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 재능을 발견하면 시기와 질투가 섞인 칭찬으로 '타고 났다' 고 말한다. 뛰어난 머리를 타고 나고 빼어난 운동감각을 타고 났으며 예술적인 감각을 타고났다고 평한다. 하지만 의학에서 '선천적' 이라는 표현은 그 반대이다. 선천성 심장병, 선천기형, 선천적 결함 등.
그중 가장 유명한 증후군을 꼽으라면 '다운 증후군'을 꼽을 수 있다. 증후군은 여러 증상들이 공통적으로 연결되어 발견되지만 그 원인을 특정하기 힘든 경우를 일컫는 일종의 병명이다.
지금처럼 유전자 검사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몇몇 소수 환자들에게서 여러 증상들이 특징적으로 관찰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환자들을 발견한 의학자들은 대개 증후군 앞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하나의 병으로 분류했다.
다운 증후군 역시 1862년 이 병을 처음 정리 기술한 영국의 다운(Down)선생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많은 증후군들이 유전자적 결함이나 발달분화장애 등의 원인이 있음이 밝혀졌지만 아직까지도 치료 수준에 있어서는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
성형외과에도 많은 선천성 증후군 환자들이 찾는다. 증후군이 아니 더라도 선천기형은 제법 흔하다. 손가락이 6개이거나 물갈퀴처럼 손가락 사이가 붙은 경우도 있다. 다지증, 소지증, 합지증이라 불리는 손, 발이 기형적으로 발생한 경우다.
어르신들이 '언청이' 라고 부르는 아이들, 입술이나 입천장에 균열이 있는 경우 정식 명칭으로는 '구순구개열' 혹은 '입술갈림증' 또는 '입천장 갈림증'이라 한다.
다리가 코끼리 다리처럼 붓는 선천성 림프부종기형도 있으며 두개골유합증이라 하여 숨구멍과 관련된 두개골의 봉합선이 붙은 상태로 짱구머리처럼 삐뚤게 성장하는 기형도 있다.
증후군으로는 에이퍼트 증후군, 크루종 증후군, 골든하 증후군, 스터지웨버 증후군 등 수십 가지 증후군이 성형외과와 연관되어 있다.
성형외과의 수술은 이런 선천기형으로 발생한 얼굴, 몸통, 손, 발 등을 정상적인 기능과 형태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우리의 생김새가 어떤 아이들에게는 부러운 모습이고 부모들에게는 가슴 아픈 사연이 될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5~6세가 되면 스스로 자아 이미지에 대해 깨우치게 된다. 부모와 다른 나의 모습, 형제들과, 친구와 다른 모습 때문에 유난히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기 시작하고 생김새 차이에 대해 질문한다.
구순구개열과 입술갈림증
선천기형의 경우 매해 태어나는 환자 발생률이 비슷해서 몇몇 종합병원에 환자들이 집중된다. 외국도 성형외과 안에 구순구개열 센터와 같이 입술갈림증 환자들을 위한 병원이 있고 소이증과 같이 귀가 기형 발달한 아이들을 위한 센터들도 있다.
대부분의 선천기형은 미용 수술처럼 한 번에 치료가 끝나는 경우가 드물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생김새가 달라지듯 성장함에 따라 이차적인 수술이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순구개열 환아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성형외과와 함께 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산전 초음파 기술이 발달해 아이의 얼굴을 임신 20주만 넘 어도 3D 입체사진으로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구순열 아이들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젊은 산모들이 남편과 함께 성형외과를 찾아와서 수술 일정도 미리 잡고 산전 관리나 교육도 받는다.
구순구개열은 입술이나 입천장이 서로 맞닿지 않은 채 균열이 남아있는 채로 출생하는 선천성 질환이다.
그 형태에 따라 입술 전체가 갈림증이 있으면 완전 구순열 아니면 불완전 구순열이라고 하고, 인중 양쪽에 모두 구순열이 있으면 양측성 구순열, 한쪽에만 있으면 일측성 구순열이라고 한다. 입천장 역시 마찬가지로 완전히 갈려져 있으면 완전 구개열과 불완전 구개열로 분류한다.
그 외에도 미세 구순열이라고 해서 갈림증이 흔적처럼 미세하게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와 'Her'에 출연했던 배우 호아킨 피닉스가 그 경우이다. 클로즈업 사진을 잘 관찰하면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구순열은 단순히 입술 피부만 갈라진 질환이 아니다. 입술은 우리가 음식을 씹을 때나 말을 할 때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한다. '오' 나 '우' 하고 발음하면 입술이 동그랗게 오므라진다.
괄약근은 항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입술 근육도 괄약근이고 눈 근육도 괄약근이다. 그래서 입에 힘을 주면 동그랗게 오므릴 수 있는데 단순히 오므리고 펴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항문 괄약근에 힘이 없으면 변이 새듯 입의 괄약근도 온전치 않으면 발음도, 침도 새고 음식도 제대로 씹을 수 없다. 그래서 구순열 수술은 피부만 꼬매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형태로 갈려진 입술 근육을 최대한 정상과 비슷하게 다시 괄약근 형태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한편 구개열은 입 천장에 갈림증으로 인해 콧구멍과 입안이 서로 통하는 구조가 된다. 그래서 구개열 아기들이 우유를 잘 빨지 못하고 우유가 콧구멍으로 새는 현상들이 생긴다. 이는 발음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쳐서 구개열 아이들이 수술을 받지 못하면 발음이 새고 코맹맹이 소리가 나서 의사소통하기가 어려워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갈림증이지만 이 갈림증 하나가 나비효과처럼 얼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성장과 함께 지속된다.
잇몸갈림증 때문에 치과 교정치료가 필요하거나 얼굴 성장이 균형적이지 못할 수 있고, 성인이 될 때까지 단계에 맞춰 5~6차례 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다.
손가락, 발가락 기형도 마찬가지여서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지증의 경우 6번째 손가락을 절제하고 필요한 인대들을 부착해서 남은 손가락이 잘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손가락이 서로 붙은 경우나 아예 없는 경우는 최대한 장애가 없는 상태에서 기본적인 손의 기능을 충족하는 것이 목표다. 엄지손가락이 없는 선천기형은 검지손가락을 엄지손가락처럼 쓸 수 있게 변형하기도 한다.
선천성 귀 기형은 수련했던 병원에서는 직접 볼 기회가 없었다. 학회나 교과서를 통해 접한 지식과 사진들을 통해 갈비 연골을 예쁘게 조각해서 멋진 귀를 만들어주는 모습은 여타 선천기형 수술이 그렇듯 고귀한 작업 같았다.
사춘기 때 얼굴에 여드름이 한두 개만 생겨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놀다가 아기 얼굴에 상처가 나기라도 하면 어머니들은 속상해한다. 하물며 얼굴에 선천 질환을 타고난 아이들과 부모들은 어떨까. 많은 부모들이 산전 초음파에서 구순열이 보이면 낙태를 선택한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얼마나 예쁘고 착한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알 수가 없다. 사춘기가 되어 수술하고 남은 흉터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친구들을 보면 안쓰럽지만,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이다.
할리우드 스타 호아킨 피닉스도 구순열 환자 아닌가. 그렇기에 선천성 증후군 아이들이 부모에게 버려져 기관에서 성장해 외래에 올 때는 의젓한 모습에 고맙기도 했다.
아직 100일도 되지 않은 아기를 수술장에 보낼 때 무한한 부모의 사랑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분들에게는 여느 자식보다도 훨씬 잘생기고 예쁜 아이일 것이다.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다고 하여 자책하는 짓은 매우 우스운 일이다.
타고난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선진국처럼 장애인이나 선천기형으로 상처받은 이들을 포용해야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항상 약자를 우선시하는 그들의 문화를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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