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앞두고 '홀로 일어섬'의 길로 안내하는 자생력 확보의 기반, 세 번째 칼럼이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거래에서 불리한 것은 매수인이다. 과거 만들면 팔리던 과소공급․과잉수요 시대에서 과잉공급․과소수요 시대로 넘어오며 소비자가 상전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구매과정에서 한번쯤 속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대 상법은 매수인책임원칙(買受人責任原則)에 예외를 두고 한국소비자원과 같은 피해구제기관도 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매수인 보호 의무는 여전히 매수인 본인에게 있다.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후배 A가 통장비밀번호는 물론이고 자금이체용 보안카드를 통째로 인터넷 창에 기록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마지막 전송버튼을 누르기 전에 만류했기에 다행이지, 고생해서 모은 자금을 고스란히 날릴 뻔했다.
결혼을 앞둔 그에게 그 통장은 전부였다. 보이스 피싱이든 매일 아침 신문에 끼어오는 사기성 부동산 광고든 도대체 누가 이런 것에 걸려들까 의심하다가도, 상황에 따라 속아 넘어가는 사람도 있구나 하며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에 따르면 금융사기의 3분의 2 이상이 친구나 동료, 친지 등 아는 사람을 통해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범죄 유형별 국가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사기범죄 1위 국가였다. 우리는 지금 사기천국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이기심과 이타심이 혼재한다. 마리아 테레사 수녀와 같은 이타적인 사람이 추앙받는 현실은 본래 이기와 이타의 복합존재로 태어난 사람에게 이기심이 압도적이라는 반증이다.
공공선택이론 영역을 개척하고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M.. 뷰캐넌은 일찍이 '합리적 도덕인간'을 정의한 바 있다. 정치와 경제활동에서 합리적이라는 개인들조차 이기심 안에서 행동에 대한 도덕적 기초를 찾는다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도 '도덕 감정론'을 통해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본원적이기 때문에 타인의 최대 관심사보다도 자신의 작은 이해 손실이 훨씬 더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 남미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아프리카 전염병으로 몇 만 명이 죽어도, 여전히 협잡꾼은 창궐할 것이고 내 지갑과 내 정신을 노리는 사람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누구든 자신의 이익을 먼저 앞세운다는 전제를 깔면 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일반적인 상식을 뒤엎는 제안이라고 생각되면 일단 의심하고 봐야 한다.
눈이 혹할 정도로 대단한 수익을 약속하는 사람이 있다면 투자금만 받고 어떻게든 나중에 빠져나갈 거라 생각하면 된다. 지나친 호의에는 분명 나를 통해 자기 이익을 내세우는 숨은 의도가 있을 거라 생각하면 거의 맞을 것이다.
파산한 원장들 이야기를 가끔 들어본다.
"그때 그 투자를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환자가 넘쳐나서 병원 운영에 문제가 없어서 새로운 투자도 잘될 줄 알았습니다. 그때 그 투자만 하지 않았어도 파산까지 가지는 않았을 텐데요."
'Caveat emptor'. 매수인이 조심해야 한다(let the buyer beware)는 뜻의 라틴어다. 어떤 일이 있어도 거래는 caveat emptor다. 매수인이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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