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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보백보…이해부족 ‘심평원’·준비부족 ‘협회 TF팀’

정희석
발행날짜: 2015-10-16 16:22:49

15일 2차 간담회…간납사 개념 설명·피해사례 수집 부실

간납사(구매대행업체) 철폐에 나선 업계를 대표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내 꾸려진 TF팀과 치료재료 유통구조 실태조사 계획을 추진 중인 심평원 치료재료실이 지난 15일 2차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8월 26일 1차에 이어 열린 이번 간담회는 TF팀 실무단이 간납사로 인한 피해사례를 심평원에 전달, 간납사 철폐 당위성과 제도개선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간납사에 대한 심평원의 이해부족과 TF팀 실무단의 안일한 준비가 맞물리면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심평원 치료재료실은 현행 치료재료 유통구조 실태에 대한 일반전인 현황을 소개했다.

또 의료기기업계가 주장하는 치료재료 유통과정에서의 불공정거래 사례를 실태조사하고, 현황을 파악해 결과를 정부 유관기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실태조사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이 진행하고 결과를 취합해 심평원에 전달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특히 심평원은 1차 회의에서 공개한 ‘치료재료 유통구조 실태 설문조사안’ 보다 문항 수를 크게 줄인 새로운 설문조사안을 제시했다.

TF팀 관계자는 “실태조사 주체를 심평원이 아닌 협회와 조합에 위임해 수행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조합이 작성하는 설문조사안은 객관식 문항 외에도 업체들이 겪고 있는 피해사례를 주관식으로 서술할 수 있도록 만들고, 답변자 익명성도 보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기존 심평원 설문조사 문항에는 ‘간납사’라는 정확한 표현이 없었다”며 “업계가 만드는 설문조사 서식에는 이를 명확히 적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협회·조합이 설문조사안을 만들고 간납사 피해사례를 전방위적으로 수집해 정부에 공식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심평원과 업계 간담회가 간납사 철폐는 고사하고 치료재료 유통구조 제도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간담회에서 TF팀 실무단은 간납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부족한 심평원 담당자들에게 그 개념을 설명하는데 상당시간을 할애했다는 전언.

간담회 한 참석자는 “심평원 관계자들은 간납사와 도매업체·대리점과의 차이점을 헷갈려 했고, 왜 구분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심평원이 간납사 개념을 정말 모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치료재료 유통구조 제도개선 의지가 없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간납사 개념조차 이해 못하는 상황에서 치료재료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심평원 치료재료실도 아이러니하지만 간납사 철폐를 주장하면서 정작 안일한 준비로 간담회에 임한 TF팀도 실망스럽다.

당초 TF팀 실무단은 2차 간담회를 통해 간납사 피해사례를 심평원에 전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실무단이 준비한 자료는 2012년 11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방안 연구’를 요약한 내용과 언론기사에서 발췌한 간납사 피해사례가 전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TF팀이 진정 간납사 철폐에 대한 근본적인 실천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적당히 간납사 피해를 알려 간납수수료 인하 등 근시안적인 성과만을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의료기기업계가 복잡다단한 정치적 역학구도에 있는 정부기관으로부터 일방적인 지지와 지원을 이끌어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식상하지만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라는 말이 있다.

원하는 걸 끊임없이 요구할 때 그나마 하나라도 더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는 대형 간납사와 맞선 TF팀은 아직 울음을 그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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