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진단서 등 제증명 수수료 상한금액 설정에 대한 의료계 반발에 의견수렴을 통한 합리적 개선을 모색하고 있어 주목된다.
다만, 의료계에서 제시한 공정경쟁 위반은 의료법에 근거한 정책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는 28일 "의료기관 제증명 수수료 관련 의료계 입장을 알고 있다. 의견이 들어오면 세심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7일 '의료기관 제증명 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을 7월 21일까지 행정예고했다. 시행은 9월 21일부터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진단서와 진단기록영상 CD 발급 1만원 등 30개 항목의 수수료 상한금액을 설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과 업무정지 처분이 부과된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진단서 상한제에 대한 의사회원들의 분노와 좌절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진단서 발급비를 최빈값으로 제한하는 것은 의료를 상품화하겠다는 의도이다. 어떻게 의사 진단서를 상품처럼 1천원에 팔아라, 2천원에 팔아라 할 수 있는가"라며 행정소송과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내비쳤다.
복지부 홈페이지와 관련 부서에는 의사들의 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기관정책과(과장 정은영) 관계자는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과 만나 "행정예고 후 개원의들의 민원 전화를 많이 받았다. 의료계 상황은 인지하고 있다. 아직 행정예고 기간인 만큼 의견이 들어오면 세심하게 검토하겠다"며 의료계와 협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공정위와 구두협의 "근거법 있으면 담합과 상관없다"
의료계에서 제기하는 공정거래위원회 담합 여지를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2005년 서울시의사회 제증명 수수료 가이드라인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제기는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하고 "의료법 개정으로 근거가 마련된 후 공정거래위원회와 구두 협의 결과 법 근거가 있으면 담합과 상관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답했다.
그는 최빈값 설정 관련, "의료단체와 소비자단체, 환자단체 등과 비급여정책협의체를 통해 2차례 회의를 했다. 의료법(제45조 2)에 근거해 현황조사 분석 결과를 고려해 수수료를 정한 것이다. 최고치로 설정하면 수수료 기준 설정의 의미가 없다"고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병원급 전체 3600여개 수수료 현황을 조사했다. 2014년 복지부가 수수료 가이드라인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의료기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비용을 정해 국민들이 납득하고, 의료기관도 수용 가능한 값을 정한 것"이라면서 "30개 항목 중 3개 정도를 최빈값과 중앙값 차이가 있었다. 의료계 의견을 반영해 중앙값으로 했다. 원칙은 최빈값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체검안서 상한금액 3만원의 경우, 법의학 의사들이 출장비와 소송 등 민감 부분인 점을 감안해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해 복지부가 적극 검토 중인 상황이다.
국민들 납득 위해 최빈값 원칙, 시체검안서 수수료 상향 적극 검토
복지부는 의료계 격앙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는 "전화 민원 상당수가 복지부가 무슨 자격으로 수수료 금액을 결정하느냐라는 내용이다. 개정된 의료법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복지부는 법 조항 신설에 따른 후속조치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의사협회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검토할 사안이나 근거법이 있는 만큼 행정소송은 맞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행정예고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들어오는 의견을 세심하게 검토하겠다"며 의료계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명찰법와 설명의무법 이어 수수료 상한제까지 의료계 압박 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감정이 격화되고 있어 복지부의 숨고르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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