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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질환, 임상현장에서 발견·치료 힘들다"

박양명
발행날짜: 2016-10-06 11:58:37

서울중앙지법, 임상현장의 의료행위 한계 인정 판결 "병원 책임 없다"

'구토를 동반하는 배꼽 주변부 복통 5분간 지속, 간헐적으로 반복. 오심 및 구토, 선행하는 설사 또는 전신염증을 시사하는 발열은 없음."

응급실로 실려온 환자에 대해 의료진은 '장염'이라고 진단을 하고 수액 및 항생제를 투여하는 치료를 했다.

환자는 병원에 온지 37시간만에 급격한 장괴사로 인한 패혈증과 쇼크 등으로 사망했다. 사인은 장간막 결손부 경유 소장 탈출로 인한 출혈성 괴사였다.

환자고 호소하는 임상적 증상만으로 의료진은 장간막 결손부 경유 소장 탈출을 발견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법원은 임상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한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최근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사망까지 이른 환자 정 모 씨의 유족이 C법인과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정 씨는 배꼽 주변 복통과 오심 및 구토 증상으로 C법인 산하 Y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의료진은 혈액검사, 복부 X-ray, CT 검사를 한 결과 비특이적 마비성 장폐색, 장염 추정 진단을 내리고 진통제와 수액 및 항생제를 투여했다.

하지만 정 씨의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빈백, 저혈압, 심한 복통 증상이 계속 이어졌고 의료진은 수액을 급속 주입하고 혈압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치료만 계속했다.

직장수지검사, 복부 X-ray 검사를 했고 이 때도 비특이적 마비성 장폐색만 관찰됐다.

정 씨는 응급실을 찾은지 37시간만에 사망에 이르렀다. 이후 사인이 장간막 결손부 경유 소장 탈출로 인한 출혈성 괴사라는 것이 밝혀졌다.

유족은 "일관된 진료와 처방에도 환자는 복통을 호소했고 지속적으로 특이적 징후를 보였으면 정밀한 진단적 검사나 시험적 개복술 및 외과에 협진 요청 등의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의료행위 수준에 비춰봤을 때 병원 측은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장이 폐쇄됐을 때 증상은 급성 위장염과 같은 흔한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비특이적 증상"이라며 "장간막 결손부 경유 소장 탈출에서만 나타나는 특이적인 증상 및 징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환자 정 씨가 호소한 증상은 급성췌장염, 급성충수염, 급성담낭염, 급성신우신염 등 요로감염을 동반하는 뇨석증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복부 수술력이 없는 젊은 환자는 기계적 소장 폐쇄 가능성 보다 흔한 질환인 급성 위장염을 우선 고려해 볼 수 있고, 환자가 호소한 증상만으로는 장간막 결손부 경유 소장탈출을 의심하기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외과적 수술이 시급하게 필요할 정도로 위급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의사로서는 확신없이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고 불필요할지도 모르는 시험적 개복술을 함부로 시행하기는 곤란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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