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이대목동병원이 전 직원 급여 '유예'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병원의 상위 기구인 재단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이대목동병원지부에 따르면 이화의료원은 앞으로 1년 동안 전 직원의 급여 20%를 유예하고, 2021년부터 연 5%씩 보전하겠다는 자구책을 마련해 노조 측에 제시했다.
노조 관계자는 23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대목동병원의 의료수익 감소 현상은 한두 달 안으로 끝날 상황이 아니다"라며 "의료원 측은 한 달에 손익분기점이 240억원인데 신생아 사망사건 발생 후 매월 50억~70억씩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전 직원 급여를 20%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도 20억원 수준"이라며 "많게는 70억씩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20억을 아낀다고 손실이 메워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구안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현재 이화의료원은 신생아중환자실 신생아 사망 사건 후 환자안전 종합 개선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는데 시스템 개혁을 위해서는 자금 투입이 필수불가결하다.
노조도 병원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얼마든지 고통분담을 할 준비가 돼 있지만 전제는 이화의료원을 운영하는 재단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다.
현재 이화의료원 운영 주체인 재단은 병원 시스템의 문제를 직원에게 책임을 지게 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의료원이 아무리 개혁안을 내도 재원이 있어야 하는데 "재단은 그림자놀이만 하고 있다"는 것.
노조 관계자는 "의료원장이 몇 번을 찾아가서 재정 지원을 호소해도 재단은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의료원이 만들어낸 수익을 온전히 병원에만 투자한 게 아니라 마곡지구에 짓고 있는 서울병원에 상당 부분 들어갔다. 만성적으로 이대목동병원에 투자가 되지 않던 상황에서 의료사고까지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스템 문제라고 의료원 스스로 반성하고 개선안도 만들어 냈지만 운영 책임자인 재단은 뒷짐 지고 방임하고 있다"며 "그런 과정에서 자구안이라고 나온 방안이 급여 유예안이니 직원들 입장에서는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시스템의 문제를 직원한테만 전가하는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동대문병원 때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동대문병원이 문 닫을 때도 직원들 임금을 20%씩 삭감했는데 그때 간호사들이 전원 퇴사했다"며 "이번 상황도 마찬가지다. 급여를 2년 뒤부터 5%씩 보전해 준다고 해도 다른 병원보다 20%나 열악했던 임금 구조가 몇 년간 유지될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원 상황이 열악한 상황이라서 함께 힘을 보탤 의지가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남아 있는 것"이라며 "재단의 지원 없이 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상황이 계속되면 동대문병원 때와 같은 상황이 또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대목동병원 노조는 현 상황 타개를 위해 투쟁본부로 전환해 재단 압박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25일 보건의료노조와 결합해 이화학당 앞에서 재단의 적극 개입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병원 시스템 개선안을 일정 부분 실행하고 전 직원이 함께 고통을 분담하자고 한다면 협상의 여지가 분명 있다"며 "재단이 굳게 문을 닫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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