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혈압 환자 10명 중 3명은 적정 혈압관리가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궁극적 치료 목표인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학회가 나선 것. 이에 측정이 간편하고 경제적이면서도 심뇌혈관질환 발생을 예측하는데 용이한 '가정혈압' 관리의 필요성이 급물살을 탔다.
26일~27일 양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대한고혈압학회 춘계국제학술대회 첫 날, '가정혈압 포럼'이 발족식을 가졌다.
김철호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은 "현재 학회는 고혈압 관리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는 가정혈압의 체계적인 측정 및 관리를 확대하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번 학술대회에서 가정혈압 포럼이 첫 걸음을 뗀 상황에서 앞으로 해야할 일들이 많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가정혈압 관리와 관련한 학술활동 이외에도 환자 교육, 가이드라인 제정,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혈압계의 인증사업 등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것.
김 이사장은 "가정혈압을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은 고혈압의 치료율을 높여서 심혈관 예방을 하는 것"이라며 "가정혈압은 혈압 변화를 환자가 직접 확인하면서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약물 치료에 대한 효과를 평가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에도 가정혈압 관리는 중요성이 꾸준히 강조되는 상황인데, 현재 진료실에서만 이뤄지는 환자의 혈압측정은 환자 관리 측면에서 너무 지체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혈압을 측정하는 방식은 의료기관에 '진료실혈압'을 비롯해 24시간 활동혈압계로 측정하는 '활동혈압', 가정에서 전자혈압계를 이용하는 '가정혈압' 등이 있다.
여기서 진료실혈압은 측정주기가 일정치 않아 상황에 따라 혈압이 실제와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이 제기돼 왔던 것이다.
2020년 수은혈압계 퇴출…전자혈압계 인증사업 확대 과제
가정혈압의 관리와 함께 따라오는 화두가 수은혈압계의 퇴출이다. 앞으로 3년 뒤엔, 100년 이상 사용돼 왔던 수은혈압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대목.
이는 일본의 미나마타병 사태를 계기로 수은의 심각한 신경독성 후유증과 환경파괴 문제가 밝혀지면서, 2013년 10월10일 유엔환경계획(UNEP) 주도로 수은금지 협약이 체결된데 따른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12월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건의료에서 수은 체온계 및 혈압계의 대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든 바 있다.
이에 따라 변곡점을 맞은 혈압계의 전환에도 여러 과제가 나온다.
김 이사장은 "향후 수은혈압계에서 전자혈압계로 넘어가는데 정확도의 문제도 제기되는데, 일단 이들 자동혈압계의 인증에 대한 문제가 남았다"면서 "국내에서 개발된 국산 전자혈압계의 인증사업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이들 혈압계의 올바른 측정법과 환자교육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고혈압학회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고혈압 환자가 사용하는 혈압계가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확인이 가능하다.
폐고혈압연구회도 첫 출발…
고혈압학회 산하 8개 연구회 '다학제적 접근 강화'
한편 이번 춘계학술회장에선 가정혈압 포럼이 발족식이 진행된 가운데, '폐고혈압연구회'도 첫 선포식을 가졌다.
이로써 대한고혈압학회 산하에는 추가된 폐고혈압연구회를 포함해 ▲고혈압합병증연구회 ▲고혈압기초연구회 ▲혈압모니터연구회 ▲대사증후군연구회 ▲소아고혈압연구회 ▲역학연구회 ▲저항성고혈압연구회 등 총 8개의 연구회가 등록됐다.
김 이사장은 "본학회가 여러 분야 다양한 전문가가 모인 다학제적 학회라는 성격이 짙은데, 폐동맥고혈압 역시 류마티스, 호흡기, 순환기 등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다"며 "폐고혈압은 폐동맥고혈압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번 학회에선 폐고혈압연구회가 처음으로 만들어지면서 폐동맥고혈압(PAH) 분야 세계적 석학인 스테픈 창(Stephen Chan) 교수를 초청해 심포지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번 학회를 끝으로 임기를 끝마치는 김철호 이사장은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 설정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고위험 고혈압 환자군에서 적극적인 혈압 관리를 통한 심혈관질환의 혜택을 검증한 SPLINT 연구 등이 공개되면서 목표혈압 설정에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엔 140/90 미만으로 유지하는 목표혈압 수치를 아직 바꿀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이사장은 "SPLINT 연구 등 고위험군에서 적극적인 혈압관리를 강조하는 일부 연구들에는, 혈압측정에 차이가 존재한다"면서 "2013년 학회 가이드라인이 개정된 이후 다양한 임상연구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개정까지는 아니지만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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