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A 제약사에 근무하는 K 씨. 그는 병원을 출입하는 영업사원이다. 그런 그에게 메르스는 공포 그 자체다. 메르스에 감염될까봐 두려운 것은 둘째다. 메르스 확산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급감하면서 자신이 맡고 있는 전문의약품의 매출 하락도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윗선에서 병원 출입을 자제하라는 지시까지 내려왔다. 회사에선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며 이해하는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영업사원의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병원에 환자가 없는 상황에서 영업사원이 출입한다해도 매출 하락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수 얼굴이라도 한번 더 봐야 그나마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심정이다.
"메르스? 왜 안 무섭겠나.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병원 문을 바라볼 수만은 노릇이고 답답하다."
국내 모 제약사에 근무하는 영업사원 K 씨의 하소연이다. 그가 맡고 있는 병원은 최근 메르스 환자가 경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 확산에 따라 다국적제약사를 포함한 국내 상당수 제약사는 직원들에게 병원 출입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부분 메르스 확진환자들이 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병원 영업사원을 매개로 한 사내 감염을 예방하자는 차원에서다.
그러나 당장 출입처를 잃은 병원 영업사원들의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메르스에 감염될까봐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들이 늘면서 전문의약품의 매출 하락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 출입 제한령까지 내려오니 영업사원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교수의 안부를 묻는 문자메시지와 전화 몇통이 영업활동의 전부다.
K씨는 "메르스 환자가 경유하지 않은 병원에 출입하는 다른 영업사원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병원이 전반적으로 환자가 줄었다. 질환이 감소했을리는 없고 감염이 무서워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는 것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영업사원이 할 수 있는 것은 솔직히 없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고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와 병원 모두 메르스 확산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포감이 필요 이상으로 부각되는 것 같다"며 "병원과 의사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사회적으로 과도한 불안감이 조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국내 제약사들도 비슷한 고민이다.
B제약사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의 병원 출입을 자제시키진 않았지만 영업활동이 많이 위축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병원을 피하는 게 능사만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예의 주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메르스 병원 명단이 공개된 이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출입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병원쪽 영업사원들의 고민이 큰 상황이다. 다만 로컬쪽 영업은 병원쪽에 비해 영향이 적다. 병원쪽과 로컬쪽의 영업실적이 차이가 나겠지만 회사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고 했다.
그는 "영업사원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병원 출입을 자제하라는 것은 불가피한 매출 하락에 대한 부분까지 감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C제약사는 공식적으로는 병원 출입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영업을 생각하면 아예 출입을 막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제약사 관계자는 "병원 영업사원들에게 출입은 자제하고 가급적 전화통화 정도로 영업활동을 하라고 지시했다"며 "그러나 다니지 않으면 어떻게 영업을 하겠나 병원 방문시 개인위생에 신경 쓸 것을 별도로 교육했다"고 설명했다.
D제약사 역시 메르스 공포가 과도하게 부각돼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D제약사 관계자는 "발생 병원쪽에 대해선 출입을 자제시키고 있다"며 "반면 로컬쪽은 비교적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다. 영업사원들이 출입을 끊는다고 실적이 단기간에 떨어지진 않는다. 문제는 환자가 없어서 약이 소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고 토로했다.
그는 "메르스가 너무 부각된 점이 영업에 차질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다른 제약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영업사원들에게 열심히하라는 말 밖엔 해줄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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