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 처칠의 말이다. 그가 느끼는 비판에 대한 단상은 이렇다. "비난을 받으면 의욕이 상실되긴 하지만 유용한 점도 있다. 건강하지 못한 부분에 정신을 집중하게 하고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가 비난을 받은 것은 뛰어난 정치가이자 문학가라는 차별화된 역량을 지닌 사람이 으레 치러야 하는 대가(代價)일지도 모른다.
예비 의료인이 성장해 보건의료 유관조직에 몸담게 되면 적어도 조직 내에서만큼은 처칠이 겪은 바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조직 내 여러 직종과 어울리며 특히 병원이라면 큰일이건 작은 일이건 절대다수의 시선을 피할 수 없다. 관심을 받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나 구성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행여 작은 실수라도 한다면 곧잘 비난으로 이어지기 쉬운 것이 예비 의료인이 겪을 미래의 삶이다.
동료를 비난하는 사람, 업무 파트너와 타 직종, 조직과 시스템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만 제기하는 사람은 결국 그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장점은 접어두고 단점만 들춰내 끌어내림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성과가 좋은 동료를 헐뜯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와의 공동업무 기회를 잡으려 하고, 보직자에 대한 허위소문을 퍼뜨리면서도 정작 본인은 기관을 떠나지 않는 것이 경험의 법칙이다.
뛰어남은 인고의 결과이다
동일 직종 내에서 뛰어남을 인정받고 싶은데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아직 준비가 덜 된 것이다. 뛰어남이란 한순간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뛰어난 역량을 갖추었다고 해도 주변 사람들이 곧바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뛰어남에는 단단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가올 비난에 무너지지 않을 만큼 강인해져야 한다. 주변인들이 인정하는 뛰어남의 대가는 역설적으로 단단해지기 위해 겪은 인고의 결과이다.
예비 의료인이라면 항상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야 하며, 뛰어나고자 한다면 주변에서 날아드는 비난의 화살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느긋함이 필요하다. 내가 겪는 비난은 내가 뛰어나니 더욱 정진하여 훌륭함으로 거듭나라는 무언의 가르침으로 생각하면 된다. 해리 루이스가 밝혔듯이 뛰어남과 훌륭함의 경계는 명확하다. 지식으로 꽉 찼다고 저절로 뛰어날 거라 기대할 수 없다. 훌륭함은 그 다음이다.
직업세계는 학기가 없다
시험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는 것과 직업세계에서 최고가 되는 길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 성적은 통제된 환경에서 주어진 지식을 습득하고 제시된 문제를 푸는 능력, 외부활동에 영향을 받지만 직업세계에서는 치열함과 창의, 끈기를 요구한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는 내 역할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지만, 직업세계에서는 스스로 통제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공부는 정해진 교과서가 있지만 직업세계에서는 문제도 없고 해답도 없다. 그래서 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고 해답에 가까이 가는 길을 애써 찾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덕목이다.
시험으로 얻은 상위 몇 퍼센트는 수치는 졸업하는 순간 조용히 잊어버려야 한다. 직업세계에는 학기가 없다.
큰 곳에서 일한다고 구성원 개인이 최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많은 것, 큰 것을 좋아한다. 혹자는 이를 동양적 사고라고도 한다. 그래서 Big4, Big5 병원이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병상 수나 의료수익 규모로 측정한 결과다. 주요 일간지조차 각종 암수술 건수가 마치 병원의 순위인 양 공표한다. 많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대학의 경우도 논문수, 입학생 합격점 등 양적지표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으며 이것이 기관의 순위인 양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나라 최고 보건의료 각 분야별 최고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의견이 나뉜다. 반면 서양에서 Best Hospital, Best Med & Nursing School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된다. 공신력 있는 통계치도 있고 교육․의료 질 평가 잣대가 분명하고 자부심도 대단하다.
병상수와 같은 양적기준에 대해서는 직원들조차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외형지표가 최고의 잣대인 일반기업이면 모를까, 질 중심의 기관에 외형경쟁은 최고의 개념이 될 수 없다. 큰 곳에서 일한다고 구성원 개인이 최고가 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최고가 된다는 것
최고라는 단어에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우선, 영속하지 않는다. 최상의 지위에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 그 자리를 유지하다가 다시 최고를 지향하는 단계로 내려오기 마련이다. 또한 최고의 기준은 다양해서 시장이 세분화되고 누군가 새 영역을 개척하면 새로운 최고가 등장한다. 그래서 최고는 한 명이 될 수 없다. 현대의 보건의료는 다수의 최고를 요구한다.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사람은 남들이 How to do를 생각할 때 How to share를 생각한다. 최고가 해야 할 사회적 도리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그들 중 많은 사람은 주로 기부를 통해 사회적 나눔을 실천하는데 지식인은 돈 외에 시간을 들여 전문지식을 기부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공병우 선생의 ‘고성능’ 한글 타자기 발명이 대표적이다. 세벌식 자판을 통일하고 한글쓰기 소프트웨어를 직결 방식으로 개발했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는 것은 노래 가사일 뿐, 잘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은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이다. 못난 사람이 왜 못난 대로 사는지, 왜 세상이 좋게 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지 살피고 돕는 것이다. 남들이 피곤하다며 싫어할 때 일어설 수 있는 것,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 그것이 최고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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