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가 없는 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들은 더 이상 교수가 아니다." "한국 비뇨기과 진료와 학술은 세계 톱인데, 후학들 먹고 살 길이 없다."
대한비뇨기과학회(회장 주명수) 주관으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뇨기과 위기 극복 토론회'(주최:김용익 의원, 문정림 의원)에서 비뇨기과 의사들이 울분을 토했다.
비뇨기과 레지던트 확보율은 2009년(정원 123명) 90.2%에서 2010년(121명) 82.6%, 2011년(122명) 54.9%, 2012년(115명) 47.0%, 2013년(96명) 44.8%, 2014년(94명) 26.1%, 2015년(87명) 40.2%, 2016년(82명) 29.3% 등 지속적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패널토의에서 환자단체는 비뇨기과 대책을 강도높게 주문했다.
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척수장애인은 약 8만 5000명으로 대부분이 배뇨장애를 지니고 있다. 배뇨관리는 호흡과 같다"면서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율을 들어보니 문제가 심각하다. 요로감염 등 배뇨장애는 비뇨기과 의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비뇨기 진료는 비뇨기과 의사에게 해야 한다는 대정부,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학회 민승기 보험이사는 작심 발언을 던졌다.
민승기 이사는 "종합병원에 비뇨기과 환자는 몰리나 전공의가 없어 법적 책임소지가 있는 PA를 고용하고 있다. 현 수가로 호스피탈리스트를 고용할 수 없다"면서 "교수들이 당직 근무하며 승진을 포기하거나 저녁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민 이사는 "어떤 대학병원 교수는 자신을 더 이상 교수라 부르지 말라고 한다. 진료와 수술로 학생 강의도 못하고, 전공의도 없어 그냥 과장이라고 부르라고 한다. 의학은 도제식 교육이다. 전공의가 없으면 비뇨기과 미래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진료과 견제와 복지부 눈치 보기도 꼬집었다.
민 이사는 "의사협회 상대가치 2개 개편 회의에서 총점 고정 원칙이 사라져 인상을 기대했으나, 업무량 결정시 투표로 정한다. 의결권이 적은 비뇨기과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비뇨기과 약제 처방 제한을 정부에 요청해도 돌아온 대답은 다른 진료과에서 반대해 곤란하다는 것이다. 혈압약을 정할 때 비뇨기과에 의견을 구하냐"고 반문했다.
민승기 이사는 "외과처럼 30% 가산을 해 달라는 것이다. 비뇨기과의 욕심이 아니다. 욕먹을 각오로 묻는다. 외과 수술 모두 생명과 관련 있는가. 일부다. 비뇨기과도 동일하다. 학회 연구결과 30% 수가 가산 시 135억원 비용이 든다"고 전하고 "비뇨기과가 그동안 얌전했다. 전공의 정원을 줄여 충원율을 높이는 게 해결책 아니다. 산아제한 아닌 출산 장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도 비뇨기과 위기에 공감하면서도 원론적 입장을 견지했다.
보험급여과 정통령 과장은 "수가인상이 전부는 아니나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다. 불합리한 부분은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수가는 복지부 단독이 아닌 건정심 심의를 거쳐야 하므로 공급자와 가입자 설득 논리를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통령 과장은 "상대가치 개편 관련, 비뇨기과를 포함한 외과계에 일정부분 상향조정 될 것이다. 현실적 시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하고 "당부하고 싶은 것은 사회적 관심이 중요하다, 정부 인식 확산을 위해 육성책으로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도록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자원정책과 임을기 과장도 "수련업무 담당과장으로 전공의 확보율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전공의들은 일자리 보장과 소득 확보, 수련 과정 등을 진료과 선택 요인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안다. 비뇨기과에서 장기적 시각을 갖고 도와 달라"고 주문했다.
임 과장은 기피과목(육성지원과목) 전공의 확보율 변화 추이를 예시로 들면서 "전공의 확보율은 수가 뿐 아니라 진료과 술기 발전도 작용한 것 같다. 전공의 특별법 제정으로 5년마다 전공의 수급계획을 세워야 한다. 비뇨기과 의사 감소 시 국민 피해가 생생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뇨기과에서 주장하는 체외충격파쇄석기 비뇨기과 단독 전속과 관련, "인력기준에는 비뇨기과 전속으로 있었다. 진척이 안 되는 이유는 의료현장에서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어 검토하겠다"고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복지부의 방관적 자세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학회 이영구 보험부회장은 "정원을 50% 감축하고 수련병원을 줄이는 작업도 이미 했다. 비전 제시는 학회 입장에서 역부족이다. 이제 정부가 나설 때다"라면서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 못한다. 비뇨기과를 위한 응급처방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비뇨기과 권위자인 경희의대 장성구 교수는 플로어 질문을 통해 "비뇨기과는 26개 전문과목 중 세계 탑이며 진료와 학술적으로 떨어지는 게 하나도 없다고 자부한다"면서 "비뇨기과는 앞만 보고 달렸다. 정년 2년 남긴 상태에서 돌아보니 후학이 없다. 엄청나게 후회된다"고 서글픈 현실을 토로했다.
장성구 교수는 "수술실 들어가면, 인턴과 간호사 밖에 없다. 전공의 확보율을 아무 의미가 없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비뇨기과를 나와 먹고 살수 있느냐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 상황에서는 전문의를 취득해도 먹고 살 재간이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정부 인식이다"라며 "비뇨기과 의사가 줄어들어도 외과에서 대치할 수 있다는 일부 공무원 인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비뇨기과학회는 이날 주명수 회장(울산의대)을 팀장으로 '비뇨기과 위기 극복 TF 발족식'을 갖고 비뇨기과 전문의 30% 가산과 체외충격파쇄석기 설치 인력기준 비뇨기과 단독 전속 시행, 요양병원 입원료 8개과 가산정책 폐지 또는 비뇨기과 가산 추가 관철 등을 위한 대정부 압박수위를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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