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공청회, 키워드는 '신속 진단 및 적기 치료' 치료성공률 개선 다제내성 '베다퀼린' 등 핵심약제 분류…집중치료기간 6개월로 단축 권고
2017년 이후 2년만에 선보이는 국내 결핵 진료지침 4판(개정안)에 대대적인 변화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올해 3월 업데이트된 세계보건기구(WHO)의 치료제 권고수준 변화를 수용해, 퀴놀론 등 중요 약제에 내성여부를 신속히 확인하고 '베다퀼린'과 '리네졸리드' 등의 신약을 핵심약제로 분류하면서 손질을 가한 것이다.
아직 유관기관과의 최종 논의를 남겨둔 상황이지만, 특히 개정안에서는 신약 사용에 따른 집중치료기간을 기존 8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을 권고하면서 추후 다제내성결핵 관리에 주사제를 배제한 패러다임 변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16일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다제내성결핵(MDR-TB, multidrug-resistant tuberculosis) 치료 개선을 위한 '결핵 진료지침' 개정안 공청회에서는, 신속 진단과 치료제 권고 변화에 전문가 논의를 진행했다.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은경)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회장 장준)가 주관한 이날 공청회 자리에서는, 올해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다제내성결핵 진단 및 치료방법을 변경한 것을 근거로 2017년 국내 결핵 진료지침(개정3판)에 문제점으로 거론된 치료제 권고부분에 두드러지는 변화를 알렸다.
관건은 치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신속 진단에 따른 신약 사용 기준에 변화를 가했다는 대목. 부산의대 전두수 교수(양산부산대병원)는 "전 세계적으로 한해 55만 여명 환자에서 MDR-TB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문제는 국내 치료 성공률이 60% 수준에 머물고 있어 치료에 실패한 나머지 환자에도 관리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제내성결핵 치료 실패에 주요 원인으로는 기존 치료제들이 독성이 강하고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핵심약제와 동반약제의 조합에 있어 살균력과 멸균력을 가진 옵션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살균과 멸균효과를 증강시킨 신규 약제들의 선택과, 퀴놀론 내성 여부에 따른 순차적인 치료 전략을 짜는 것이 치료 성공률을 80% 가까이 끌어올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치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최신 임상근거를 바탕으로, 기존에는 우선순위에서 벗어났었던 신약 '베다퀼린', '리네졸리드'를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핵심 약제로 분류했고, '카나마이신' 등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사제는 투약이 번거롭고 재발 위험이 높아 더이상 권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정안의 세부적인 변화를 보면, 소아와 청소년에서 베다퀼린과 델라마니드의 사용에 조건이 붙었다. 베다퀼린의 경우 6세 이상, 델라마니드는 3세 이상 소아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했으나 아직 효과와 안전에 대한 근거가 충분치 않으므로 주의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각각 6세 미만과 3세 미만에 처방을 위해서는 임상적 근거가 부족해, 사용이 필요할 경우 전문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핵심약제로 상향된 리네졸리드의 권고용량은 하루 600mg이며, 부작용이 발생하면 용량을 감량해 하루 300mg 혹은 600mg을 투여할 수 있다. 다만 균수가 적고 병소가 경미하거나 저체중, 기저질환으로 부작용 발생이 우려된다면 하루 300mg으로 투여를 시작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약제내성 결핵 치료부문 세부위원회 위원장으로 참여한 서울의대 임재준 교수는 "치료기간과 관련해 앞서 3판에서는 집중치료기는 최소 8개월을, 총 치료기간은 과거 다제내성결핵 치료력이 없는 환자에서 최소 20개월을 권고수준 IIIA로 권고했다"며 "이번 개정판에서는 집중치료기를 6개월로, 총 치료기간은 18~20개월을 권고하면서 배양음전시기와 치료반응, 치료약제의 종류를 고려해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심평원 등 유관기관과의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최종 개정판이 공개될 예정이다.
신약 베다퀼린 및 리네졸리드 우선권고, 카나마이신 등 주사제 재발 위험 배제
다제내성결핵은 대표적 결핵 치료제인 '아이소니아지드'와 '라팜피신'을 포함한 2개 이상의 결핵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결핵으로, 결핵 약제의 임의 복용 중단으로 인한 획득내성 발생과 다른 다제내성결핵 환자에 감염되어 발병한다.
보통 다제내성 결핵은 8개월간의 집중치료기간을 포함, 총 20개월 가량 2차 약제를 포함한 꾸준한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게 학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올해 3월엔 세계보건기구(WHO)가 최신 임상데이터를 토대로 다제내성결핵 진단 및 치료방법을 대대적으로 개정하는 절차를 밟았다. 여기서 핵심은, 다제내성결핵 치료 성공률 향상과 부작용 및 사망률을 줄이고자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한 약제 순서대로 치료제 등급을 개편한 것.
특히 약제 사용 시 치료 실패와 재발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치료제들이 대거 배제됐다는 부분이 주목할 대목이다. 이들 치료제 대부분이 주사제로 이독성을 비롯한 신독성 등 부작용이나 시력 및 청력 등을 잃을 수 있는 비가역적인 부작용 발생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다제내성 및 리팜피신 내성 결핵(multidrug and rifampicin-resistant tuberculosis) 가이드라인에서는 '베다퀼린', '리네졸리드' 등의 신약 권고수준을 대폭 상향 조정하는 한편 부작용 문제가 언급됐던 주사제는 배제하거나 권고수준을 낮추면서 과감한 변화를 보였다.
여기서 관건은 기존 국내 가이드라인과는 치료제 부분 권고수준에 온도차가 컸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다제내성결핵 치료 처방 원칙은, 최소 5가지 항결핵제(다제내성결핵 약물 4가지+ 피라진아미드)로 구성되며 이 때 항결핵주사제 4가지 중 1가지가 포함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개정을 앞둔 국내 지침에 1차로 추천하는 항결핵주사제 4종 중 '카나마이신' '카프레오마이신'은 치료 실패 및 재발위험을 높여 WHO 지침의 권고등급에서는 아예 제외됐다.
더불어 WHO 개정 가이드라인에서 Group B나 Group C로 분류된 약제가 국내에서는 1차 권고약제로 유지되며, 우선권고약물(Group A)로 상향 조정된 '베다퀼린'과 '리네졸리드'는 기존 국내 가이드라인에 5군 치료제로 분류해 거의 최후 단계로 밀려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전두수 교수는 WHO 치료 패러다임 변화와 관련해 "장단점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며 "경구약제로 구성돼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은 있지만, 아직 근거가 부족하고 재정적인 부담이 늘고 내성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약제내성 결핵 진단(지침 개정) 부분을 발표한 연세의대 호흡기내과 강영애 교수는 "치료 과정에서 추가 전파가 일어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결핵환자의 첫 배양균주에 대해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에 대한 신속 진단을 실시해야 한다"며 "다제내성결핵이 확인된 경우 반드시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퀴놀론 등 중요 약제에 대한 신속한 내성 확인을 통해 적기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 치료의 일반원칙에는 지난 3판 개정본과는 차이가 없었지만 치료 처방의 구성 원칙을 두고는 변화를 보였다. 특히 퀴놀론 내성의 경우 환자 개별화된 치료 처방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전문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의료계 관계자는 "다제내성결핵은 일반 결핵 대비 오랜 치료기간과 많은 의료비용이 소요됨에도 전 세계적으로 치료 성공률이 55%에 불과하다"며 "결핵 퇴치를 위해서는 다제내성결핵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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