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A병원 신경외과에 입원해 뇌혈관 및 심혈관 확장술을 받은 환자 B씨는 약 1000만원 상당의 진료비를 내지 않고 탈원했다. B씨는 사업 실패로 인한 신용불량자 상태로 진료비를 낼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A병원은 4년 가까이 B씨에게 진료비를 받지 못하다가 결국 B씨가 입원할 당시 이름을 써냈던 연대보증인 C씨에게 진료비 받기를 시도했다. 법원에 강제집행 신청서를 접수한 것. 강제집행 결과 C씨 동산에 대해 B씨 진료비 극히 일부인 91만원을 회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진료비에 대해서는 회수 가능성이 없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 연대보증인 작성란 삭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19일 병원계에 따르면 연대보증인 제도가 있어도 병원비를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제도마저 없어지면 미수금 회수는 영영 물 건너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대보증 제도는 환자나 그 보호자가 입원 약정 등 진료계약을 하면서 진료비 납부를 위해 연대보증인을 세우도록 하는 것이다. 환자가 의료 서비스를 받고 진료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연대보증인에게 진료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경기도 A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입사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진료비를) 회수하지 못한 건수가 20건 정도 된다"며 "가장 큰 금액은 의료분쟁 중인 것인데 원금만 80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은 환자의 사전 재정 유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연대보증을 받아도 미수금 회수가 어렵다"며 "신용정보 회사에 채권추심 의뢰는 기본이고 형사고소까지 하는데도 진료비를 돌려받기는 역부족"이라고 호소했다.
서울 D대학병원 관계자도 "연대보증 없어진다면 법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며 "특히 중소병원은 대학병원과 매출액, 진료비 청구액, 환자수 등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미수금이 발생하면 경영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수금 회수를 위한 소송을 하려고 해도 부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연대보증제를 대하는 대형병원의 분위기는 중소병원과 사뭇 다르다. 삼성서울병원을 시작으로 대형병원은 입원 약정서에 연대보증인 란을 자진해서 없애고 있는 것.
서울 E대학병원 관계자는 "사실 95% 이상의 환자는 진료비를 잘 내지만 일부 환자가 진료비를 안 내거나 도망 가거나 해서 미수 문제가 발생했고, 이 때문에 연대보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형병원은 요양급여비 청구액만도 수백~수천 억원에 달하는데 여기서 미수금이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일부라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연대보증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일 뿐 병원 입장에서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진료비 미수 우려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불보증서를 받는 형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사회적 분위기가 '연대보증'이라는 말을 쓰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대보증제를 폐지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보완책을 먼저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소병원 차원에서는 미수금 회수 전담 직원 고용도 방법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 D병원 관계자는 "대형병원은 아예 진료비 미수금 회수 전담 직원을 두고 있다"며 "중소병원은 미수금 발생으로 경영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형병원보다 오히려 추심 담당 직원이 더 필요하다. 미래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A병원 관계자는 "정부는 연대보증 폐지를 현장에서 반기지 않는 근본 원인을 파악해 제도 폐지 시 보완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며 "연대보증 작성란 폐지 권고 같은 대증적 처방은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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