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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절대불가 이유, 천문학적 비용부담은 누가

김명성
발행날짜: 2015-11-06 13:22:31

대한의사협회 김명성 보험자문위원

대한의사협회 김명성 보험자문위원
정부는 1999년 9월 의약분업 실시를 앞두고 “의약분업 후 기존의 의료비(진찰료+약값)를 병원에서는 진찰료만 내고, 약국에서는 약값만 나누어 내기 때문에 의료비가 증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약분업을 시행해도 재정절감 효과가 발생해 국민의 추가부담이 없거나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4년 연간 약국의 총 조제 행위료(약값 제외, 이하 조제료) 수입은 3조 2500억 원이었다. 2015년 상반기 외래 처방전 1장에 포함된 조제료는 6831원이며 같은 기간 처방전 발행건수는 2억 5300만 건으로 상반기 조제료 총 지출액은 1조 7300억 원이다. 일 년으로 계산하면 현재 약국의 연간 총 조제료는 3조 4600억원 규모이다.

한 푼도 국민의 추가부담이 없다던 16년 전 정부의 발표는 거짓말이었으며, 매년 약국의 조제료 규모가 증가하고 있어 2년 후에는 연간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약분업이 실시되지 않았다면 연간 3-4조원의 국민의료비를 절약할 수 있었거나, 그 비용만큼 건강보험의 보장성강화나 의료의 질 향상에 사용되었을 것이다.

참고로 여기서 ‘의료의 질 향상’이라는 것은 3차 산업인 의료서비스에 필요한 생산의 3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의 양이 추가로 투입된 질 향상을 뜻하며 의료비용의 추가 없이 국가가 폭력적 간섭으로 강제하는 페널티와 인센티브로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의료의 질은 아니다.

16년 전 정부는 추가비용이 없다고 국민을 속이고 의약분업을 추진한 꼴이 되었는데, 이제는 공공연히 의료법 개정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하면 3만 6천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노다지라고 한다. 대체 누구에게 노다지인지 그 노다지의 재원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그 재원과 규모를 추측해 본다.

2014년 현재 2만 1000곳의 약국과 2만 9000곳의 의원이 있는데 원격의료로 일자리가 3만 6천개나 생길 수 있는 지 의문은 갖지 않기로 하고 정부가 노다지라고 주장하는 일자리가 당연히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계약직은 없으리라 믿는다.

현재 정규직 대졸 초봉(연봉) 3천 500만원으로 계산한 일자리 3만 6천개의 임금(노동의 비용)만 1조 3600억 원이다. 노동의 비용만 1조 3600억 원이 투입될 생산 활동에 회사의 업무공간인 토지의 비용과 자본이 필요하며 기업의 이윤까지 발생해야하므로 총 비용의 규모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연간 조제 행위료 3-4조원 규모를 훌쩍 넘어 대략 5-10조원 정도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5-10조원 규모의 건강보험재정과 환자 본인부담금을 국민이 추가로 부담하거나 의료의 질 하락을 감수하고 환자치료를 위한 병의원의 기존 의료서비스비용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의료비용의 추가 없이도 의료의 질 향상을 이룰 수 있다는 우리나라 심사평가원과 그 주변에 계시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은 고려하지 않기로 한다. 자본집약이 특징인 3차서비스산업으로 분류되는 의료서비스에서 비용의 추가 없이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경제논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침묵하고 있는 원격의료재원은 원격의료 프로그램 구입비, 이용할 때마다 지불하는 서비스 이용료, 원격의료관련 의료기기의 구입비용, 원격의료기기 운영 프로그램 구입비용 및 프로그램 이용 시 마다 지불하는 서비스 이용료, 틀림없이 최소 매년 실시될 업그레이드비용,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손도 못쓰는 독거노인들에 대한 A/S 출장비(저질 프로그램으로 오류가 자주 발생할수록 수익이 창출되는 장사치들의 수법까지) 등의 형태로 무궁무진한 건강보험재정 뜯어먹는 방법들이 동원될 것이므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부의 지원 아래 연간 5-10조원의 의료비를 빼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다.

넓은 국토면적으로 몇 시간을 가도 병원이 없는 지역이 수두룩한 미국은 20년 전부터 원격의료를 실시하고 있다. 원격진료 시 환자의 치료에 소홀함이 없도록 철저히 대면진료와 같은 비용을 지불하고 반드시 의사의 참여하에 철저히 검증된 부분만 시행하며 알래스카주 같은 경우 안과와 치과진료는 절대로 원격진료로 못하게 해서 환자의 치료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아무리 원격의료기기가 발달해도 환자를 직접 보면서 진찰하고 치료하는 대면진료보다 나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년간의 경험과 기술이 축적된 원격진료를 미국이 외국에 수출한다는 이야기 또한 들은 적이 없다.

오늘 아침 뉴스에 요즘 세종시 관료와 공기업 임직원들은 화상회의를 어떤 주제로 할지 특별한 회의를 한다고 한다. 세종시 이전 뒤 공무원들이 길거리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비판에 고위층에서 부서별로 화상회의 의무 할당량이 떨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얼굴을 보고 회의하는 것과 화상회의는 효율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화상회의 이용율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도 모자라서 ‘화상회의 주제’찾기에 시간을 소비하고 있단다.

원격진료 20년 역사의 미국정부도 컴퓨터 화면으로 진료하는 불완전한 진료는 절대로 대면진료를 대신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우리나라 의사들도 같은 입장이다. 원격진료로 인한 국민부담과 화상진료를 믿고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질병의 악화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은 더 늘어나는 기형적인 현상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화상으로 진료하는 원격진료가 대면진료를 대신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과 해외수출 같은 이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과연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부처는 이때까지 원격진료에 관한 회의를 화상으로 몇 번이나 했을지 궁금하다.


※칼럼의 내용은 메디칼타임즈의 편집방향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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