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의료인 카이로프랙틱(도수치료) 허용 차선책으로 별도 의료기사 신설을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는 8일 보건의료연구원에서 열린 '카이로프랙틱 관계자 회의'에서 의사 지도 아래 카이로프랙틱 전담 의료기사 신설 방안을 제안했다.
이날 회의는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물리치료사협회, 재활의학회, 재활의학과의사회, 정형외과의사회, 도수치료의학회 및 정형도수물리치료학회, 심사평가원, 보건의료연구원 등 관련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의사협회를 비롯한 학회와 의사회 등 참석한 의료단체는 비의료인 카이로프랙틱 허용과 자격 신설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회의 전 보건의료연구원이 위치한 남산스퀘어타워 앞에서는 의사협회 비대위 김숙희 수석부위원장이 1인 시위에 나서며 복지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한 참석자는 "비의료인에게 의료행위인 카이로프랙틱을 허용한다는 발상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의료단체 모두 수용불가 입장을 전달했고 복지부도 현 상황을 인지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보건의료연구연 연구용역 결과는 객관성을 담보한다고 보기 어려웠다. 현재 비의료인 카이로프랙틱 자체 자격증 소유자가 100여명인 것으로 안다. 일자리 창출을 내세워 의료행위를 허용한다면 국민 건강권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대의견이 지속되자 복지부는 중재안을 제안했다.
의료기사에 카이로프랙틱 분야를 새롭게 신설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현재 의료기사 관련 법에는 '임상병리사와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치과기공사 및 치과의생사' 등 6개 분야로 한정되어 있다.
의료기사는 의사(치과의사)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명시돼 있다.
청와대 규제 기요틴 과제에 부담을 느낀 복지부가 의사 지도 하에 의료기사 신설이라는 차선책을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참석 단체 모두의 반대에 부딪쳤다.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물리치료사협회는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회의에 참석한 의사협회 김주현 대변인(기획이사)은 "겉으로 보면 의사 지도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쉽게 생각할 수 있으나, 의료기사 신설을 시작으로 또 다른 요구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민간인 자체 자격증 100명 때문에 별도 의료기사직 신설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의사협회는 의료기사 지도권이 없다는 점에서, 물리치료사협회는 내부 경쟁자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강한 반대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현 대변인은 "참석 단체 모두 반대입장을 천명했지만 복지부가 무심코 던진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복지부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카이로프랙틱 관련 비의료인 허용과 의료기사직 신설 철회에 주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순실 사태를 촉발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복지부가 청와대발 의료 관련 규제 기요틴에 어떤 대응책을 구사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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