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 태아사망을 사유로 금고형을 받은 산부인과 의사 사건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타 진료과 의사회를 비롯해 시도의사회도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며 해당 사건에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대구시의사회는 21일 성명서를 내고 "직업상 수천명 이상의 분만을 담당하게 되는 산부인과 의사가 모든 태아를 살려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형사 처분 대상이 돼서는 절대 안된다"고 밝혔다.
앞서 인천지방법원 형사7단독(판사 이학승)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40대 산부인과 의사에 대해 금고 8개월을 선고했다.
이 산부인과 의사는 진통 중인 독일인 산모에게 무통주사 후 약 1시간 30분 동안 산모와 태아를 관찰하지 않아 태아를 사망케 했다. 진통 과정에서 태아는 심박동수가 급저하 되는 증세가 5번이나 발생했던 상황이었다.
대구시의사회는 "법원 판결대로라면 대한민국에서 합법적으로 태아 모니터링을 하지 않고 이뤄지고 있는 모든 가정 분만과 자연분만, 조산원 분만은 모두 과실치사를 전제로 하는 잠재적 살인행위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의료인을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형사 처분하려면 그 과실이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해야 한다"며 "분만 중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궁내 태아사망을 이유로 의사를 범죄자로 낙인찍으면 모든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 현장을 떠난다 하더라도 그 책임은 법원과 우리 사회 전체가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구시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50% 이상의 분만 의료기관이 폐업했고, 46개 시군구에는 산전 건강관리와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없다.
대구시의사회는 "잘못된 판결과 제도를 바로 잡아야 한다"며 "이번 사건처럼 비논리적이고 반사회적 판결을 용인한다면 대한민국 분만의료 인프라는 점진적으로 붕괴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비극적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법원에 있다"며 "법원은 정당한 의료행위를 한 의사에게 모든 죄를 전가하는 무리수를 뒀다"고 덧붙였다.
이보다 먼저 대한비뇨기과의사회도 이번 법원 판결이 "비이성적 판결"이라며 성명서를 냈다.
비뇨기과의사회는 "해당 판사는 총 20시간의 분만과정 중 산모가 많이 힘들어 해 중단했던 1시간 30분 동안 태아 사망이 일어난 것을 구속 사유라고 한다"며 "이것이 감옥까지 갈 사유라면 어떤 의사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태아를 기다리며 자연 분만을 시도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비이성적인 판결이 판례로 남는다면 어느 누가 진료현장에서 위험에 빠진 중환자를 진료하려 하겠나"라며 "분만 중 언제든지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자궁 내 태아사망을 마치 의사의 잘못으로 판단하고 살인범으로 낙인 찍는 것은 잘못된 판결"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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