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압박이라는 채찍을 꺼내드는 모양새였지만,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신약 승인을 놓고는 발목을 잡던 족쇄가 풀릴 전망이다. 글로벌 진출을 고민하는 국내 제약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총책임자로 의사 출신 스콧 고트리브(Scott Gottlieb) 박사를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선임된 고트리브 박사는 보건 정책을 비롯한 약물개발 분야 폭넓은 정책 서비스를 두루 경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흥미로운 점은 그의 이력을 두고 나온다.
내정자가 제약기업들과는 끈끈한 유대감을 가진 인물로, 혁신적 치료제 및 의료기기의 시장진입에 대한 규제완화를 주장한다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향후 FDA의 신약 승인에 규제가 대폭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까지 나오고 있다. 신약의 규제완화 입장을 견지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원에게는 고트리브가 적임자라는 평가다.
"불확실성에 신약 발목 잡혀선 안돼" FDA 국장 내정자 친제약
관건은 제약회사와의 끈끈한 유대감이다.
현재 그는 다국적 제약기업 GSK를 비롯한 의료기기업체인 글리텍(Glytec), 바이오벤쳐 톨레로파마슈티컬스(Tolero Pharmeceuticals) 등 다수의 제약사에 상임이사 혹은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한 건강관리에 중점을 둔 투자은행인 'TR Winston & Company'와 헬스케어 업계 주요 벤처 캐피탈 회사인 'New Enterprise Associates'에 전무 이사로 재직 중이다.
더욱이 기업 우호적인 발언은 제약업계가 그의 선임 소식을 반기는 이유가 된다. FDA의 향후 행보를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
학회 암치료 심포지엄에 참가한 고트리브 박사는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FDA가 신약의 효과를 평가할 때, 좀 더 불확실성에 대한 용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작년 포브스(Forbes)지에 기고한 컬럼에선 "FDA가 혁신적 기술인 유전자 및 세포 치료제와 같은 신규 치료제에에 대한 시판전검토를 통해 모든 위험을 자체적으로 걸러낼 수는 없다"면서 "시장 진입을 위해서라도, FDA는 제품이 일단 확보되면 이후 위험 완화에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효성이나 안전성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혁신적 신약의 시장진입이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
보수적 성향을 드러내는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의 상근위원으로도 활동하며 월스트리트저널(WSJ) 및 포브스 등의 미디어에 밝힌 생각도 그의 성향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2013년에는 이미 미국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정보기술 정책위원회(Department of Health Information Technology Policy Committee) 위원으로 임명되어, 디지털의학에 대한 자문 역할을 수행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약업계와의 유착관계, 규제완화에 대한 강건한 입장을 고려해볼 때 향후 시장에 승인된 제품들의 안전성이나 유효성에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민단체 "신약에 규제완화 접근방식, 위험한 발상" 임명 거부 촉구
현재 미국 소비자단체인 '퍼블릭시티즌(Public Citizen)'은 임명 거부를 촉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의 건강관리부서 마이클 캐롬(Michael Carome) 박사는 "고트리브 박사는 오랫동안 빅파마에 몸 담아왔으며, FDA 부의장직을 맡았을 때에는 주요 회의와 핵심 사안의 결정에 있어 종종 이를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기 위한 '규제완화 접근법'은 이들 신규 치료재료의 검토과정에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고트리브 박사가 FDA 수장에 오르는 순간, 승인과정에서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많이 수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업계와 시민단체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 이번 FDA 국장직 선임안에 대해선, 조만간 상원위원 청문회를 거쳐 찬반투표가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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