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절반이 인권침해를 이미 경험하고 있는 등 의대생이 놓인 교육환경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의대생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차원에서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인권의학연구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3일 개최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번 토론회는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단체 공동협력사업으로 실시한 '의과대학 학생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발표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실태조사는 설문조사와 심층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총 1736명(의과대학 1236명, 의학전문대학원 436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으며, 심충조사는 14개 대학 21명의 의대생이 응답했다.
"문제는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폭력"
전문가들이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해 공통적으로 지적한 부분은 위계질서에 따라 당연하게 여겨지는 폭력이나 차별 등의 인권 침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대생 10명 중 5명(49.5%)이 '언어폭력'을 경험했으며, 학생들의 16%가 '단체기합 등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학업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말한 의대생은 전체 응답자 중 26%(459명)이었고, 의대생 10명중 6명(60%)는 모임이나 회식에서 '음주 강요'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여학생의 37.4%가 성희롱을, 여학생의 72.8%가 성차별적 발언을 겪었다고 응답했으며, '전공과 선택에서 제한과 차별'을 경험한 여학생은 58.7%로 남학생보다 3.3배 높게 나타났다.
이는 특정과에서 여성을 선발하지 않는 전통을 학생들에게 공언하고 있어서 여학생들의 박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게 인권위원회의 분석이다.
특히, 이러한 상황에서 당사자가 문제 삼지 않아도 주변에서 문제 삼아 소문이 확대‧재생산되며 문제시 되는 구조적 권위주의 폐해가 심각하다고 지적됐다.
당사자이 의대생은 폭력에 대한 의료계 인권 발전을 위한 소모품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
의대협 김서영 차기 부회장은 토론에서 "의대생 인권과 관련해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것이다', '과거보다 나아졌다' 등의 말을 하지만 피해 당사자에겐 비극이다"며 "인권 피해 당사자의 사례를 숭고한 희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개선해야 되는 문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부회장은 정부와 의료계에 적극적 자정작용을 위한 당부의 말을 전했다.
김 부회장이 밝힌 개선방안은 ▲복지부-성평등 자문위원에 의료계 학생자문위원 추가 ▲교육부 - 의과대학의 실정에 맞는 인권교육 매뉴얼 개발 및 가해 교수 분리 ▲의료계-사건 발생 시 자정작용 및 적극적 피해자 보호
그는 "의대생의 인권침해 발생 시 교육부와 복지부는 학교와 병원 사이에서 서로 책임소재를 넘긴다"며 "의대생은 어떤 곳에 도움을 청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 명확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해결방향 함께 찾겠다"…"의료법 개정은 고민필요"
정부는 이러한 의대생들의 요구에 인권침해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김정훈 사무관은 "의대생을 바라보는 인식에 대한 방향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며 "큰 틀에서 폭력이 일어났을 때 포괄적 책임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피해자가 용기를 낼 수 있는 공적기전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의료법 개정과 관련해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은 "의대생의 경우 폐쇄적 조직에서 낙오되는 불안감 등으로 피해자가 신고를 하지 못하고 참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것을 깨고 피해자기 용기를 낼 수 있는 공적기전과 함께 의료계 내에서도 자정작용을 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권 사무관은 "다만, 법 개정의 경우 의사만의 문제일 것인가 하는 일반화의 과제가 남아있다"며 "취지는 공감하지만 법제도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독자적 심각성, 특수성들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고, 방법은 함께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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