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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병 의료행위…군의관 책임일까, 군의료체계 문제일까

박양명
발행날짜: 2015-12-14 12:20:29

해당 군의관 자격정지…전의총 "군의료체계 근간 흔드는 중요한 판결"

의료인이 아닌 의무병에게 의료행위를 시킨 군의관 한 모 씨.

그는 형사재판에서 벌금 700만원 형을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근거로 한 씨에 대해 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 7일 행정처분을 내렸다.

한 씨는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차행전)는 최근 복지부의 행정처분이 옳다는 판결을 내렸다.

정부와 사법부가 틀렸다고 판단한 한 씨의 잘못은 무엇이었을까.

한 씨는 경북의 군부대 의무실에서 환자를 진료한 후 국방의료관리체계(e-DEMIS) 사용이 어렵고 귀찮다는 이유로 1년 동안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았다.

또 의무실에서 의료인이 아닌 의무병에게 약의 종류, 성분, 기능을 기재한 약 리스트를 외우게 하거나 주사 놓는 방법을 가르치고, 간단한 환자는 알아서 약을 주라고 하는 등 의료행위를 하게 했다.

구체적으로 소속대 순회진료 시 두드러기 증세가 있는 병장에게 주사를 놓게 하는 등 총 61회에 걸쳐 의료행위를 하게 했다.

한 씨는 재판장에서 "국군은 창군 이해 의료 관련 자격이 없는 의무병에게도 군내 의료를 담당하게 했고, 군대 내에서는 60년 이상 무자격자인 의무병에 의한 의료행위 또는 의료보조 행위가 이뤄져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무병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해도 어떠한 행정처분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갖게 됐다"며 "복지부의 처분은 신뢰보호원칙 또는 실효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한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 씨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군의관이 간호조무사, 간호사 등 의료 관련 자격이 없는 의무병에거 의료행위를 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거나, 한 씨의 행위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는 복지부의 공적인 견해표명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한 씨가 행정처분이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갖게 됐거나 그런 신뢰에 정당한 사요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는 군의료체계 개선을 주장하고 나섰다.

전국의사총연합회는 14일 성명서를 내고 "군 의료체계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중요한 판결"이라며 "창군 이래 60여년 동안 인력과 비용 문제 등으로 묵인, 방조돼 왔던 무면허 의료행위가 대외적으로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불법임이 확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이시간에도 자격증이 없는 의무병이 주사를 놓거나 혈압을 재고 있고, 채혈 및 X-ray 촬영을 하고 있다"며 "심지어 복지부가 의료기관으로 인정하지 않은 사단의무대, 연대 대대의무실, GOP 등에서 의료행위가 이뤄지고 이는데 이것 역시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전의총은 국방부와 복지부에 군의료체계 근본 개선을 요구했다.

우선 무자격자에 의한 의료행위를 묵과하고 방조해온 책임을 사과하고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을 주장했다.

또 "국방부는 무자격자 의료행위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해 관련자를 모두 처벌해야 한다. 복지부는 현재 상당수 벽오지 보건지소나 보건진료소에서도 행해지는 또다른 무자격자에 의한 의료행위도 조사해서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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