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일원화 합의문 초안을 놓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간 격화된 갈등 상황을 누구 봉합할 것인가.
보건복지부는 의료단체와 국회 여론을 살피고 있으며, 여야는 폭탄 돌리기 국면으로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정부(이하 의한정) 협의체 논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의료일원화와 현대의료기기 허용 등이 다시 국회로 넘어가는 국면이다.
의한정협의체는 한의사의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허용 법안(대표발의:인재근 의원, 김명연 의원) 발의 이후 국회 제의로 2017년 12월 첫 회의 이후 올해 8월까지 9차례 진행됐다.
문제의 발단은 의한정협의체의 합의문 초안.
초안에는 △의료와 한방의료 교육과정 통합과 면허제도 통합 등 의료일원화를 2030년까지 한다 △(가칭)의료일원화 및 의료통합을 위한 의료발전위원회를 2018년부터 보건복지부 산하에 구성해 구체적인 추진 로드맵을 2년 내 마련한다 △(가칭)의료발전위원회에서는 기존 면허자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한다 △(가칭)의료발전위원회 의사결정 방식은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합의에 따른다 등 4개항이다.
의사협회 최대집 집행부는 의료계 내부의 논란이 거세지자 합의문 초안의 수용불가 입장을 천명했으며, 한의사협회 최혁용 집행부는 그동안 협의 과정을 공개하며 최대집 집행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양 단체가 상호 고발까지 운운하는 상황에서 가장 난감한 곳은 보건복지부.
국회가 건넨 숙제를 마무리 하지 못한 채 의-한 갈등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복지부 시선은 당연히 국회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뒷짐을 지며 논란 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야당 관계자는 "의-한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국회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양 단체 모두 과열되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상황에서 중재를 해봤자 공격만 당할 수 있다.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당 측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전반기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법안소위를 운영한 인재근 의원(행안위 위원장) 법안으로 시작된 의한정 협의체가 갈등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하고 "의원별 개인 의견은 모르겠지만 당 차원에서 의-한 문제를 공론화하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표명했다.
문제는 10월 11일부터 시작되는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복지부 내부에서는 의한정협의체를 통한 합의 도출에 노력할 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한 공무원은 "의한정협의체 마지막 회의까지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 모두 분위기가 좋았는데 갑자기 상황이 돌변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질의할 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상황에서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한 의-한 협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답변 밖에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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