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계를 위해 지원한 게 뭐가 있나. 시설투자만 쥐꼬리만큼 해주고 의료인력 투자는 등한시 했다. 제2의 이국종은 기대하지 마라."
대한의학회 이윤성 회장(서울의대 법의학교실 교수)은 최근 메디칼타임즈와 만나 이국종 사태로 불거진 허술한 의료시스템 등 정부의 통제식 의료정책 문제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권역외상센터장)는 총상당한 북한 병사 치료 과정에서 브리핑 내용을 두고 국회발 환자 정보 제공 등 의료법 위반 공방전으로 세간의 화제가 됐다.
특히 이국종 교수는 지난 9월 아주대 교수회 소식지 '탁류청론'에 기고문을 통해 저수가와 심평원 삭감 등 중증외상 환자를 구하고 치료할수록 손해보는 한국 의료시스템을 꼬집었다.
이윤성 회장은 이날 "의료 핵심은 사람(의료진)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의료계를 위해 투자한 게 뭐가 있느냐"고 반문하고 "외상센터 등 각종 센터와 인증으로 간판만 달게 하고, 시설투자비는 쥐꼬리만큼 지급해 일이 터지면 병원이 손해 보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고 땜질 처방에 급급한 정부 행태를 질타했다.
그는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대테러 부대와 소방대가 있다. 지금까지 큰 사고는 없었지만 위험성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에서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라며 "의료도 마찬가지다. 센터만 지정해 지어주고, 기념식 사진만 찍어서는 안 된다. 유지와 발전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성 회장은 이국종 사태 해결에 소극적 모습을 보인 국회와 복지부 등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가족중 누군가 아프고 수술이 필요하면 명의를 찾아가고, 소개해달라는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의사 양성을 위해 얼마만큼 지원하고 관심을 가졌는지 반성해야 한다"면서 "전공의 수련과정도 선진국처럼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 의학회 차원에서 추정해보니 전공의 1인 400만원(지도전문의 지원 비용 포함) 씩 5년간 총 600억원이 필요하다"며 전공의 수련과정의 국가 지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 의료시스템 붕괴 조짐 "의사 판단과 노력 의료수가에 반영해야"
이윤성 회장은 "지금껏 저수가 의료시스템이 잘 버텨왔지만 최근 들어 망가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환자가 의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무분별한 검사를 하는지, 바가지 요금을 부과하는지 등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 있다. 이는 의료인과 환자 간 신뢰가 무너졌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문 케어 적정수가 논란 관련, "대통령께서 적정수가를 언급한 것은 고무적이나 적정수가 개념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의문"이라고 전제하고 "환자가 일방적으로 처방과 처치, 검사를 해달라고 해도 의사가 필요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의사들의 오랜 경험과 술기가 인정받지 못하면서 병원들은 검사에만 매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의료수가는 전문가인 의사들이 판단과 노력을 배제해 (의사들이)손쉬운 미용성형으로 가도록 유도했다"며 현 의료수가 체계의 근본적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윤성 회장은 "이국종 교수 사태를 보면, 욕먹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 의료시스템 문제점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중증외상 전담의사들은 문제가 터지면 대응하는 의료인력으로 일 년 내내 움직이면 누구도 버틸 수 없다"면서 "재차 강조하지만 의료인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 없이는 제2의 이국종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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