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명의 간호조무사와 함께 일하고 있는 경기도 K안과 원장은 내년이 오기 전에 직원 한 명을 정리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이 16%나 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 직원의 월급은 150만원 수준인데 내년 최저임금 인상치를 적용하면 3명치의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부담이라 한 명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것.
#. 경상도 100명상 지역 한 중소병원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치를 시뮬레이션 해봤더니 월 인건비가 600만원씩 더 들어간다는 것을 확인했다. 간호조무사 80명 중 20명 정도가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수준인데 내년부터는 지금보다 1명당 약 25만~30만원은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17일 일선 개원가에 따르면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16.4% 오르면 인원 감축은 불가피하다는 병의원이 속출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의원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7530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6470원보다 16.4% 더 오른다.
개원가와 중소병의원의 주요 직업군은 간호조무사. 이들의 임금이 최저임금과 직결돼 있는 만큼 중소병의원은 인건비 부담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지난해 노무법인 상상에 의뢰해 간호조무사 6665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원급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의 1주 평균 근로시간은 45.5시간, 중소병원급은 42.4시간이었다.
이 시간으로 내년 최저임금을 적용해 월급을 단순 계산해보면 의원급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의 최저임금은 174만6960원(232시간), 요양병원을 포함한 중소병원의 간호조무사 최저임금은 164만9070원(219시간)이된다.
올해와 비교했을 때 각각 약 24만원, 23만원 이상 더 오르는 셈이다.
경기도 H산부인과 원장은 "단순히 시급만 계산한 금액인데 여기에 4대 보험까지 생각해야 한다"라며 "고졸 신입 간호조무사에게 최저임금 인상분을 적용하는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경력이 쌓인 직원에게는 추가적인 급여 인상이 당연히 필요하기 때문에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차 당 5만~10만원은 더 줘야 하는데 결국 최저시급 인상분만큼 경력 직원의 급여도 오른다"며 "자영업자는 물론 그곳에 취업한 사람들까지 모두 실업자가 될 판"이라고 덧붙였다.
노무 전문가들조차도 현 상황에 대한 비관적 목소리가 높다. 중소병의원에 대한 지원책이 구체적으로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후속 대책으로 영세‧중소가맹점 우대 카드수수료 적용 확대, 세액공제 확대, 노란우산공제 확대 등을 내놨다.
한 노무사는 "신입 간호조무사 월급은 120만~130만원, 경력 3~4년차 간호조무사에게는 150만~160만원의 월급을 지급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내년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연봉 2000만원은 기본으로 넘어 중소병의원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은 자명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인원 감축도 모자라 신규 채용도 줄 것"이라며 "취업난은 더 심각해져 결국 을과 을의 싸움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감을 드러냈다.
의협 역시 "수가 현실화와 함께 의료기관 세제혜택,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실질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간무협도 간호조무사의 70%가 몸담고 있는 5인 미만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간무협은 "최저 임금 위반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근로기준법 차별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일차의료기관 및 중소병원과 노인장기요양기관에 적정 수가를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수가 정책이 개선되지 않으면 중소병의원 중 상당수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난을 겪거나 폐업하는 일이 생기면 경영자만의 손해가 아니라 국민에게도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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