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