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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쉽게 설명하고 이해했는지 되물어야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7-03-03 10:50:24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12)

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12)

초등학교를 다닐 때 다섯명을 세워놓고 귀에다 어떤 단어나 문장을 전달하게 하는 게임을 한 적이 있다. 마지막 학생에게 어떤 단어나 말이었는지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완전히 틀리게 얘기하는 것을 경험했다. 말이 전달되면서 어떻게 왜곡되는지 어려서부터 경험을 한 것이다.

의사가 설명한 것도 마찬가지다. 환자와 보호자, 주위 사람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완전히 역전되거나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돌아다니는 것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특히 그 환자가 이해한 것이 아예 다른 경우도 많다.

어떤 환자가 의사의 말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알아보는 설문조사가 있다.

의사 설명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20.8%에 불과하고 약간 이해하거나(64.3%) 거의 이해 못하는 사람(14.3%)이 상당수에 달했다. 환자가 의사 설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다.

설명이 적절했는지 판단하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소비자인 환자다. 환자가 이해하지 못했거나 잘못 이해했다면 그것은 의사의 설명 방식이나 언어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환자와 의사는 동상이몽이거나 동문서답할 수 있다. 그래서 의사는 의도적으로 환자에게 설명을 쉽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고민하고 확인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설명을 잘 하는 것이고 환자를 완전히 이해시킬 수 있을까?

환자가 내원했을 때 인사를 나누고 가벼운 주제로 담소를 나누면서 환자의 경계심이나 불안을 줄여주고, 마음을 열고 신뢰할 수 있도록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 환자에게 여러 가지 병력을 청취한 후 그 정보를 토대로 진단하거나 거기에 맞는 처방, 복약지도, 생활방식에 대한 교육을 한다. 필요한 검사를 설명하거나 진료예약이나 수술상담을 하고, 마지막으로 환자가 이해했는지 확인 한 후 중요한 점은 강조 하고, 환자에게 심리적 지지를 보내거나 앞으로 치료 계획을 알려주면서 끝을 낸다.

환자가 의학지식이 부족해 의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너무 자세하게 설명하면 환자를 불안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은 보통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한다. 환자는 의사와 면담을 통해 검사결과, 병명, 치료가능성 및 예후 등 모든 설명을 듣기를 기대한다. 여러 연구에서 환자가 의사로부터 납득할만한 설명을 들었을 때 여러 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런 설명을 잘 하는 의사가 명의가 되는 것이고 그런 의사에게 수술을 받으려 할 것이다. 그래서 의사의 설명은 매우 중요하다.

초음파를 보면서 난소낭종을 진단하고, 그 낭종 안에 고형성분이 있으니까 혹시 난소암으로 진행되거나 지금 현재 난소암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난소암 표지자 검사를 하자고 환자에게 제안 했다. 환자는 생각해 본 후 검사는 나중에 하겠다고 하고 집에 갔다. 그런데 몇일 후 그 환자의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고, 그 남편은 다짜고짜 육두문자부터 쓰기 시작했다. 왜 암도 아닌데 암이라고 설명 했느냐고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암이 아니었는데 오진했다고 욕을 하고는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앞으로 그 병원 문닫게 하겠다고 말을 하고 화를 내더니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분명히 암이라고 설명한 것이 아닌데 환자는 암이라는 말만 귀에 담고 집에 가서 암이라고 얘기를 한 것이다.

보호자나 주위 사람들은 그 환자의 말만 듣고 그 진료를 한 의사와 병원 욕을 하고 다닌다. 누가 잘못했을까? 설명을 잘못 들은 환자인가? 환자가 오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 의사인가? 환자의 말만 듣고 욕한 환자의 보호자인가?

이런 일들은 꽤 자주 일어난다. 어떤 진단을 내리거나 검사, 시술, 수술을 설명할 때 환자는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입력 한다. 혹은 이해한 말만 주위에 가서 얘기 한다. 그렇게 의사가 한 말의 일부만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환자에게 되물어야 한다. 특히 중요한 사항은 반드시 되물어야 한다.

"제가 한 말을 이해하셨나요? 현재 암은 아닙니다. 하지만 암으로 5% 정도 발전할 수도 있으니까 검사를 해 보고, 그 검사 결과가 나온 후에 다시 상담 해 드리겠습니다. 아직 암이라고 진단한 것은 아닙니다. 먼저 검사를 한 후 다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성병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질염의 원인균은 성접촉으로 파트너에게 전달될 수 있으니까 치료가 끝날 때까지 콘돔을 쓰시는 것이 좋습니다. 성병이 아닙니다. 남편을 의심하시면 안 됩니다."

"지금 당장은 수술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혹시 이 혹이 자라면 자궁을 적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반드시 3개월 후에 다시 방문해서 초음파 추적관찰이 필요합니다. 너무 겁먹지는 마십시오. 하지만 너무 방심하셔도 안 됩니다."

"지금 혹의 모양을 보면 암이 의심됩니다. 하지만 조직검사를 하기 전에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습니다. 지금 당장 조직검사가 필요합니다. 집에 가서 상의해 본 후 저희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하실지, 조금 더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실지 결정해서 오십시오."

환자는 현재 암인지 아닌지, 당장 검사가 필요한 건지, 몇 달 지나서 해도 되는지, 당장 수술이 필요한지 조금 더 있다가 해도 되는지, 치료는 얼마나 해야 하는지, 예후는 어떤지, 치료비는 얼마나 드는지 등 자세히 알기를 원한다. 환자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되도록 정확하게 설명 해주는 것이 좋다. 애매모호한 설명을 하면 환자는 더 정확하게 설명 해주는 다른 병원으로 가게 된다.

전문가가 방송에 나오면 방송국 PD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중학생에게 말한다고 생각 하고 설명 해 달라고 부탁 한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의학용어는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의사는 중학교 2학년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말로 환자에게 설명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환자의 눈을 보면 그 환자가 이해했는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만약 이해를 못 한 표정이나 눈빛이면 다시 한 번 설명 하고, 무엇을 이해했는지 되물어보면 된다. 환자가 반드시 이해한 후에 집에 가게 해야 한다. 이해를 못 했으면 더 쉬운 말로 설명을 해야 한다.

쉽게 설명을 해라. 환자의 언어로 설명을 해라. 이해했는지 되물어라. 그래야 환자가 다시 방문하고, 오해가 없다.

정보를 제공할 때 이해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한 콘라트 로렌츠의 명제가 있다.

"말했다고 해서 들은 것은 아니다. 들었다고 해서 이해한 것은 아니다. 이해했다고 동의한 것은 아니다. 동의했다고 해서 기억한 것은 아니다. 기억했다고 해서 적용한 것은 아니다. 적용했다고 해서 행동이 변한 것은 아니다"를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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