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을 보면 다리가 코끼리처럼 퉁퉁 부은 사람들을 소개할 때가 있다. 환자들의 다리는 퉁퉁 부어있을 뿐만 아니라 각질도 많아 딱딱한 코끼리 피부처럼 변해있다.
'림프부종' 이라고 진단하는 이 질환은 우리 몸을 순환하는 림프액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붓는 것이다.
선천적인 기형으로 림프부종이 있을 수 있고 자궁암이나 난소암, 유방암 등 암 수술을 하면서 림프절을 모두 제거하면 이차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혹은 아프리카처럼 기생충의 한 종류인 사상충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림프관도 혈관처럼 우리 몸 전체에 그물망처럼 얼기설기 엮여 있는데 순환에 문제가 발생하면 림프 부종 같은 질환이 생길 수 있다.
얼마 전 미용과 성형을 테마로 하는 TV 프로그램에서 화염상 모반 환자가 나와 뒤틀린 윗 입술과 피부를 치료받는 게 나왔다. 모반 이외에도 혈관종, 동맥기형, 모세혈관기형 등 혈관이 있고 림프관이 있는 곳에는 양성 종양이나 혈관기형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 몸 어디에나 발생이 가능해 동맥류나 동정맥 단락이 뇌에 생기면 증상은 없는데 뇌출혈의 위험 때문에 '머릿속의 시한폭탄' 이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얼굴에 모세혈관기형이 있는 경우 얼굴 반쪽이 불그스름하게 화상 입은 것처럼 보이고 겉모습도 뒤틀려 보일 수 있다.
우리가 종양이라고 부르는 것이 꼭 암은 아니다. 악성종양은 흔히 말하는 암이지만 양성 종양은 그와 달리 생명에 위협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즉 불편한 덩어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지방종처럼 지방 덩어리가 목 뒤에 뭉쳐 있는 경우도 있고 신경초종처럼 신경에 혹이 만져지는 경우도 있다. 혈관에 종양이 생기면 혈관종이라 부르고 주로 소아에서 빨갛고 동그랗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양성종양이나 혈관기형은 피부에 있으면 손쉽게 발견하고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나니 각종 이름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의학에서는 진단 이름이나 분류도 계속 업데이트된다. 혈관종 역시 과거 종양으로 분류되었지만 원인이 밝혀지면서 이제는 정맥 기형, 림프관 기형, 모세혈관기형으로 진단, 분류되고 있다.
얼굴에 발생하는 혈관기형은 치료가 반복되고 어려운 경우가 많다.
몸의 다른 부위와 달리 지나치게 눈에 띌 뿐만 아니라 치료 역시 혈관기형을 왕창 떼어낸다고 만능일 수도 없다. 입술에 정맥기형이 생기면 비정상적으로 퉁퉁 부운 입술 때문에 식사도 힘들고 평생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한다. 림프관 기형도 마찬가지여서 턱에 도깨비 혹처럼 발생하거나 눈썹에 커다랗게 뒤틀린 생김새를 초래할 수도 있다.
치료 역시 기형이 있는 부위를 제거한다 하더라도 원래 얼굴의 기능을 보전하는 고민이 이어진다. 혹처럼 튀어나온 혈관기형을 잘라냈지만 얼굴 신경이나 근육이 망가져서 마비가 오면 이상적인 치료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혈관기형이 눈에 띄게 커지면 적당히 잘라내고 다시 재발하면 또 잘라내는 등 반복적인 치료를 하는 경우도 많다.
피부는 그 안을 미세하게 들여다 보면 피지를 배출하는 피부 기름샘, 땀샘, 모낭 등 피부 부속기가 촘촘히 배치되어 있다. 그 외에도 촉각, 통각, 온도감각, 진동감각 등을 담당하는 신경분포와 혈관 분포, 림프관 분포도 뒤따른다. 각각의 구조에 문제가 생기면 그에 따라 악성 종양이 발생할 수 있다.
그중 가장 흔한 것은 기저세포암이다. 할아버지나 할머니 코 혹은 뺨에 붉고 거무튀튀하게 튀어나온 것을 볼 때가 있다. 검버섯이나 두드러기인 줄 알고 있다가 나중에 점차 크기가 커지고 없어지지 않아서 알게되는 경우이다.
기저세포암은 악성 종양이지만 빨리 발견하고 수술하면 예후가 좋은 편이다. 살짝 절제하고 간단히 꿰매거나 피부이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재발하는 경우도 흔하지만 재발하더라도 다시 수술해서 잘라내면 된다.
하지만 기저세포암 역시 계속 진행하면 주변을 갉아먹으면서 커지기 때문에 악성으로 분류된다.
편평세포암은 기저세포암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다. 수술도 더 넓은 영역을 절제하는 경우가 많다. 암 수술에는 안전역이 중요하다. 안전역은 사람 눈에 보이는 것보다 암이 주변으로 퍼져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보이는 크기보다 더 크게 잘라내는 걸 의미한다.
예를 들어 편평상 피 세포암의 크기가 지름 2센티미터 정도로 동전 크기만 하다면 수술은 2~3센티미터의 안전역을 포함해서 6~8센티미터 크기의 아이 손바닥만큼 잘라내야 한다. 그렇게 잘라낸 종양을 병리과에 보내면 병리과에서 급냉시켜 동결 절편으로 만들어 안전역에 종양이 없는지 검사한다.
혹여 안전역에 종양이 발견되면 바로 서젼에게 연락해 더 크게 잘라내야 한다. 그래서 보호자들은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간혹 이런 대답을 듣게 되는 것이다.
"암을 주변에 있는 정상 조직하고 같이 잘라내고 검사를 해보니 주변에 더 퍼져 있어서 더 잘라내야 할 것 같습니다."
편평상피 세포암은 낫지 않는 상처나 오래된 화상 흉터에도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나 보살핌이 부족한 노인들이 편평상피 세포암으로 오는 경우가 있다. 암이 피부를 뚫고 진행되어 고약한 냄새가 진료실을 가득 채우는데, 유일한 치료법은 해당 부위를 모두 절단하는 방법뿐이다.
피부암은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일반인들은 그저 '암' 이라고 부르지만 어느 세포에서 발생하고 어떤 유전자 변형을 갖는가에 따라 세세하게 분류되고 치료 결과도 다르다. 피부암뿐만 아니라 위암, 대장암, 유방암, 뇌종양 등 어느 세포에서 기원하였는지 어느 유전자 변이를 갖는가에 따라 치료도 결과도 다르다.
의사들은 "암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해야 합니다"라고 하지만 환자들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건강검진을 통해 갑자기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그렇다. 아무 증상도, 별 이상도 없는데 암 진단을 받으면 모든 이들이 결과를 믿지 못한다. 혹여 진단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유명 병원을 한 번씩 찾아가 의견을 듣는 '닥터 쇼핑'이 빈번하다.
닥터쇼핑 이후 수술을 결정하고 치료에 따르면 다행이다. 간혹 끝까지 현실을 부정하고 잘못된 정보에 홀려 이상한 약을 먹거나 불법 치료를 받고 치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한 30대 여성은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거부한 후 6개월 후에 다시 병원에 왔지만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암이 퍼졌다. 발등에 생긴 피부암을 조기에 치료했으면 재건도 가능하고 발도 살렸을 텐데 무릎 밑을 모두 절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잘못된 믿음과 안이함으로 자신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항상 몸에 이상한 흉터나 혹이 나지 않는지 확인하고 이상이 발견되었다면 성형외과를 찾아야 한다.
때가 되면 건강검진으로 하듯 자신의 몸 구석 구석을 스스로 검진하는 것도 중요하다.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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