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시작된 메르스 사태 때문에 심각한 국가 보건체제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선 의료기관과 의료인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환자진료와 국민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다행스럽게도 메르스 사태는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서서히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그동안 무조건적으로 진료현장에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온 의료기관의 현실적 어려움과 경영난의 여파가 갈수록 누적, 증폭되고 있다.
기존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 감소는 물론이거니와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심까지 조성되어 극도로 의료기관 방문조차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의료기관의 경영이 불가능할 정도로까지 상황이 악화되었다.
그럼에도 국가 차원의 지원책과 해결방안을 믿고 묵묵히 진료현장을 지켜왔지만 현재까지 정부차원의 가시적인 결과물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논의되어 일부 시행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대한 금융지원 차원의 소위 메디컬론과 요양급여비용 선지급 확대 방안 등을 보면 의료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은 커녕 어려운 의료기관에 또 다른 절차와 행정부담만을 지우고 있는 모양새다.
메디컬론은 대출규모와 금리 혜택이 기존의 그것과 연동되어 실질적으로 메디컬론을 이용할 수 있는 실수요자가 거의 없다. 적용기간 또한 너무 짧아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오히려 일선 의사들의 분노를 유발하기도 하였다.
요양급여비용 선지급 방안 역시 지원이나 배려라기 보다는 엄격히 말해 국민건강보험법령에 정해진 기간내에 지급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무슨 의료기관에 대한 거창한 특혜나 되는 듯이 포장을 하니 의사 회원들의 빈축사고 있다.
메르스 환자 확진과 경유 의료기관만을 그 대상으로 함에 따라 타 의료기관의 간접적 피해와 영향은 배제하였다는 비난과 지적이 일자 부랴부랴 지원 의료기관 확대를 검토하고 있으나, 이 또한 절차가 복잡하다.
해당 의료기관은 '선지급 채무이행 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해야 하고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의결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결국 의료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과 지원은 뒷전인 채 정부는 오직 전시행정과 생색내기에 급급한 모습만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메르스 관련 의료기관에 대해 실질적 지원과 보상을 하고자 한다면 형식적인 서류제출이나 의료기관 범위 제한 등 번거로운 제약 요소를 없애고 모든 의료기관이 적용을 받고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
국가적 위기 상황인 메르스 사태에 환자진료와 감염 예방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한 의료기관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과 보상은 정부차원에서 당연히 보장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고 도리라 할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의료기관의 경영정상화까지 바라는 것도 무리라고 한다면 적어도 의료기관이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이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바란다.
국가와 정부가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신뢰를 주지 못하면 앞으로 메르스 사태와 같이 국가 보건과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과연 어느 의료기관에서 이번처럼 앞뒤 계산없이 사태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설지 의문이 든다.
굳이 이전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면 지난 2001년 의약분업 이후 건강보험 재정 파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고통분담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의료계는 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해 모든 불이익과 손해를 감수하며 국가위기를 극복하고자 동참했다.
그러나 2015년 현재 20조원이라는 건강보험재정 흑자분을 어떻게 써야하나라는 행복한 고민 그 어디에도 의료계에 대한 손실보전의 몫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에 격세지감과 비애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오직 진료만 전념하라. 뒤는 국가가 모두 책임진다'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국민건강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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