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조사와 추징금 때문에 자살을 하는 의사가 해마다 꼭 있다. 의사하는 것이 치사하고 더럽다며 때려치우는 사람도 있다. 괜히 다른 직업의 사람들과 적대 관계인 경우도 많다. 나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처우가 너무 과하다면서 자신의 직업을 한탄하기도 하다.
물론 사회는 비정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든 법이 그렇게 비합리적으로 만들어졌을까?
의사들이 급여청구 때문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급여청구를 담당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직원의 원칙이나 언어가 있다. 그들은 어떤 약물에는 어떤 처방코드, 어떤 검사에는 어떤 처방코드가 있어야 인정을 한다.
물론 의사가 필요하다고 검사를 하면 모두 인정해야겠지만 심사 기준은 그렇지 못하다. 의사가 어떤 검사를 보험으로 하고 싶다면 검사항목에 맞는 질병코드를 입력해야 하고, 어떤 약물을 쓰고 싶다면 그 약물을 보험으로 인정해 주는 상병코드를 반드시 입력해야 한다. 상병코드가 맞지 않으면 무조건 삭감으로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수술이나 시술에도 거기에 합당한 기준의 상병이 있어야 보험이 된다. 만약 보험이 안 되는 시술이나 약물을 보험으로 사용하거나, 임의로 비급여를 한다면 바로 현지조사, 즉 실사로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심평원의 언어와 기준을 알고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
법이나 제도는 바뀌는 데 시간이 걸린다. 고치는 절차가 상당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망한 비뇨기과 의사는 보험이 안 되는 사마귀제거술을 보험으로 청구했는데, 몇 년이 지나서야 실사가 나와 많은 돈을 토해내야 했다. 그 전에 자살을 선택했다.
잘못하고 있다면 몇 년까지 묵히지 말고 미리 말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원의사회 학술대회에서 관련 교육을 자주 할 텐데 그런 정보에 밝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아쉽다.
급여청구는 실사를 나오는 조직인 심평원 직원의 입장에서 그들의 머리로 생각하고, 청구해야 한다.
마찬가지다. 만약 수술을 받는 환자가 있다면 그 환자의 머리로 생각을 하고 설명 해야 한다. 환자가 궁금해 하는 것, 두려워하는 것을 미리 생각하고 얘기 해 주면 환자 만족도가 높아지고, 불안이 적어진다.
모든 일이 다 그런 것 같다. 부모가 아이의 눈으로 보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하고, 부인이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해야 한다.
초등학교 다닐 때 국어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다. 어느 나라 공주가 하늘에 떠있는 달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면서, 아버지 왕에게 달을 따 달라고 졸랐다. 왕은 몇일을 고민해도 달을 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생각 나지 않았다. 그래서 전 나라에 방을 붙였다. 달을 따는 사람에게 공주를 시집보내겠다고 했다.
어느날 한 청년이 하늘의 달을 따왔다고 하면서 왕을 찾아왔다. 그가 따온 것은 공주의 눈에 보이는 크기의 달 모양 목걸이였다. 모든 어른들은 달을 따올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공주의 눈에 맞춰 생각한 그 청년은 공주가 원하는 달을 따온 것이다.
그 글을 읽은 후 계속 '역지사지(易地思之)'에 대해 생각 했다.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 환자에게 의학용어를 쓰면 환자는 잘 못 알아 듣는다. 부인은 남편의 애로사항을 잘 모르고, 남편은 부인의 어려움을 잘 모른다. 직원은 원장의 마음을 잘 모르고, 원장은 직원의 마음을 잘 모른다. 각자가 조금씩만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을 해 보면 바로 정답이 나오는데 그것이 어렵다.
우리가 무슨 일인가를 하려고 한다면 그렇게 하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고무다리를 긁을 것이 아니라 정말 가려운 곳을 긁어 줘야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모두 만족하는 방식이 된다.
자신이 주고 싶은 것을 주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면 그것을 받거나 듣는 사람은 절대로 만족하지 못한다. 받고 싶은 것을 주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소통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줘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것을 못하기 때문에 분쟁이 일어나고, 원치 않는 결과가 생기는 것이다.
미리 상대방을 파악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라! 이것이 소통을 잘 하고 성공하는 삶을 살아가는 노하우다. 잘 모르겠으면 그 사람에게 직접 물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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